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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강산 기자]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본격 시작된 지 사흘째다. 한국은 지난 이틀간 펜싱과 유도, 우슈 등에서 금메달 12개를 따내 종합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옥에 티가 있다. 몇몇 자원봉사자들의 행태다. 한 마디로 '통제불능'이다.
그렇지 않아도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은 전날 공식 훈련에 앞서 "훈련 중에 자원봉사자들이 선수들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훈련용으로 배치된 공을 집어 와서 사인해달라고 하길래 혼 좀 냈다. 전반적으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훈련구를 몇 개씩 주워 들고 가 사인을 요청하는 행태에 화가 난 것이다.
비단 야구뿐만이 아니다. '마린보이' 박태환이 출전하는 수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자 자유형 200m 경기가 열린 전날 문학 박태환수영장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쑨양(중국), 하기노 고스케(일본)와의 3파전. 흥미요소는 충분했다. 한-중-일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자원봉사자들도 어느 때보다 바삐 움직여야 했다. 자유형 200m뿐만 아니라 배영, 평영, 접영에 계영까지 총 6개 종목이 열리다 보니 쉴 틈이 없었다.
공동취재구역은 경기 직후 선수들의 소감을 들으려는 각국 취재진으로 붐빈다. 아수라장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유니폼을 착용한 자원봉사자들의 '추억 만들기'가 시작됐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박태환의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이도 모자라 괴성을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박태환의 목소리를 듣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특히 결승 직후에는 통제 자체가 안 됐다. 기자회견장에서도 그랬다.
몇몇 자원봉사자들은 지난 20일 고양실내체육관서 열린 펜싱(여자 사브르, 남자 에페) 경기 후에도 그랬다. 공동취재구역에서 선수들에게 사인과 사진촬영을 요청했다. 비단 자원봉사자들뿐만 아니라 통제를 담당하는 이들도 마찬가지. 사인지도 유니폼에 출입증까지 그야말로 다양하다. 사인으로 도배된 유니폼을 착용한 자원봉사자를 보는 건 어렵지 않다. 몇몇은 선수에게 받은 사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고 "자원봉사를 신청한 이유"란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에 불친절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 흔한 일이다. 대회 첫날부터 지금까지 변한 게 없다. 한 대만 기자는 "메인 프레스센터(MPC)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들의 상냥한 응대에 적응이 안 된다"고 할 정도다. 몇몇의 무개념 행동으로 본분을 다하는 자원봉사자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게 문제다. 한 일본 취재진은 "어떤 국제대회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이 이렇게 소란스러운 걸 본 적이 없다"고 했고, 21일 수영장을 찾은 한 30대 팬은 "도움을 요청해도 다들 모른다며 떠넘기기 바쁘다"고 쓴소리를 했다.
대회가 본격 시작된 지 사흘째다.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개회식부터 북한 역도 대표 엄윤철의 기자회견 거부, 배드민턴장 정전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터졌다. 성화가 꺼지기도 했다. 그리고 모범을 보여야 할 자원봉사자들 몇몇이 무개념 행동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적어도 피해는 주지 않아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자원봉사자 무용론'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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