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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오만석의 여장은 뭔가 다르다. 쇼적인 부분을 넘어 인간적인 부분을 늘 함께 한다. 사실상 여장을 자주 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여장이 더욱 기억되는 것은 그만큼 인간 자체의 감성을 건드렸기 때문일 터. 뮤지컬 '헤드윅' 속 트렌스젠더에 이어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드랙퀸 롤라 역을 맡은 오만석을 만났다.
오만석이 출연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에 처한 아버지의 구두공장을 물려받게 된 찰리가 우연히 만난 드랙퀸 롤라에게 영감을 얻어 여장남자들이 신는 부츠로 재기를 꿈꾸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우정과 꿈에 대한 희망을 그린다. 열정과 갈등 속에서 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네 자신이 돼라'라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오만석은 최근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공연에 비해 체력적으로 피로도가 훨씬 심하다. 힐도 신고 땀도 많이 나고 노래도 높다 보니까 공연 끝나면 피곤함이 더한데 공감해주는 연령층이 넓다 보니 더 신나게 하게 된다"고 입을 열었다.
▲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전 해보자"
오만석은 지난 2013년 봄 뉴욕에서 뮤지컬 '킹키부츠'가 제일 핫할 때 공연을 처음 봤다. 당시 다수의 작품을 접했지만 단연 '킹키부츠'가 눈에 들어왔다. 이에 한국 공연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지난해 여름에 또 한 번 '킹키부츠'를 관람했다. 이후 비교적 빨리 한국에서 '킹키부츠'가 제작된다는 소식에 다소 놀라워 하면서도 내심 반가웠다.
오만석은 "첫 번째 볼 때는 빌리포터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처음 공연을 보고난 뒤 브로드웨이를 걷고 있는데 빌리포터를 봤다. 창피하니까 배우라고는 안 하고 '팬이다' 하면서 같이 사진도 찍었다"며 "그 때만 해도 이렇게 내가 공연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번에 다시 공연 보러 갔을 때는 새로 롤라 역을 맡은 배우와 사진도 찍고 무대 투어도 하고 재밌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한국에서 '킹키부츠'를 한다고 했을 때 마음 깊은 곳에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지만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어려운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힘들고, 또 힘들어 보이더라. 노래도 너무 높고 소화할 수 있을지 두려워 했다"며 "하고싶으면서도 두려워 했다. 그런데 도전을 안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도전을 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전 해보자' 해서 하게 된 거다"고 말했다.
"일단 처음 한국에 올리는 것이다 보니까 여러가지로 확정된 게 없었다. 그래서 더 좋은 방향으로 초석을 잘 다져야 했다. 그런 부분을 놓아버리면 그대로 흘러가 버리니까 끝까지 놓지 않고 좋은걸 찾아서 해야했다. 그러다 보니까 신경 써야 하는 게 많았다. 의상이나 힐도 그렇고 안무나 그런 모든 부분들을 처음 습득하고 표현해내야 하니까 준비를 많이 해야 했다. 그래서 흰머리도 난 거다. 지금은 그 흰머리를 잘 유지하고 있다. 가발로 가리기도 하고."(웃음)
그렇다면 한국 초연을 올리며 제일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일까. 오만석은 "한국의 정서"라고 답했다. 그는 "거의 똑같은데 내가 느끼기엔 드라마적인 부분에서는 한국 공연이 더 깊이 들어간다. 감정적으로도 훨씬 더 진하다. 한국 정서에 더 어필하려면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롤라와 아버지의 관계 형성 부분 역시 그렇다. 드라마적으로 중요한 장면이기 때문에 더 깊게 들어가려 한다. 이런 부분을 바꾸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서로 잘 이해하면서 좋게 완성시켰다"고 설명했다.
▲ "롤라와 헤드윅은 출발점이 다르다"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에 높은 힐까지 신으니 지칠법도 하다. 하지만 무대 위 오만석은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다. 총총 걸음은 사랑스럽고, 센스 있게 소화하는 대사는 재미있다. 여기에 감성을 듬뿍 담은 노래는 롤라의 심정을 대변하며 '네 자신이 돼라'라는 작품의 주제 의식을 확실하게 전한다.
