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김진성 기자] “안 하던 일 하니까 힘드네요.”
SK와 니혼햄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가 열린 지난달 27일 일본 오키나와 나고 시영구장. 관중석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쩐지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려야 할 것 같았지만, 그는 유니폼 대신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었다. 방망이와 글러브 대신 노트북과 기록지를 잡았다. 올 시즌부터 원정 전력분석원으로 새 출발을 선언했다.
삼성 강명구. 현역 시절 화려하지 않았지만,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 프로 10시즌동안 582경기서 111개의 도루를 해냈다. 대주자로 성공한 도루는 그를 따라올 자가 없다. 국내 ‘대주자 1인자’, ‘도루 스페셜리스트’로 불렸던 강명구. 지난해 발 빠르고 젊은 야수들에게 밀리면서 21경기 출전에 그쳤다. 결국 유니폼을 벗었다. 그리고 제2의 인생이 열렸다.
▲안 하던 일 하니까 힘드네요
은퇴한지 오래되지 않은 대부분 선수는, 한번쯤 현역 시절의 화려함을 그리워한다. 강명구 역시 마찬가지. 그는 “솔직히, 현역으로 더 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라고 했다. 여전히 만 35세. 충분히 현역 생활을 연장할 수도 있는 나이. 하지만, 강명구는 현실을 빠르게 순응했다. 젊고 발 빠른 후배들에게 길을 터줬다.
강명구는 “안 하던 일을 하니까 힘드네요”라고 웃었다. 이어 “아예 모르던 일을 새롭게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선수와 전력분석원이 하는 일은 완전히 다르다. 원정 전력분석원은 1년 내내 삼성이 아닌 타 구단 경기를 보러 다니면서 선수들의 특성과 팀 전력을 체크 및 파악하는 일을 한다. 그 결과물을 데이터화해야 한다. 이게 선수단에게 전달돼 시즌을 치르는 무기가 된다. 강명구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가 열리는 오키나와 전역을 돌며 타 구단을 분석 중이다.
전력분석원은 잠깐의 찰나도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생명. 노트북도 능숙하게 다뤄야 한다. 강명구는 “현역 때도 우리 팀을 쳐다본 적이 없다. 오직 투수만 봤다”라면서 “우리 팀이 아닌 다른 팀 경기를 보는 건 익숙하다”라고 웃었다. 이어 “지금은 각 팀 유망주들, 외국인선수들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가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넓은 시야. “다른 팀을 다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보는 눈을 넓혀야 한다”라고 했다.
▲허삼영 과장에게 배운다
삼성은 전력분석 파트가 가장 체계화된 구단. 통합 4연패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만 잘해서 달성한 게 아니다. 전력분석원들이 정제된 데이터를 선수단에 제공하고, 선수단과 효율적인 공조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력분석 파트에서 가장 잔뼈가 굵은 허삼영 과장이 숨은 공로자다. 그는 야구계에서 전력분석의 대가로 꼽힌다.
‘새내기 전력분석원’ 강명구는 허 과장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강명구는 “워낙 말씀이 없으신 분”이라면서도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또 눈치껏 배운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허 과장님이 시킨 일 위주로 하고 있다”라고 웃었다. 류중일 감독도 “열심히 하라”며 새 출발한 강명구에게 격려를 해줬다고 한다.
강명구는 아직 조심스럽다. “결국 분석을 하면 결과는 비슷하다”라면서도 “내 생각과 분석이 다른 팀들의 분석과 다를 수도 있다”라고 했다. 그 간극을 좁히고 혹시 모를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많이 부딪혀보고, 배울 수밖에 없다. 현역 시절과는 또 다른 책임감을 요하는 직업이 전력분석원이다. 강명구는 “또 다른 두려움과의 싸움이다. 익숙해지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명구. 사진 = 일본 오키나와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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