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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용두사미의 끝이었다.
화려한 캐스팅과 빠른 전개로 극 초반 주목 받았던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부제 '의궤살인사건', 극본 윤선주 연출 김형식)은 결국 미미한 결과물로 쓸쓸히 퇴장했다.
총 24부작으로 제작된 '비밀의 문'은 지난 9월 첫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시청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었지만 9일 방송된 마지막회까지 그 지지를 끌고 가지 못해 아쉬움을 줬다.
시작은 좋았다. 2011년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의로운 군주 세종대왕 역을 맡아 신드롬을 일으켰던 한석규가 3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며 또 사극으로 돌아와 믿고 보는 연기력을 보장했다. 이제훈 역시 군 제대 후 수많은 러브콜을 뒤로 하고 '비밀의 문'을 복귀작으로 택해 관심은 더욱 커졌다.
이후 합류하는 배우들 존재감 역시 남달랐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특별출연부터 작은 역할까지 신뢰를 주지 않는 배우가 없었다. 김창완, 최원영, 김민종, 장현성, 박효주, 김유정, 전국환, 김승욱, 손병호, 박현숙, 김강현, 권해효, 이원종, 김유정, 박은빈, 서준영, 김태훈, 정문성 등 그 어떤 배우도 놓칠 수 없었다.
이야기 전개 역시 빨랐다. 초반 한석규, 이제훈 등이 보여주는 흡입력 있는 연기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속도 또한 시청자들에게 사극만의 또 다른 묘미를 느끼게 했다. '비밀의 문'에 등장하는 어려운 사극 용어나 역사적인 사실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할 정도였다.
하지만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하던 단어들은 이후 이야기를 늘어지게 했다. 대표적으로 맹의가 그렇다. 맹의를 찾기 위해 속도감 있는 전개를 펼치던 초반과 달리 너무도 길게 맹의를 소재로 하다 보니 시청자들은 맥이 빠졌다. '비밀의 문'의 속도감도 이와 동시에 떨어졌다.
지지부진한 이야기 전개는 속도감에 취해 있던 시청자들에게 실망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반복되는 듯한 이야기 앞에 배우들의 열연도 소용 없었다. 세월이 훌쩍 지나고, 이들의 고민의 깊이는 더욱 깊어지고, 관계의 치열함은 더 거세졌지만 다른듯 비슷한 이야기 전개는 새로운 흥미를 제공하지는 못했다.
다시 반전을 시도하려는 기미가 보이긴 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그러니 화려했던 시작이 그리운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비밀의 문'은 배우들의 열연이 아쉬울 정도로 용두사미의 끝을 보여줬다.
한편 '비밀의 문' 후속으로는 김래원 김아중 조재현 주연의 '펀치'가 방송된다. '펀치'는 정글 같은 세상을 상처투성이로 살아낸 한 검사의 핏빛 참회록으로,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두 남녀가 운명을 걸었던 평생의 동지를 상대로 벌이는 승부를 담아낼 작품이다. 오는 15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
['비밀의 문' 마지막회. 사진 = SBS 방송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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