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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이병헌 감독은 20대 중반에 '스물' 시나리오의 초안을 완성했다. 당시만 해도 20대를 아우르는 이야기였다. 20대에 쓰는 20대 이야기는 분명 현재 '스물'의 시나리오와는 달랐을 것이다.
그 후 10년여이 지난 30대 중반 다시 '스물'을 만들었다. 20대의 이야기는 스무 살의 이야기로 집중했고, 산만한 가지를 쳐내가면서 축약시켰다. '스물'의 자체발광 코미디는 그렇게 탄생했다.
"스물이라는 단어가 문득 떠올랐어요. 그 시절을 생각하니 설레고 그리우면서 재밌었죠. 그때는 자신의 어설픔을 감추지 못하는 나이잖아요. 그때의 고민을 하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울 것 같았고 공감을 이끌어 낼 것이라 생각했죠."
'스물'의 미덕은 공감가는 이야기와 캐릭터다. 주변에 있을법한 친구들이 등장하는 '스물'은 바로 이병헌 감독의 자화상이었다. 20대에 치호(김우빈)처럼 잉여 생활을 한 이병헌 감독은 그를 중심으로 친구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그 결과 생동감 넘치는 치호와 동우(이준호), 경재(강하늘)이 만들어졌다.
김우빈과 이준호, 강하늘은 평범한 스무 살을 보내진 못했지만, 누구나 겪었을법한, 또는 누구에게나 들을 수 있는 '스물'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시나리오 안에서 그들은 충분히 편안하게 놀았다.
"친구들과 놀아본 경험이 있을 거니까 쉬울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들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인물의 감정이나 재미를 제 생각보다 훨씬 잘 이해하고 있었어요. '정말 이래요?'라고 물어보긴 하더라고요. 본인이 대사를 말하면서도 재밌어 했어요(웃음)."
'스물'을 보고 있으면 "저들이 저렇게 망가져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많이 망가졌고 찌질했다. 잠들기 전 발차기를 할 정도로 우스꽝스럽고, 부끄러운 모습들로 빼곡히 채워진다. 이병헌 감독의 철저한 계산이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생각했던 부분"이라며 어설픔을 포장할 줄 모르는 나이에서 오는 찌질함이라고 했다.
세 배우는 물 만난 고기처럼 극에 녹아 들었다. 이병헌 감독은 진짜 스무 살을 보내듯 놀고 있는 배우들을 보며 "말려야 하나"라는 고민까지 했다. 김우빈이 '용돈을 달라'며 뛰어다닐 때는 카메라에서 벗어날까봐 걱정까지 해야 했다.
'스물'은 촬영 전부터 좋은 시나리오로 입소문이 자자했다. '써니' '과속 스캔들' '타짜: 신의 손' 등의 각색가로도 유명한 신인감독 이병헌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부담감은 없었다. 연출경험이 많지 않았던 이유로 힘들 때 시나리오를 믿었다.
"기댈 수 있는 건 시나리오였어요. 제가 원하는 모든 걸 충족시키면서 작업을 할 순 없어요. 그때마다 시나리오를 보는 편이에요. 문제가 없다면 타협하고 넘어가자고 했어요. 흥행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시나리오보다 영화가 안 나오면 어쩌나하는 부담은 없었어요."
보통 스무 살을 생각하면 찬란함, 풋풋함, 가능성 등 긍정적인 단어들을 떠올린다. 이병헌 감독은 스무 살을 어떻게 정의 할까.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나이"라 했다.
"어떻게 정의를 내릴까 싶어요. 잠시 머무는 나이 같아요. 준비과정에 있어서, 진짜 시작을 하기에 앞서 1년 동안 머무는 것 같아요. 정의를 내리기 보다는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이병헌 감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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