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순환 효과가 필요하다.
비디오판독 확대. KBL은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2일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그럴 만했다. 올 시즌 심판 판정에 대한 현장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었을 뿐이었다. 여론도 싸늘하게 돌아섰다. 1월 25일 전자랜드-모비스전, 2월 1일 KGC-동부전서 터진 결정적 오심과 테크니컬파울. 소통 불통의 극치, 명예가 실추된 심판들의 발버둥만 남아있었다.
▲뒤늦은 변화
그동안 KBL이 시행했던 비디오판독은 버저비터, 8초 바이얼레이션, 24초 바이얼레이션(매 경기 종료 상황) 터치아웃(4쿼터, 연장 매 쿼터 2분전), 3점슛 인정 여부, 자유투 슈터 확인, 각종 계시기 오작동, 몸싸움 발생시 가담한 사람 확인 등에 한정됐다. 이마저도 심판진이 직접 결정했고 감독은 4쿼터와 연장 매 쿼터 2분전 각 1회동안 골텐딩 여부에 대한 판정만 직접 비디오판독 요청을 할 수 있었다.
KBL이 2일부터 확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24초 계시기 버저가 울리기 전 성공된 야투가 손을 떠났는지 여부를 확인할 때(기존 4쿼터 또는 매 연장쿼터 2분 이내에만 실시), 터치아웃 여부가 불분명해 확인하고자 할 때,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 파울(U2)인지 여부를 확인할 때, 3점슛 라인 근처에서 슛 동작 시 발생하는 오펜스(또는 U2)파울을 확인할 때, 기타 주심이 비디오 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반적 파울 여부에 대한 비디오 판독은 여전히 허용하지 않았다.
비디오판독 확대시행은 놀랄 일이 아니다. NBA는 이미 비디오 판독 자체가 완전히 자리 잡혔다. 프로야구도 작년 ‘합의판정’이라는 이름으로 후반기부터 비디오판독을 확대 시행했다. 그 결과 팬들과 각 팀들의 불만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비디오판독 확대는 필연적으로 경기 흐름을 끊고, 시간을 지연시킨다. 하지만,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판정을 정확히 하고, 현장의 억울함을 줄이는 게 더욱 중요하다. 그게 시대적 요구다. KBL의 변화는 반갑지만, 한참 늦은 변화다.
▲허재 감독의 쿨한 인정
4일 전자랜드-KCC전서 비디오판독 확대 케이스가 적용됐다. 심지어 승부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상황은 이랬다. 77-77 동점. 경기종료 12초전 KCC 하승진이 골밑 훅슛을 시도했다. 그러자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이 뒤에서 엄청난 점프력을 앞세워 공을 쳐냈다. 심판진은 일단 골텐딩을 선언했다. 하승진의 손을 떠난 공이 정점에서 떨어지는 상황서 포웰이 쳐냈다는 것. 그러자 순간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결국 심판진은 비디오판독을 하기로 결정했다. 비디오판독 확대 시행 기타 사항. ‘주심이 비디오 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 의한 결정.
결과가 뒤집혔다. 포웰의 정상적인 블록슛으로 인정됐다. 하승진의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다. 볼 데드 규칙(4쿼터는 전자랜드의 선공)에 따라 KCC에 공격권이 주어졌다. 공격제한시간 약 2초 남은 상황. 디숀 심스가 왼쪽 사이드에서 곧바로 3점슛을 시도했고, 불발됐다. 포웰이 리바운드를 잡았다. 속공에 가담한 차바위에게 아울렛 패스, 결승 레이업 득점으로 이어졌다. 만약 비디오판독 확대 시행 전이었다면 득점 인정 이후 전자랜드에 마지막 공격기회가 주어졌을 것이다. 비디오판독 확대 시행으로 승부가 뒤바뀐 셈이다.
포웰의 블록슛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경기 후 전화가 닿은 한 농구관계자는 “느린 그림을 보니 솔직히 애매하다. 각도와 위치에 따라 블록슛으로 보이기도 했고, 골텐딩으로 보이기도 했다. 결국 심판의 판단”이라고 했다. 인상적인 건 KCC 허재 감독의 반응. 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서 비디오판독 결과를 깔끔하게 수긍했다. 결과적으로 KCC에 불리한 판정이 내려졌지만, 비디오의 힘을 빌려 심판들이 신중하게 결정한 것이니 문제 삼지 않은 것이다.
사실 비디오판독 확대는 지난 1일 KGC 이정현의 공격자 파울 등 누가 봐도 명백한 판정 오류를 바로잡자는 게 진정한 취지다. 이 관계자도 “비디오로 봤는데도 애매한 걸 어쩌겠나. 그땐 정말 심판의 재량”이라면서 “비디오 판독 확대로 명백한 오심을 없애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비디오 판독 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나오면 현장에서도 수긍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농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 당연히 심판들도 더 집중해서, 심지어 비디오의 힘을 빌리더라도 정확한 판정을 내려야 한다.
▲선순환 효과가 필요하다
그동안 KBL이 비디오판독 확대를 시행하지 못했던 이유는 심판 권위 실추 때문. 하지만, 이미 KBL 심판들의 권위는 실추된 지 오래다. 오히려 비디오판독으로 잘못된 판정을 바로잡는 게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농구뿐 아니라 야구, 배구도 비디오판독 확대는 대세다. 심판들은 비디오의 힘을 빌려서라도 최대한 정확한 판정을 내려야 한다. 포웰 케이스처럼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렇다.
NBA의 경우 일반적 파울에 대한 비디오판독은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KBL은 오심 빈도가 NBA보다 높다.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KBL의 경우 일반적인 파울에 대한 비디오 판독도 제한적이고 부분적으로 수용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4일 인천 경기서 심스의 3점슛 이후 포웰이 리바운드를 잡는 과정에서 하승진이 포웰과 엉켜 그대로 슬라이딩하다시피 넘어졌다. 경우에 따라 파울이 주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은 없었다. 기왕 비디오판독 확대를 결정했다면,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비디오판독과 KBL 심판들의 선순환 효과가 필요하다. 비디오판독 확대가 한국농구에 말하는 건 무엇일까. 좀 더 정확한 판정에 대한 시대적 요구의 수용이다. 그걸 KBL이 받아들였다는 게 포인트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농구심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노력 부족이었다. 오심 확률이 확연히 높은데도 정확한 판정을 내리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일부 심판들은 경기 끝나면 그걸로 끝”이라고 지적했다.
비디오판독 확대를 계기로 심판들에게 자극이 필요하다. 심판들은 비디오의 힘을 빌리되, 평상시에도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비디오 판독에 의존하기만 하면 안 된다는 의미. 그래야 실추된 이미지, 권위를 되살릴 수 있다. 심판과 비디오 판독이 일종의 선순환 효과를 낳아야 프로농구가 깨끗해진다. 아직 더 많은 시간과 노력,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KBL 심판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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