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악착같이 해야 한다.”
10구단 KT는 예상대로 시즌 초반 악전고투 중이다. 개막 4연패. 퓨처스리그와 1군리그,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KT는 NC와 마찬가지로 기존 구단들의 도움을 얻어 즉시전력감을 많이 확보했다. FA, 외국인선수 혜택도 봤다. 1군엔트리도 다른 팀보다 1명 많은 28명으로 운영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1군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대다수. 어쩔 수 없이 성장통이 필요하다. NC도, 과거 신생팀들도 그랬다. 1일 수원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KT 조범현 감독은 “개막 이후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던 부분도, 그렇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다. 아직은 기다려줘야 한다”라고 했다. 조 감독은 이미 SK 창단 감독시절 신생팀 운영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는다.
▲팀 컬러? 악착같이 해야 한다
조 감독에게 “추구하는 팀 컬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조 감독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짧은 한 숨을 내쉰 뒤 “지금은 일단 악착같이 해야 한다”라고 했다. 확실한 팀 컬러가 구축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 그는 “팀 컬러가 형성될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모르겠다”라고 했다.
조 감독은 “그동안 전력에 대한 아웃라인을 잡고는 있었지만, 실제 1군에서 뛰는 건 처음이다. 퓨처스리그, 시범경기와는 천지차이다.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의 본 모습을 파악해나가야 한다. 아직 어려움이 있다”라고 했다. 삼성을 예로 들었다.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전력이 계산돼 있다. 우린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KT에는 프로 적응도 제대로 되지 않은 신예들, 커리어 대부분을 백업으로 뛰어온 선수가 많다. 이들이 1군서 풀타임을 뛸 때 어느 정도의 역량을 실전서 쏟아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조 감독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때문에 KT가 발휘할 수 있는 전력 최대치도 현 시점에선 가늠하기 힘들다.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는 많지만, 당장 팀 컬러를 정의내리거나 방향을 잡는 건 쉽지 않다. 조 감독이 선수들에게 악착 같은 플레이를 주문하는 건 프로의 기본자세를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선수의 역량 최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래야 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
▲희망과 보완점
희망도 발견했다. 4경기서 팀 타율 0.279로 4위. 베테랑 위주의 라인업에 김사연, 김동명 같은 기대주들이 섞였다. 조 감독은 “시범경기서 그렇게 안 맞더니만, 정규시즌 들어오니 타자들의 집중력이 눈에 보인다. 빅이닝도 나오는 데 좋은 현상이다. 몰아붙이는 집중력이 있다”라고 호평했다. 다만 “주루사와 견제사가 나오는 데 안 나올 수 없다.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냉정한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조 감독은 “투수의 수를 읽고 대응하는 요령을 키워야 한다. 연습할 때 잘 치다가도 경기에만 나가면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질은 있지만, 수읽기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KT 타자들은 1일 경기서 득점 찬스를 잡고도 노련한 윤성환의 지능적인 투구에 연이어 삼진으로 돌아섰다. 조 감독은 “타율 0.250치는 타자가 세밀한 요령을 키우면 0.270~0.280까지 칠 수 있다”라고 했다. 지금 KT 타자들은 그 과정이 필요하다.
마운드도 마찬가지. 개막 첫 3경기서 외국인 선발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1일 선발 박세웅이 구단 최초로 5이닝을 버텼다. 4실점으로 무너졌지만, 나름의 희망도 봤다. 조 감독은 “용병들의 부진이 아쉽지만, 곧 좋아질 것이다. 박세웅, 이성민, 심재민, 이창재, 고영표 등은 2~3년간 부상 없이 꾸준히 1군에서 뛰면 좋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특히 심재민을 두고 “(중, 고교시절)큰 경기를 많이 치러봐서 쉽게 흔들리진 않는다”라고 기대했다.
1일 출격한 박세웅은 KT 마운드 최고 기대주. 지난해 퓨처스리그와 올해 시범경기서도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조 감독은 “너무 힘으로만 하려고 한다. 타자와 타이밍 싸움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실제 박세웅은 4회 제구가 흔들려 무너지는데도 같은 템포로 투구하면서 삼성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 당했다. 타자들과 마찬가지로 KT 젊은 투수들에게도 경기운영능력, 다시 말해 상대 타자와의 수 싸움 능력 향상이 필요하다.
물론 답은 나와있다. 조 감독은 “기다려야 한다”라고 했다. 그 기다림의 끝에 KT만의 팀 컬러가 탄생할 것이다.
[조범현 감독(위), KT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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