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을 빼놓고 모비스 농구 얘기를 할 수가 없다.
시즌 초반이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불만족 인터뷰’가 화제에 올랐다. 시즌 초반 모비스는 잘 나갔다. 그러나 유재학 감독은 “내가 봐도 신기하다. 왜 잘 나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했다. 이어 유 감독은 박구영, 송창용, 전준범 등 백업 멤버들의 세부적인 수비 테크닉에 대해 일일이 지적했다. 또 함지훈, 이대성 등 부상 후유증이 있는 선수들의 더딘 페이스를 걱정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유 감독의 불만족 인터뷰는 ‘엄살’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유 감독의 불만족 인터뷰는 ‘엄살’이 아니라 ‘팩트’로 인정을 받았다. 3라운드까지 21승6패였던 모비스는, 4라운드 중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제 1일 전까지 2015년 성적은 12승8패다. 그래도 4~5라운드를 6승3패로 마쳤지만, 6라운드서는 4승3패 보합세다.
이유가 있다. 모비스는 실제 과거에 비해 그렇게 좋은 전력이 아니다. 대표팀 여파로 양동근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함지훈과 이대성은 발가락, 발목 수술 후유증으로 비 시즌 체력훈련을 전혀 하지 못했다. 시즌 중반까지 양동근, 문태영의 지배력은 대단했다. 승부처만 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노장이다. 5라운드 이후 두 사람의 체력 저하는 눈에 띈다.
유 감독은 알면서도 조절해주지 못했다. 함지훈과 이대성의 경기력이 올라오지 못한데다 주전과 백업의 실력 격차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체력과 집중력 저하에 시즌 막판 LG와 동부의 급상승세까지. 모비스로선 옳게 승수를 쌓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우승까지 골인한 건 그만큼 다른 팀들이 모비스를 견제하지 못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모비스의 정규시즌 우승은 단순히 운 또는 행운일까. 그건 아니다. 그 역시 결국 유재학 감독에게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유 감독은 잘 알려진대로 별명이 만수다. 경기 상황에 따른 기민한 대처가 아주 뛰어나다. 이는 철저한 준비를 밑바탕에 둔다. 기본적으로 유 감독은 연구를 많이 한다. 매 경기 플랜 수립이 아주 디테일하다. 예를 들어 SK 애런 헤인즈를 잡기 위해 2-3 매치업 존을 다듬은 것. 4~5라운드서 동부에 연이어 패배하자 6라운드서 동부 특유의 지역방어를 잡기 위한 외곽 부분전술을 가다듬은 것 등은 결국 유 감독의 힘이라고 봐야 한다.
그 속엔 기본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유 감독은 수 차례 “수비의 경우 맨투맨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바스켓을 등지고 하는 맨투맨을 기본적으로 이행하지 못하는 선수는 경기에 출전조차 할 수 없다. 매년 비 시즌 극한의 훈련을 한다. 모비스 특유의 사이드스텝 훈련은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 이 과정을 이겨내지 못한 선수들은 낙오된다. 그리고 유 감독은 그 과정을 이겨내고 기본에 충실한 선수에게 확실하게 출전기회를 보장한다. 양동근과 함지훈이 그렇게 스타로 거듭났다. 유 감독이 팀에 융화되지 않는 선수를 싫어하는 것도 개인이 아닌 ‘팀’이 우선이란 의식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기본적인 기량이 검증된 로드 벤슨이 팀 내에서 트러블을 일으키자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 미련 없이 내보냈다.
유 감독이 상대적으로 모비스를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건 맞다. 하지만, 없거나 틀린 얘기를 하는 사령탑은 절대 아니다. 다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끝까지 원칙을 지키고, 팀을 하나로 묶는다. 그리고 승부처를 버텨낼 대안을 마련한다. 유 감독이 모비스를 냉정하게 바라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불만을 갖지 않았다면, 위기를 극복할 동력조차 찾지 못했을 것이다. 유 감독의 ‘불만족’은 모비스 농구의 냉정한 현실 토로이자 정규시즌 우승의 시작점이었다.
[유재학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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