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호주 캔버라 안경남 기자] 물음표가 따랐던 구자철과 조영철이 결승골을 합작하며 한국을 '구조'했다. 한국은 10일(한국시간)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아시안컵 A조 1차전서 오만에 1-0으로 승리했다. 결과적으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한국에 승리를 안겼다.
● 제로톱 조영철&섀도우 구자철
한국은 예상을 깨고 원톱에 조영철이 서고 처진 공격수로 구자철이 선발로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전서 휴식을 취했던 기성용과 이청용이 합류한 가운데 나머지 포지션은 이전과 같았다. 손흥민, 이청용이 좌우 날개에 포진했고 중원에선 기성용, 박주호가 짝을 이뤘다. 수비는 오른쪽부터 김창수(부상으로 전반 19분 만에 차두리와 교체됐다), 김주영, 장현수, 김진수가 맡았다. 골키퍼 장갑은 김진현이 꼈다. 이에 맞선 오만은 5명의 수비수를 세웠다. 3명의 센터백을 두고 좌우 윙백이 낮은 위치까지 내려왔다. 중원에선 알 파르시, 무바라크가 나란히 섰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진 않았다. 알 무크발리가 원톱을 맡고 측면에는 사이드, 알 시야비가 포진했다.
● 왜 구자철인가?
구자철은 이날 총 3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모두 골문 안으로 향했다. 그 중 하나는 조영철의 결승골을 만들었다. 그리고 구자철은 경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오만이 라인을 내리고 밀집수비를 구축했지만 구자철은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만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었다. 보통 이럴 경우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이 내려오거나 센터백이 전진해서 견제하지만 90분 내내 그럴 순 없다. 5명의 수비를 배치해 손흥민, 이청용의 슛 기회를 사전에 차단했지만 구자철에게는 2번의 노마크 슛 기회를 허용했다. 전술적으로도 구자철은 원톱 조영철과 어울린다. 조영철은 발밑이 좋지만 제공권은 약하다. 구자철은 제로톱을 쓰는 한국에게 높이를 제공할 수 있다. 후반 12분 1분30초 동안 무려 34번의 연속 패스를 성공한 뒤 시도한 구자철의 헤딩이 대표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구자철이 최근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나는 그의 능력을 신뢰한다. 오늘 그것을 보여줬다"며 만족했다.
● 손흥민이 오만에 고전한 이유
사우디전서 펄펄 날았던 손흥민이 고전했다. 전반 6분 한 차례 크로스바를 맞혔지만 이후에는 오만 수비의 육탄방어에 막혔다. 오만은 손흥민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하고 나왔다. 파이브백을 가동한 것도 손흥민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손흥민은 측면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슈팅을 때리는 것을 선호한다. 폴 르갱 오만 감독은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센터백과 윙백이 협력해서 사전에 슈팅 각도를 좁혔다. 손흥민을 향한 상대의 집중견제는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다. 특히나 오만처럼 수비라인을 지나치게 내리는 팀에겐 손흥민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 오히려 손흥민은 8강 이후 만나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빛날 수 있다.
● '기라드' 기성용
주장 완장을 찬 기성용은 경기를 지배했다. 전날 기자회견서 “오만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선 경기를 컨트롤해야 한다”고 말했던 그는 96%의 패스성공률로 중앙을 자신의 세상으로 만들었다. 기성용은 총 87개의 패스를 시도했는데 이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다. 또 볼터치도 97번으로 김진수(98번) 다음으로 많다. 오만전에서 기성용은 전진배치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다른 방법으로 기성용의 장점을 살렸다. 후방으로 자주 내려와 빌드업을 이끌었다. 그로인해 오만은 기성용을 압박하지 못했다. 자유를 얻은 기성용은 자유롭게 패스를 뿌렸다. 좌우는 물론 전후방도 가리지 않았다. 전반 6분 크로스바를 맞힌 손흥민의 슛도 기성용의 롱패스로부터 나왔다.
● "페널티킥을 도둑 맞았다"
오만 폴 르갱 감독은 경기 후 "우리는 전반전에 페널티킥을 도둑 맞았다"며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에 대해 "무엇을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지만 전반 16분 김주영과 사이드와 볼 경합 과정에서 나온 장면은 주심에 따라 충분히 페널티킥이 주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장면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뒤진 상황에서 저러한 장면이 나왔다면 '아시안컵 최대 오심'이라며 난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이날 한국은 이 장면 외에도 위험지역에서 여러 차례 파울을 저질렀다. 골대와 먼 지역에선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도 되지만 수비지역에선 무모한 도전이 경기를 망칠 수도 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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