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광주 FC의 김호남(26·FW)과 여름(26·MF)은 광주대 시절부터 8년을 함께 한 소문난 친구다. 임선영(27·FW)은 두 친구가 다투기라고 하는 날이면 편을 들어주라고 가장 먼저 쫓아가는 좋아하는 형이자 팀을 대표하는 주장이다.
각별한 세 사람은 광주의 역사이기도 하다. 임선영과 김호남은 창단멤버이고 여름은 2012년 친구와 프로무대에서 재회하며 광주의 일원이 됐다. 승격의 날 많은 눈물을 흘렸던 세 사람이 2015년 또 다른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다시 돌아온 클래식 무대의 돌풍이 승격의 주역 세 선수가 꿈꾸는 2015시즌이다.
세 사람에게 경남과의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은 최악의 경기이자 최고의 경기로 남아있다. 3위 강원, 2위 안산 경찰청과의 단판 승부를 잇달아 가져왔던 광주는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 3-1 승리를 안고 적지로 향했었다. 유리한 고지에 섰던 광주지만 경기 시작과 함께 디에고가 부상으로 실려나갔다. 송승민으로 급히 진영이 수정됐지만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임선영이 허벅지 근육 파열로 주저 앉았다.
임선영은 “마지막 순간에 뛰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억울했고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다른 선수들도 속으로는 많이 힘들고 고민스러워 했을 것인데 유독 여름이가 어떻게 하나며 계속해서 쩔쩔매고 있어서 ‘정신차리라’고 큰소리를 치고 나왔다. 그렇게 말은 하고 나왔지만 사실 라커룸에 가서 내가 울었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임선영의 한 마디에 다시 마음을 다 잡았던 여름도 기쁨의 눈물만 흘렸던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골 찬스를 살리지 못했던 여름은 설상가상 팀이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지옥을 맛봤다. 극적인 반전에 친구 김호남이 있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올린 크로스가 김호남의 머리로 향했고 이는 승격에 쐐기를 밖은 동점골이 됐다.
“슬로우 비디오처럼 공이 천천히 갔는데 호남이가 있어줘서 고마웠다”는 여름과 “전반전이 끝나고 선영이 형이 너무 미안해 하며 눈물을 보였다. 형 몫까지 하자고 생각했고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는데 여름이 도움을 줬다”는 김호남. 그리고 “나가면서 동료들을 믿었다. 애들이 해줄 줄 알았다”는 임선영.
광주의 비상과 추락을 함께 경험했던 세 사람에게는 서로가 힘이 됐고, 그 믿음은 광주의 승격을 이끌어냈다.
클래식 무대로 돌아온 광주의 터줏대감 3인방은 올 시즌 마지막에도 함께 웃기 위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챌린지 9위팀에서 승격을 이룬 팀이 된 만큼 ‘불가능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다. 지난 시즌 중반 물려받은 주장 완장을 다시 차게 된 임선영에게는 군입대를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시즌인 만큼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특별하다.
임선영은 “개인적인 목표는 사치다. 창단 초반에는 나를 비롯한 88들이 팀의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89둘이 중심이 돼서 선배 역할도 하고 팀을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오로지 팀을 위한 시즌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클래식 무대를 질주하는 여름과 김호남의 유쾌한 상상도 끝났다. 어렵게 되찾은 것을 쉽게 놓지 않겠다는 이들의 굳은 각오가 광주 시즈오카 캠프를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여름, 임선영, 김호남. 사진 = 광주FC 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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