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수원 강진웅 기자] 과연 무릎이 아픈 선수가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활약이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 이어 2차전서도 엄청난 활약을 펼친 로버트랜디 시몬에 의해 모든 것을 가져온 OK저축은행이었다.
OK저축은행(이하 OK)은 23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한국전력(이하 한전)과의 경기에서 풀세트 끝에 세트스코어 3-2(22-25, 25-23, 25-23, 18-25, 15-11)로 승리했다. 이로써 OK는 플레이오프 전적 2승 무패를 거두며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한전을 누르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는 어느 팀이 이겨도 V-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경기였다. OK가 이긴다면 창단 두 시즌 만에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 기쁨을 맛보고, 한국전력이 승리한다면 V-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승리를 따내기 때문.
경기 전 OK 김세진 감독은 “시몬 뿐 아니라 선수 대부분이 몸이 안 좋다”라면서도 “당연히 오늘 끝내고 싶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며 2차전에서 끝내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어려운 경기가 될 것임을 예상했다.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놓인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지금 시점에서는 제가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면서 “선수들이 1차전 때 긴장을 많이 했다. 단기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 오던 기본을 유지하라고 주문했다”며 2차전을 앞둔 심정을 전했다.
지금까지 V-리그 출범 이후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이 챔프전에 진출할 확률은 90%다. OK는 이 확률에, 한전은 이 확률을 뒤집는 데 집중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남다른 각오를 갖고 코트에 들어선 한전 선수들의 집중력이 더 높았다. 1세트 초반부터 끈질긴 수비와 함께 높은 집중력으로 끝까지 공을 쫓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이 같은 모습으로 범실을 8개 기록했지만 1세트 막판 터진 주포 쥬리치의 공격력과 전광인의 파이팅 넘치는 디그와 공격으로 1세트를 한전이 가져갔다.
그러나 이후는 OK저축은행의 주포 시몬의 경기였다. 첫 세트를 한전에게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한 OK였지만 그들에게는 어린 선수들을 다독여가며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한 ‘시몬스터’ 시몬이 이었다.
시몬은 1세트 4득점, 공격성공률 28.57%로 부진했다. 그러나 그의 본 모습은 2세트부터 나왔다. 2세트 초반부터 시몬은 후위공격과 속공, 퀵오픈으로 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팀의 12-7 리드를 이끌었다. 세트 막판 한전이 방신봉의 속공 득점과 쥬리치의 오픈 공격으로 22-23까지 추격했지만, 역시 이번에도 OK에는 시몬이 있었다. 시몬은 강력한 후위 공격으로 세트포인트를 만들었고, 결국 2세트를 가져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시몬의 2세트 득점은 블로킹 3개, 서브 득점 1개 포함 15점이었고 공격성공률은 64.71%에 달했다.
3세트도 역시 시몬의 세트였다. 더욱 높은 집중력과 간절함을 보인 한전이 세트 초반부터 치고나갔고 세트 중반까지도 20-16으로 OK에 앞서갔다. 그러나 시몬은 이 때부터 힘을 냈다. 시몬은 16-20으로 뒤진 상호아서 오픈 공격, 속공으로 18-20을 만들었다.
이에 한전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한전이 연속 범실을 기록하며 점수는 20-20 동점이 됐다. 한전이 쥬리치의 후위 공격으로 앞서갔지만 시몬이 퀵오픈과 후위 공격으로 22-21로 역전시켰고, 결정적인 서브 득점으로 23-21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시몬은 후위 공격으로 2점을 추가하며 팀에게 3세트를 가져다줬다. 시몬은 3세트에만 13득점, 80%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몬은 4세트 들어 공격이 자주 한전의 블로킹에 막히며 득점이 4점에 그쳤다. 이렇게 되자 OK의 득점력은 급격히 떨어졌고, 결국 OK는 4세트를 내주며 승부는 마지막 5세트까지 이어졌다.
시몬은 5세트에도 알토란 같은 역할을 보여줬다. 세트 초반부터 연속해서 속공 득점을 뽑았다. 이후에는 결정적인 순간 디그까지 성공시키며 공수 모두에서 맹활약했다. 그리고 이후 9-6으로 앞선 상황에서 결정적인 공격 득점까지 기록하며 팀에 승기를 사실상 가져왔다. 시몬의 활약과 다른 국내 선수들의 끈질긴 플레이가 나온 OK는 결국 한전을 상대로 5세트를 가져가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날 OK 시몬은 블로킹 5개, 서브 득점 3개 포함 43득점을 기록하며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것과 동시에 팀의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시몬이 없었다면 OK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시몬이 OK 그 자체였던 경기였다.
[로버트랜디 시몬. 사진 = OK저축은행 제공]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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