오만석은 "힐 위에 서있는게 쉽지 않더라. 부츠가 또 워낙 쪼이고 높다. 그런거 신고 하루종일 서있는 분들이 대단하다"며 "'헤드윅' 때보다도 구두 굽이 훨씬 높다. 높은데다가 굽이 가늘다. '헤드윅' 때는 뒤가 약간 통굽이어서 막 뛰어 다녀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그러다 발목이 한 번 잘못 되면 완전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힐만큼 신경 쓰이는 것이 또 여장이다. 그는 극중 여장에 대해 "몸매 관리를 위해 연습 때부터 식사량을 많이 줄였다. 처음에 바로 줄이면 힘드니까 밥 한공기 먹던걸 반공기 덜 먹고 그랬다. 워낙 연습량이 많고 힐을 신고 안무를 하다보니 살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원래 좋아하는 구기 운동들을 다 끊었다. 축구나 야구도 자제하고 있다. 작품에 어울리는 형태를 갖춰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롤라는 되게 예쁜 사람이다. 아름다워지고 싶어하고 가꾸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몸을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오만석은 이와 함께 자주 비교되는 '헤드윅' 속 헤드윅과의 차이도 설명했다. 그는 "헤드윅은 '내가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가 많이 깔려 있다. 하지만 롤라는 내가 한 선택,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내 삶의 방식, 선택에 있어서 후회하지 않는다. '난 앞으로도 이런 선택을 할 거야'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떤 얘기를 할 때 긍정적인 무언가가 자꾸 발설된다. 헤드윅은 피해자적이고 폐쇄적인 부분이 있다면 롤라는 개방적이고 에너지틱하다"고 설명했다.
"헤드윅은 롤라와 성정체성이 좀 다르다. 심리적인 출발점이 상당히 다르다. 헤드윅은 말 그대로 성전환수술을 해버린, 또 이를 실패한 트렌스젠더의 모습이다. 롤라는 여장 남자, 말 그대로 드랙퀸이다. 정체성의 차이에서 좀 다르다. 아무래도 정체성에서 오는 심리적인 변화가 있는데 헤드윅은 세상에 대해 부정적이고 내가 피해자라는 입장을 많이 갖고 드라마가 출발을 하는데 롤라는 내가 피해자라기 보다는 내 선택에 있어서 후회하지 않고 내 삶을 재미나게, 내 스스로 가꿔갈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시작한다."
▲ "오늘 하루만큼은 무장해제 하고 즐길 준비 하시길"
유독 많은 연습량을 필요로 했고 그 강도도 셌던 만큼 '킹키부츠' 배우들의 팀워크는 상당하다. 특이 오만석은 선배로서, 티 나지 않게 그 역할을 다 하려 노력한다. 그는 "진짜 팀워크가 좋다. 앙상블도 정말 다 실력이 출중하고 조화가 잘 된다. 좋은 배우가 합류해주니 작품이 더 살고 훨씬 더 힘을 갖게 된다. 그래서 더 믿고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만석은 함께 롤라 역을 맡은 강홍석에 대해서도 "강홍석은 더 칭찬을 많이 받아야 되고 더 주목을 받아야 된다. 정말 열심히 노력을 했고 준비돼 있는 배우다. 홍석이가 이번 기회로 더 좋은, 더 많은 기회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6명의 엔젤들과도 사이가 남다르다. 공연 뒤 함께 떠날 여행 계획을 벌써 세워놨다. 그는 "엔젤들이랑 밥도 같이 먹으러 다니고 다른 캐스트들보다도 엔젤들과 시간을 더 가진 것 같다. 공연 끝나고도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낸다"며 "공연이 끝난 뒤 여행도 엔젤들과 가고 싶어서 벌써 다 예약했다. 아무래도 같이 힐 신고 스타킹 신고 가발 쓰고 화장하고 그러다 보니까 동지애 같은 게 깊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팀워크의 중심엔 분명 오만석이 있었다. 이러니 후배들이 오만석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을 잘 따르는 후배들에 대해 "밥을 잘 사서? 술을 잘 사서?"라고 너스레를 떤 뒤 "고마울 때가 있다. 공연할 때 자기 신이 아니더라도 어떤 친구들은 소대에서 본다. 어떤 날은 두 세명이 보더라. '너 왜 이렇게 네 것 아닌데 자꾸 나와서 보니?' 하면 '보고 있으면 좋다'고 하더라. 그럴 때 선배로서 고맙게 느껴진다. 연기에 대해 더 갈구하고 찾으려는 게 느껴져서 그런 자세를 볼 때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팀워크가 좋으니 최상의 공연이 나오고, 이는 곧 관객들의 반응으로 이어진다. 연령층이 다양한 작품인 만큼 반응도 다양하다. 오만석은 "20~30대 관객이 많은 다른 공연에 비하면 연령층이 다양하다. 아이들도 꽤 보이고 중장년층도 있다. 템포가 빠르니 나이 있는 분들도 좋아하고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 남자들이 오히려 더 반응이 좋다"고 덧붙였다.
"'킹키부츠'는 쇼뮤지컬이면서도 많은 관객층이 함께 할 수 있다. 관객층이 넓다 보니까 좀 더 대중성을 가지면서도 많은 분들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된다. 보시는 관객 여러분들에게 말씀 드리자면 기본적으로 공연을 보는 오늘 하루만큼은 무장해제 하고 즐길 준비를 하시라는 거다. 그렇게 공연을 보고나면 하루 하루가 즐길 수 있는 삶이 될 것이다. 또 남을 이해하고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가지 교훈만 얻어 가신다면 '킹키부츠'는 할 몫을 다 했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오는 2월 22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배우 오만석.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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