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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거칠거나 부드럽거나, 나종찬.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의 이하늬 곁에서 굳은 얼굴로 서 있던 어두운 남자. 덥수룩한 수염. 고통의 세월을 다 짊어진 듯한 두꺼운 어깨. 호위무사 세원. 감정의 미동 따위 없는 차가운 표정의 이 남자는 여동생과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뜨거운 피를 토하고 죽어갔다.
세원이 세상을 떠나자 시청자들은 울었다. 그 마지막 장면이 두고두고 분하다. "더 분명하게 대사를 전달했어야 하는데, 하아…." 나종찬의 한숨이 깊었다.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데뷔작이다. 스물한 살. 1994년생.
아홉 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가 3년을 살았다. 어린 나이였다. 힘들었다. 차별 때문이 아니다. "흑인 친구들이 많았어요. 백인 여자친구도 있었고요." 캐나다에 남고 싶었다. 부모님께 "드럼 사주시면 한국 갈게요"라고 했다. 열두 살쯤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헤비메탈을 들었어요. 슬립낫을 좋아했어요." 요즘은 어지간해선 안 듣는다. "누군가 여러 사람들이랑 있을 때 들으면 민폐라고 하더라고요." 결국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국 밴드는 백두산을 좋아해요"라고 했다.
배우가 되고 싶었다. 캐나다에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하다'를 봤기 때문이다. 아름다웠다. 배우도, 연기도, 분위기도, 그저 모든 게 아름다웠다. "나도 연기란 걸 해보고 싶다"고 처음 느꼈다. 이상형은 "문채원 선배"다. "그냥 반했어요."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 "판타지, SF는 잘 안 봐요. 좋아하는 영화는 '클래식', '내 머릿속의 지우개'. '연애소설'은 보고 울 뻔했지만 참았어요. 꾹."
반항아였다. 다만 일찍 정신차렸다. 아버지 때문이다. 말썽 피운 날,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아들을 바라보던 아버지가 긴 침묵 끝에 처음 꺼내신 말씀은 "밥은 먹었냐?"였다. 그 말이 어쩐지 울컥했다. 아버지는 동네 분식집에 데려가서 참치비빔밥을 사주셨다. 참치비빔밥을 먹는데 목구멍이 뜨거웠다. 그때 다짐했다. '이제 절대로 반항하지 않을 거다.' 이 얘기를 하는 데도 왠지 눈이 벌겋다. 그러고 보니 외모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눈이라고 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 포미닛의 기획사다. 비스트도 소속된 그 기획사. 아이돌가수로 유명한 회사다. "춤도 배워봤는데, 진짜 춤은 못 추겠어요." 아이돌 전문 기획사의 남자 신인 배우라. 아이돌 틈에서 홀로 불안하지 않은가. "그런 건 없어요. 나만 잘하면 되니까."
여자친구도 없다. 거짓말 하는 거냐고 물었다. "거짓말하면 얼굴이 빨개져요." 햇빛에 그을린 피부가 유난히 거멓다. 가장 행복했던 인생의 기억은 열다섯 살 때였다.
"중3 때.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첫사랑이었거든요. 행복했어요. 살면서 가장 행복했어요."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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