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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1990년대를 휩쓴 요정, 아침드라마의 여왕, SBS의 대표 아나운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세 여자가 며느리, 엄마, 그리고 딸이라는 이름으로 한풀이 토크를 나눴다.
9일 밤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는 '며느리 특집'으로 꾸며진 가운데 배우 최정윤, 걸그룹 SES 출신 슈, 박은경 SBS 아나운서가 게스트로 출연해 입담을 뽐냈다.
먼저 시선이 쏠린 것은 재계서열 44위 그룹의 아들과 결혼해 이른바 '재벌며느리'가 된 최정윤이었다. 그녀는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MC들을 향해 "친구가 전화해 '너희 집 슈퍼에 있어'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남편은 그룹과 무관하게 따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마트나 백화점에 가도 나는 돈을 다 낸다. 가족할인은 없다"고 털어놨다.
색다를 것 같은 재벌가의 삶이지만 최정윤이 말하는 일상 이야기는 평범한 세상 며느리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결혼을 하고 시어머니의 첫 생신은 며느리가 챙겨야한다고 하더라. 그걸 모르고 있다 친정어머니의 말을 듣고 시부모님을 초대했다. 요리에 자신이 없다보니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요리가 끝나고 시부모님이 도착하실 시간이 되자 어머니가 쫓기듯 집을 나가더라. 그러지 않았으면 했는데 너무 죄송했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박은경 아나운서는 엄마로서 자녀들에게 가지는 미안함을 말했다. 매일 저녁 라디오를 진행하기에 자녀들이 잠드는 시간 곁에 함께 할 수 없는 그녀. 박 아나운서는 "출근 준비를 하고 있으면 딸이 '왜 엄마는 나랑 같이 못 자?'라고 묻는다. 그러면 '돈 벌어야지'라는 답은 차마 자존심 때문에 못하고 '세상에는 엄마 라디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라고 말을 한다"고 고백했다. 그녀의 말에 자녀를 두고 일터로 떠나는 엄마의 마음에 공감한 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윽고 MC들은 "그럼 방송 시간을 조정할 수는 없나? 아니면 회사를 떠날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건넸다. 이에 대한 박 아나운서의 답은 '책임감'이었다. 그녀는 "'결혼한 여자는 이래서 안 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싫었다. 나도 있지만 내 이후에 여자 후배들도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될 것 아닌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며 워킹맘의 고뇌를 얘기했다.
이날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가장 많은 눈물을 보인 것은 슈였다. 프로그램 말미 슈는 눈물의 이유를 고백했다. 그녀는 "내가 아이를 낳고 나서는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 그래서 최정윤, 박은경처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부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슈는 "그런데 내가 집에서 아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 요즘 꿈이 생겼다. 집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사실 SBS '정글의 법칙'을 가고 싶다. 내가 혼자서 따로 여행을 갈 수는 없으니까…. 프로그램을 촬영하다 보면 나 자신의 소중함도 절실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며느리이고, 딸이고, 엄마이면서도 다시 한 사람의 여자로서 날아오르려 노력하는 슈퍼우먼들의 이야기가 담긴 '힐링캠프'였다.
[최정윤, 박은경, 슈(위부터).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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