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저렇게 승부를 걸 수도 있구나.”
LG 양상문 감독은 15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NC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에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NC는 14일 삼성과의 마지막 홈 경기서 선발 에릭 해커(3이닝)에 이어 선발요원 태드 웨버(2이닝), 이재학(1이닝)에 이어 필승조 노성호(1이닝), 원종현(1이닝) 왼손 원포인트 리릴프 이혜천(⅔이닝)에 이어 마무리 김진성(⅓이닝)까지 주요 투수들을 모두 기용했다. 1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하는 NC에 잔여 경기가 많지 않다. NC는 17일 두산과의 잠실경기를 끝으로 정규시즌을 마친다.
김경문 감독은 홈 최종전을 앞두고 삼성 류중일 감독에게 양해를 구했다. 류 감독에 따르면, 김 감독이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실전경기가 별로 없는데 주요 투수들을 점검할 기회가 없다”라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혹시 모를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NC로선 거사를 앞두고 투수들의 컨디션을 실전을 통해 점검하고 준플레이오프 전략을 완성해야 했다. 선발투수 3명과 필승조를 풀가동한 NC는 결국 삼성을 잡았다. NC의 승리 과정이 양 감독에겐 매우 인상적이었다.
▲PS서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
양 감독은 “NC 투수기용을 보고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었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취재진이 NC가 잔여경기가 적게 남았다고 설명해주자 이해하는 표정. 양 감독은 “NC 마운드가 두껍더라”고 했다. 실제 NC 마운드는 팀 평균자책점 4.31로 리그 1위다. 탄탄한 외국인선발투수 3명과 이재학에 원종현, 노성호, 김진성이 이끄는 불펜진이 매우 안정적이다.
양 감독은 “단기전서는 저렇게 마운드를 운영하는 것도 결정적 작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시리즈 7차전서는 충분히 저렇게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모든 감독이 한국시리즈 7차전서는 6차전 선발 외 투수 전원 불펜 대기를 지시해왔다. 또 최근 몇 년간의 단기전 흐름을 보면 1~2차전에 조기에 무너진 선발투수가 4~5차전서 변칙적으로 구원 등판을 했다.
변칙 운영은 포스트시즌서 NC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 NC 외국인 투수 3명 모두 우완 정통파다. 세밀하게 보면 투구 스타일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특성은 비슷하다. 타자들의 집중력이 높아지는 포스트시즌서 차례로 선발 등판할 경우 타자들에게 익숙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최상의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1경기서 짧게 끊어 구원 등판하는 건 경쟁력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 짧은 이닝을 구위 자체로 압도했다. NC는 김 감독의 마운드 운영방법에 따라 포스트시즌서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
▲1+1, 근본적으로는 좋지 않다
NC의 작전은 선발투수들을 1경기에 쏟아붓는, 일종의 선발투수 1+1 전략이기도 하다. 벼랑 끝에 몰려있거나, 상황이 맞아 떨어지는 팀은 단기전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는 게 양 감독 견해. 그는 “1년내내 그렇게 하지 못할뿐더러 성공한 팀도 거의 없다”라고 했다. 물론 NC의 경우 특수한 상황이었기에 류 감독과 양 감독에게 공감을 샀다.
양 감독은 “야구는 승부수를 걸 방법이 딱히 없다”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변칙 작전을 시도하지 않고도 평상시에 기본적인 투타 힘이 강력한 팀이 결국 유리하다는 것. 양 감독은 “결과 자체가 나쁘게 나올 때가 많다. 정규시즌서는 마지막 게임이 아니라면 사용할 수 없다”라고 했다. 실제 NC 역시 정규시즌 3위가 확정된 상황서 2경기 남은 시점이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 역시 15일 대구 LG전을 앞두고 “만약 우승이 내일(16일)까지 확정되지 않으면 NC처럼 해볼 수도 있다”라고 했다.
실제 과거 정규시즌서 비상에 걸린 몇몇 팀이 선발투수들을 불펜 피칭 대신 실전 구원등판 시킨 적이 있었다. 대부분 실패로 귀결됐다. 부상 위험 등 후폭풍이 만만찮았다. 양 감독은 “실제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 NC도 승패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실험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수에게 불펜 피칭과 실전은 엄연히 다르다. 양 감독은 “선발투수가 불펜에서 갑자기 몸을 풀고 벤치에서 대기하다 다시 몸을 푸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있다”라고 했다.
LG는 4위 확정 매직넘버 1개를 남겨뒀다. 4위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면 3위 NC와 준플레이오프서 만난다. 준플레이오프 가상의 상대가 어떻게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 지를 확인한 LG. 혹시 NC가 포스트시즌서 벼랑 끝 상황서 삼성전과 비슷한 마운드 운영을 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단 4위부터 확정해야 하는 LG. 이미 준플레이오프에 선착한 NC를 만날지도 모르는 양 감독으로선 은근히 고민이다.
[투수교체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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