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말도 안 되죠. 논의를 다시 해야 합니다.”
올 시즌 KBO리그는 변화가 많다. 화두는 ‘스피드 업’ 강화. 공수교대 시간, 이닝 중 투수교체 시간, 타자의 테마송 시간 등을 모두 줄였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타자가 타석에 들어선 뒤 최소한 한 발을 무조건 타석 안에 둬야 한다는 것. 타자가 투수와의 승부 도중 의도적으로 타석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 실제 과거 1~2구만에 습관적으로 타석에서 벗어나거나 갑작스럽게 타임을 요청하는 타자가 적지 않았다. 이런 부분이 경기시간이 늘어지는 데 한 몫을 했던 것도 맞다. 타자가 이 룰을 위반할 경우 구심은 투수에게 곧바로 투구를 지시,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선언한다.
시범경기서 부작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7일 대전 개막전서 한화 김경언과 LG 이진영이 황당한 삼진을 당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아차’ 싶어 두 발 모두 타석에서 벗어났는데, 구심이 규정에 따라 스트라이크를 선언해 삼진 처리됐다. 김경언과 이진영은 타격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덕아웃으로 돌아섰다. 현장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야구의 본질을 훼손하는 규정이기 때문. 쉽게 말해서, 경기 종반 박빙 승부처에서 이 규정을 위반한 타자의 팀이 어이없게 스트라이크를 받고 경기 자체를 내줄 수 있다.
▲왜 부당한가
삼성 류중일 감독은 “다른 건 몰라도 2스트라이크 이후 두 발 모두 타석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삼진을 주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야구는 타자가 스트라이크 3개를 당해야 삼진이고, 볼 4개를 골라야 볼넷”이라고 강조했다. 이 룰 자체가 야구의 근간을 훼손하는 규정이라는 것. 류 감독은 “시범경기 이후 재논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 역시 “그건 말도 안 된다”라며 류 감독과 같은 의견을 표시했다.
선수들의 주장은 구체적이었다. 한 타자는 “한 발은 타석에서 벗어나도 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어차피 심판들이 두 발 모두 빨리 타석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투수들도 공 1개를 던지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타자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그는 “타자들도 자신만의 습관이라는 게 있다. 타자들의 타격 밸런스를 깨트리게 할 수도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한 타자는 “그 규정을 시행한다고 해서 실제 스피드업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클리닝타임을 없애는 게 낫다”라고 했다.
야구관계자들의 반발의 수위가 높다. 류 감독은 “다음주 월요일(16일)에 감독들이 대전에서 만날 수도 있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미디어데이 때 만나면 늦다. 그 전에 만나서 감독들끼리 의견을 나눠봐야 한다”라고 했다. 이 규정에 찬성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결국 어떻게든 손질될 가능성이 크다.
▲야구의 본질과 스피드 업의 접점 찾기
이 규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것일까. 야구관계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일단 타석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곧바로 스트라이크를 선언하는 것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또한, 2스트라이크까지는 종전대로 페널티를 주되, 2스트라이크 이후 타자가 타석에서 양 발 모두 벗어날 때는 스트라이크 대신 경고를 1~2차례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류중일 감독은 “2~3번 정도 벗어나기 전까진 경고를 주고, 그 이후 스트라이크를 줘도 된다”라고 했다. 김태형 감독도 “습관적으로 타석에서 벗어나는 타자들만 제재하면 된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시즌 전 감독자 회의에선 투수가 고의사구 의사를 보이면 곧바로 타자를 출루시키자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무산됐다. 그것도 야구의 묘미다. 고의사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해 폭투가 되는 경우도 있다”라고 웃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자동으로 삼진을 당할 수 있는 이 규정도 마찬가지. 무리수가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핵심은 스피드 업을 추구하면서도, 야구의 본질 자체는 최대한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현장 관계자들과 KBO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문제다.
[이진영(위), 김경언(아래). 사진 = 대전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대전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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