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플레이오프 준비를)전혀 하지 않는다고 볼 순 없죠.”
전자랜드는 16일 KT와의 원정경기서 패배했다. 4연승을 마쳤다. 하지만, 여전히 6위를 지키고 있다. 7위 KT와의 승차는 3.5. 전자랜드는 잔여 7경기서 3승만 보태면 자력으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다. KT가 패배를 적립할 경우 필요승수는 당연히 1승씩 내려간다. KT 전창진 감독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라고 체념했다. 사실상 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확정적이다. 유도훈 감독도 “플레이오프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볼 순 없다”라고 했다.
전자랜드는 거의 매 시즌 꾸준히 6강 플레이오프에 나갔다. 하지만, 높이와 경험 부족으로 처절하게 싸웠음에도 결과물 없이 패퇴했다. 올 시즌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적인 높이가 낮고, 승부처서 확실한 경기 지배력을 갖춘 선수가 많지 않다. 전자랜드로선 플레이오프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맞춤형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레더 옵션
유도훈 감독은 최근 테런스 레더 기용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렸다. 그는 올 시즌 리카르도 포웰의 세컨드 옵션. 그러나 최근에는 포웰과 비중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 16일 KT전서도 레더가 선발출전했고, 포웰보다 더 오래 뛰었다. 표면적으로는 포웰의 좋지 않은 컨디션 때문. 포웰은 최근 종아리 근육 상태가 썩 좋지 않다. 관리가 필요하다. 승부처에만 집중적으로 기용된다.
결국 유 감독의 플레이오프 대비 작업. 유 감독은 “잘 되면 옵션 하나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단기전의 절대 변수인 골밑이 강하지 않은 전자랜드. 최대한 많은 옵션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게 유 감독 판단. 그는 “레더가 나이가 들면서 예전과 같은 득점력을 보여주진 못한다. 하지만, 리바운드 적극성이 있고 승부처에선 수비도 곧잘 한다”라고 평가했다. 여전히 쓰임새가 있다는 의미.
유 감독은 “레더가 공격 성공 확률을 높여야 한다”라고 했다. 올 시즌 레더의 야투율은 48%다. KBL 커리어 평균(56.1%)에 미치지 못한다. 기량 자체가 전성기에 비해 떨어진 탓이 크다. 그래서 유 감독은 잔여 경기서 레더의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전술을 개발, 실전 테스트를 가질 계획이다. 그는 “레더에게 인사이드 공격을 많이 시킬 것”이라고 했다. 실제 KT전서도 레더는 외곽슛을 최대한 자제했다.
▲상대 장, 단점 완벽숙지
유 감독은 “현 시점에선 10개구단 모두 상대 약점을 잘 알고 있다. 분석도 끝났다”라고 했다. 물론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각종 공수전술에 약간의 수정은 가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틀 자체는 바뀔 수 없다. 팀별로 선수구성과 특성에 최적화된 전략이 있기 때문. 그래서 유 감독은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올 게 없다”라고 했다.
플레이오프도 마찬가지. 정규시즌과는 또 다른 흐름이라고 해도 팀 특성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유 감독은 “국내선수들이 상대 장, 단점을 알고 움직여야 한다”라고 했다. 공격과 수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상대 단점을 파고 들고, 장점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것. 감독이 전체적인 틀을 짜더라도, 개개인이 명확히 알고 움직일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
유 감독은 “농구는 가드, 센터 싸움이다. 전자랜드는 1번과 4번이 잘 해야 한다”라고 했다. 전자랜드는 1번과 4번이 강하지 않다. 유 감독은 상대팀과 상대 전략에 따라 폭넓은 가드 운영을 한다. 때문에 박성진, 정재홍 등이 유 감독 전략 속에서 상대 장, 단점을 알고 움직이는 게 매우 중요하다.
4번은 정효근, 이현호, 주태수 등이 활용된다. 유 감독은 “우리도 4번으로 빅 라인업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신장 대비 기술이 떨어진다. 빅 라인업은 선수들이 1대1 능력을 갖고 있을 때 극대화되는 전략”이라고 했다. 국내 4번의 공격력이 떨어지는 건 전자랜드의 약점. 상대는 전략적으로 이들의 수비를 포기할 때가 있다. 유 감독은 “이현호, 주태수 등이 4~6점씩 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실제 플레이오프서 그렇게 될 경우, 승부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항상 이 부분이 플레이오프 아킬레스건이었다.
▲이기는 농구
유 감독은 이기는 농구를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6강에 대해 신경을 쓰지 말라고 했다. 상대도 중요한 게 아니다. 6위보다는 5위, 5위보다는 4위가 더 좋다”라고 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적이지만, 잔여 7경기서 최대한 승수를 챙기겠다는 것. 일단 좋은 흐름으로 플레이오프를 맞이하고 싶은 측면이 있다. 유 감독은 KT전 패배 직후 “우린 9연패한 팀이다. 언제든 전패할 수 있다”라며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심어줬다.
또 하나. 레더 케이스처럼 전자랜드는 잔여 경기서 분명 플레이오프 대비를 할 것이다. 시행착오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런 리스크 속에서도 최대한 승수를 추가하겠다는 건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겠다는 의미. 실제 플레이오프서 단기전 특유의 흐름을 장악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이기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유 감독은 KT전 패배 직후 “전자랜드 특유의 뜀박질 농구가 되지 않았다”라면서도 “이 패배가 약이 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다분히 플레이오프를 감안한 코멘트였다.
[유도훈 감독과 전자랜드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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