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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관객의 신뢰를 얻고 싶다면? 예능에서 모습을 감춰라.
CGV가 지난 1월 23일부터 2월 5일까지 14일간 2014년 상, 하반기 각각 2회 이상씩 CGV를 이용한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화배우/감독 선호도 조사’를 최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송강호(28.4%)가 관객들의 가장 높은 신뢰를 얻었다. 이어 황정민, 하정우, 최민식, 강동원, 류승룡, 김윤석, 차태현, 설경구, 김수현, 김명민, 박해일, 하지원, 원빈, 한석규가 뒤를 이으며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에 이름을 올렸다.
15명의 배우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예능 출연이 뜸한 배우들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 차태현이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 출연 중이지만 그 역시 작품 홍보 기간 외에는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지 않았다.
사실 적지 않은 배우들이 ‘예능이냐 연기냐’를 두고 고심한다. 특히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더 그렇다. 예능 출연은 단박에 인지도를 얻을 수 있지만 작품 속 캐릭터 변신에 제약을 준다.
이미 배우로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차태현을 보며 ‘개그맨 보다 더 웃긴 배우’, 송일국을 보며 ‘삼둥이 아빠’, 차승원을 보며 ‘차줌마’, 강예원을 보며 ‘아로미’를 떠올릴 것이다. 부작용을 떠안게 된 셈, 예외가 차태현인데, 코믹장르에 특화된 배우라 예능 이미지가 독이 되지 않았다.
차태현은 지난 22일 방송된 ‘1박2일’에서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고 싶다. 그런데 나의 욕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내 연기를 보러오는 사람들은 웃으려고 오시는 분들이 많다. 나는 코미디를 버릴 수 없다. 버리고 싶지도 않다. 웃음을 준다는 게 목표이고, 제일 보람이기도 하다”며 배우로서 느끼는 갈증을 내비친 바 있다.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차태현도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데, 예능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지가 고착화 된 배우라면 더 갈증이 클 수밖에 없다.
이미지 소진도 문제다. 잦은 예능 출연은 배우로서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상위권에 랭크된 배우들만 봐도 오롯이 작품으로만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 속 캐릭터로만 배우를 봐 온 탓에 고정된 이미지가 없고, 그 덕에 변신을 시도하는 모습이 신선하며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배우에게 예능 출연은 ‘양날의 검’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본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잦은 노출은 배우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고정된 이미지 때문에 배역의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그럼에도 예능 출연은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다. 인기를 얻고 배우의 길을 돌아갈지, 천천히 가되 정도를 걸을지. 이는 배우가 스스로가 선택할 몫이다.
[배우 송강호, 황정민, 하정우, 류승룡, 강동원, 최민식(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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