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양의지에게 책임감을 주겠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포수 출신이다. 은퇴 이후 두산과 SK에서 많은 포수들을 지도한 경험도 있다. 배터리 코치를 뒤로 하고 내년부터 사령탑으로 데뷔하는 김 감독. 지난달 30일 만난 그는 내년 시즌 구상을 대략적으로 마친 듯했다. 아직까지 김 감독이 구사할 야구 색깔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은 상태.
김 감독은 “양의지에게 책임감을 주겠다”라고 했다. 올 시즌 양의지는 97경기서 타율 0.294 10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2010년 주전 도약 이후 처음으로 100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새끼손가락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접었다. 그 빈 자리를 최재훈, 김재환 등이 메웠다. 두산 포수자원이 대체로 안정적인 편이다. 때문에 양의지 공백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양의지, 좀 더 묵직한 포수가 되길
김 감독은 전임 송일수 감독과 마찬가지로 양의지를 주전 포수로 낙점했다. 김 감독은 “포지션 경쟁이 중요하다. 하지만, 포수는 좀 다른 것 같다. 확실한 주전 1명이 자리를 지켜주는 게 팀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물론 양의지가 내년 144경기를 모두 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양의지에게 되도록 많은 경기를 맡기겠다고 했다.
올 시즌 선발투수에 따라 양의지 대신 김재환 혹은 최재훈 등이 의도적으로 선발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물론 양의지가 전 경기에 나설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투수에 따라서 포수를 바꾸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내년 시즌 백업 포수들이 선발로 출전할 경우 말 그대로 주전포수 양의지에게 휴식을 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김 감독은 “양의지는 완성된 포수다. 의지에게 더 이상 기술적인 부분을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라면서 “다만 성격적으로 약간 가벼운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좀 더 다듬으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라고 했다. 결국 김 감독이 양의지에게 좀 더 높은 책임감을 부여한 건 투수, 그리고 내야수들까지 아우르는 묵직한 리더가 돼 달라는 의미. 풀타임 6년차가 되는 2015년. 양의지에게 그 정도를 요구할 때가 됐다는 게 김 감독 생각이다.
▲박경완 효과
김 감독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SK 배터리코치를 역임했다. 1990년부터 2011년까지 친정 두산에서만 생활했으나 3년간 다른 팀의 야구를 보면서 내공을 깊게 쌓는 계기가 됐다. 특히 김 감독은 국내야구 역사상 최고의 포수 박경완(SK 육성총괄)을 지켜보면서 느낀 게 많은 듯 했다. 박경완이 마스크를 쓸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천지차이였다는 게 김 감독 회상.
김 감독은 “경완이가 앉아있으면 투수들은 소위 말하는 손장난을 치지 못했다. 몸쪽 사인을 내면 공울 몸쪽 코스로 전력으로 던져야 했다”라고 했다. 투수는 체력안배를 위해 경기 중 완급조절을 한다. 경기 상황에 따라 100% 힘을 실어 투구하기도 하지만, 아닐 때도 있다. 선발투수만 완급조절을 하는 게 아니라 불펜투수 역시 원 포인트 릴리프가 아니라면 그럴 때가 있다.
하지만, 박경완에게 감히 공을 살살 던지는 투수를 보지 못했다는 게 김 감독 회상이다. 김 감독 기억 속에 박경완은 기술적으로 최고의 포수이기도 했지만, 투수들을 이끄는 묵직함, 리더로서의 역량도 뛰어났다. 김 감독은 “경완이 사인에 고개를 흔드는 투수가 있었을까. 확실하게 투수들을 이끌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당장 양의지가 박경완처럼 될 순 없어도 장기적으로는 박경완처럼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포수의 제스처도 굉장히 중요하다. 공을 받은 뒤 투수에게 성의 없이 픽 던져주는 게 아니라, 정확하고 강하게 던져주는 게 필요하다. 위기 상황에선 포수가 공을 잡은 뒤 두 손으로 빡빡 문지르는 시늉(실제로 보여줌)이라도 하고 다시 던져줄 필요도 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포수의 이런 제스처가 투수 안정의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런 역할 역시 박경완이 리그 최고였다.
두산은 여전히 마운드에 물음표가 많다. 투수들의 업그레이드는 1차적으로 투수 본인의 몫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작은 부분, 다시 말해서 포수가 투수를 이끌어줘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나아가 포수가 팀 전체를 리드해야 팀이 강해질 수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양의지를 그런 포수로 키우고 싶어한다.
[김태형 감독(위), 양의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