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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더 데빌', 분명 처음 접하는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작품이 분명하다.
뮤지컬 '더 데빌'은 뉴욕의 증권가를 배경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유혹에 빠져 돌이킬 없는 선택을 한 존 파우스트와, 그를 점점 타락으로 몰아가는 X, X로부터 존을 지키고자 하는 존의 여자친구 그레첸의 이야기를 강렬한 록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한 3인극 '더 데빌'은 창작 뮤지컬인 만큼 다양한 시도를 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파우스트' 이야기를 변형시킨 것 뿐만 아니라 기본 뼈대는 지키면서 그 안에서 파격적이고 눈길 끄는 요소들을 추가한 것.
무대 분위기 자체로 설명되는 '더 데빌'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다. 검은색으로 통일된 무대는 마치 살 없는 뼈처럼 앙상하고 삭막하다. 높은 계단, 공간을 나누는 기둥 등이 단순하게, 그러나 굵직하게 자리한다.
앙상한 무대는 조명을 통해 자유자재로 변형된다. 신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키는 따뜻한 조명, 극중 인물들의 혼란스러움을 표현하는 날이 선 듯한 직선 조명 등은 '더 데빌' 특유의 분위기를 더욱 묵직하게 만든다. 관객석에 노출되는 조명이 다소 피곤하긴 하지만 그만큼 날이 선 느낌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인물들 역시 배우들의 도전이 돋보인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존 파우스트를 점점 파멸로 몰아가는 X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만큼 꽤 입체적이다. 적재적소에 나타나 존 파우스트와 그레첸을 흔드는 X는 관객들까지도 쥐었다 폈다 한다.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후 X의 매혹적인 제안을 선택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치닫는 존 파우스트는 혼란스러운 내면이 부각된다. 사랑하는 이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으면서도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으로 인해 자신을 파멸에 치닫게 하는 과정이 사실적이다.
존 파우스트의 여자 친구이자 존과 X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을 형성시키는 그레첸은 고혹적이지만 상처 받는 내면이 안쓰럽다. 혹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깊게 상처 입는다. 그럼에도 사랑에 대한 믿음 하나로 자신의 한 뜻을 지켜 나가는 모습이 멋있기도 하다.
X, 존 파우스트, 그레첸의 내면은 록 뮤지컬인 만큼 가창력 그 자체로 표현된다. 폭발하듯 쏟아내는 이들의 감정 역시 가창력이 뒷받침 되기에 더욱 깊게 다가온다. 이들과 함께 4명의 실력파 앙상블, 라이브 밴드의 연주는 관객들 귀를 자극시킨다.
'더 데빌'은 다양한 시도와 연출을 선보인 만큼 뚜껑이 열린 뒤 호불호가 분명한 평가를 받았다. 관객들은 이 창작극의 시도를 높게 사기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했다. 때문에 '더 데빌'을 향한 시선은 그만큼 더 다양하다.
그러나 '더 데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있다. 날로 성장하는 한국 뮤지컬 안에서 창작 뮤지컬이 갖는 힘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기 때문. 모든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이는 어떤 뮤지컬이든 그렇다.
다만 '더 데빌'은 관객 모두의 만족을 노리진 않고 뚝심 있게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는 것에 주목할 만 하다. 듣기 좋은 호평보다 새로운 시도, 파격적인 도전 자체에 대한 평가를 즐길 준비가 된 듯 하다. 이는 나아가 한국 뮤지컬 장르의 다양성을 넓히는데 절대적으로 일조할 것임이 분명하다. 호불호가 강한 작품이지만 '더 데빌'을 마냥 불호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한편 뮤지컬 '더 데빌'에서 X 역은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가 연기하고, 존 파우스트 역은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이 맡았다. 그레첸 역은 차지연 장은아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오는 11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더 데빌' 포스터, 공연 이미지. 사진 = 클립서비스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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