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의 텐백은 용감했다. ‘초보감독’ 김도훈은 공격수 출신답게 뒤보다 앞으로 나가 전북 현대를 상대했고 홈 팬들 앞에서 ‘1강’ 전북의 연승을 멈추게 했다.
인천은 22일(한국시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에서 전북과 0-0 무승부를 거뒀다. 개막 후 2무1패를 기록한 인천은 첫 승을 또 다시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지만 전북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앞으로를 기대케 했다.
김도훈 감독은 4-1-2-3(4-3-3)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핵심은 포백 수비 앞에 선 홀딩 미드필더인 ‘4번’ 김원식이었다. 김원식 앞에 조수철, 김동석을 나란히 배치해 ‘역삼각형’ 미드필더를 구축했다. 이는 전북의 4-1-4-1 포메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최강희 감독은 부상에서 갓 회복한 이동국을 벤치에 앉혔고 에두 원톱을 가동했다.
여기까진 다른 팀들과 다르지 않다. 인천이 전북을 상대로 좋았던 점은 기막힌 ‘라인 컨트롤’이었다. 보통 전북을 상대하는 팀들은 라인을 내리기 일쑤다. 전북의 발 빠른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다. 서울의 경우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지만 후반 들어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냈고 결국에는 전북의 투톱 변화에 당했다.
“수비라인을 3분의 1지점에 형성하느냐 더 올리느냐를 두고 겨울 내내 훈련을 했다. 우리는 수비진을 올려서 상대 센터포워드를 오프사이드에 걸리게 만들었다. 뒷 공간을 내줄 수 있지만 유현 골키퍼가 빠르게 때문에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김도훈 감독
인천은 전진과 후퇴 사이의 적절한 라인을 찾았다. 지나치게 앞으로 나가지도, 그렇다고 내려서지도 않았다. 이를 위해선 선수들간에 호흡이 중요하다. 하루 이틀에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처럼 인천 포백은 페널티박스에서 높게는 5m 이상을 전진했다. 그로인해 인천은 포백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게 유지됐다. 전북이 공격 2선에서 이렇다 할 슈팅 기회를 잡지 못한 이유다. 전북은 전반에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측면에 대한 봉쇄도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이날 레오나르도와 한교원은 속시원한 돌파를 제대로 시도하지 못했다. 이때도 인천의 라인 컨트롤이 주효했다. 김도훈 감독은 레오나르도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 볼을 잡기 전에 압박하도록 주문했다.
“전북은 치고 빠지고를 반복한다. 그래서 레오나르도에 대한 주문을 따로 했다. 스피드를 살리지 못하게 하려면 처음부터 압박해야 한다” -김도훈 감독
인천 수비의 하이라이트는 전북이 이동국을 교체 투입한 후반 10분 이후다. 최강희 감독은 공격이 풀리지 않자 레오나르도를 빼고 이동국을 내보내며 ‘투톱’ 전술로 전환했다. 에닝요가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4-4-2(또는 4-1-3-2) 포메이션으로 바뀌었다.
이에 김도훈 감독은 선수 ‘교체’가 아닌 ‘이동’으로 대응했다. 홀딩 미드필더인 김원식을 중앙 수비수 위치까지 내리면서 사실상 ‘스리백’으로 수비라인을 전환했다. 자연스레 인천의 포메이션은 5-4-1이 됐다. 그러나 전문 센터백을 투입했던 서울의 스리백과는 조금 달랐다. 이는 김원식의 움직임에 있다. 김원식은 에두와 이동국 중 한 명이 내려가면 그를 쫓아가 압박했다. 또 공중볼 경합 상황에선 세컨볼을 따내는데 집중했다.
앞서 전북 투톱이 위협적이었던 이유는 투톱에게 3명의 중앙 수비가 쏠리면 다른 곳에서 공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도훈 감독은 이 점에 주목했다. 중앙 수비로 나선 김대중, 요니치는 역할 분담이 확실했고 김원식과의 호흡도 매우 안정적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후반 30분 마지막 교체카드로 ‘포워드’ 김동찬을 투입한 것도, 투톱에 대한 인천의 대응이 완벽했기 때문이다. 이동국, 에두가 ‘스리백’ 고립되자 한 명의 공격수를 더 투입해 인천 수비를 분산시키려는 의도였다.
“축구에서 1명 퇴장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10명이 이기는 경기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선취골이 중요했지만 사이드에서 풀지 못했고 슛도 부정확했다. 우리가 못했다기보다 인천이 잘했다” - 최강희 감독
그럼에도 인천 수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도훈 감독이 수비 조직에 대한 훈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김도훈 감독은 권완규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자 재빨리 중앙 미드필더 조수철을 우측으로 이동시켜 밸런스를 맞췄다. 그리고 곧바로 김인성을 빼고 김용환을 투입하며 스리백을 재정비했다.
‘텐백’을 언급했지만 인천이 수비축구를 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만큼 잘 조직된 수비를 선보였다는 의미다. 인천은 전북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용기 있는 전진을 택했고 투톱 전술에도 유기적인 변화로 대응했다. 김도훈 감독의 말처럼, 인천에겐 승점 3점 이상의 효과를 본 경기였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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