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3연패가 없다. 이 자체로 한화 이글스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긴 연승 행진을 이어가는 건 좋은 일이다. 물론 연승은 이어가고, 연패는 짧게 끊는 게 좋지만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보다는 꾸준히 안정적으로 시즌을 치르는 게 중요하다. 특히 긴 연패에 빠지면 팀 분위기 침체는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올 시즌 한화의 '3연패 제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화의 올 시즌 최다 연패는 2연패에 불과하다. 올해 총 4차례 2연패에 빠졌는데, 지난달 3일과 5일 마산 NC 다이노스전, 지난 6~7일 대전 kt 위즈전, 9~1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15~16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전이다. 그런데 3연패는 당하지 않았다. 올 시즌 10개 팀 중 유일하게 3연패가 없는 한화다. 지난해까지 통합 4연패를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도 한 차례 3연패를 당한 바 있다.
특히 올해 한화는 패배 다음날 18경기에서 14승 4패(승률 0.778)를 기록했다. 패배 직후 잘 못된 부분을 복기하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홈경기 시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경기 직후 지옥의 펑고가 진행되고, 밸런스가 좋지 않은 타자들은 곧바로 특타에 돌입한다. 김성근 감독 지휘 아래 이뤄지는 훈련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선수들 사이에서 "겨울에 어떻게 훈련했는데 지면 얼마나 억울한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단순히 3연패가 없다고 '달라졌다'고 평가하는 건 성급할 수 있다. 하지만 한화니까 가능하다. 지난 2009년부터 한화는 6년간 5차례, 지난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9구단 체제로 처음 진행된 2013년 9위도 신생팀 NC 다이노스가 아닌 한화의 몫이었다. 당시 개막 13연패 행진도 NC를 만나 끊었을 정도다. 지난해에도 5연패는 예사였고, 7월 초반 7연패에 빠지는 등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그러니 39경기를 치르면서 3연패가 없다는 건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개막 첫날인 3월 28일부터 지난달 5일, 지난 5일~10일까지 2차례 2승 4패를 제외하면 주간 성적 5할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지난주 성적도 3승 3패로 5할이었다. 시즌 성적도 20승 19패로 리그 6위. 선두 두산 베어스(22승 14패)와의 승차도 3.5경기에 불과하다. 김 감독 영입으로 팀이 단단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 정도로 달라질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전날(16일) 대전 넥센전이 좋은 예다. 한화는 3회초 대거 5실점하며 0-6으로 끌려갔다. 예전 같으면 모두가 한화의 3연패를 예견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계투진을 적재적소에 가동해 어떻게든 추가 실점을 막고 결국 동점, 역전에 성공한다. 좌완투수 김기현과 우완 사이드암 정대훈도 추격조로 나서면서 실전 감각을 쌓았고, 이제는 중요한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투수가 됐다. 박정진, 권혁으로 이어지는 '정권 듀오'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김 감독은 확실하게 이기는 패턴을 만들었다. 방망이에 어느 정도 계산이 서니 3점 차 열세에서도 박정진을 투입했던 것.
물론 스타트도 비교적 잘 끊었다. 4월까지 13승 11패로 순항했다. 2001년 이후 가장 좋은 승률이었다. 지난 5년간 한화의 4월 승률은 3할도 채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발전. 김 감독은 위기에 빠질 만하면 "지금은 5할 승률에서 플러스다. 여유가 있다"며 무리하지 않았다. 한 경기에 이른바 '올인'하다 계획이 틀어지면 이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연패가 길지 않다는 건 그만큼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했다는 얘기다. 부상자 복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더 긍정적인 건 돌아올 선수들이 남았다는 것. 나이저 모건의 대체자로 합류한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는 빠르면 19일 인천 SK 와이번스전부터 1군 등록이 가능할 전망. 마무리로 활약하던 윤규진도 투구수를 늘리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공격보다 수비에 강점이 있는 강경학과 주현상, 권용관의 방망이가 살아났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권용관의 지난 주 6경기 타격 성적은 4할(20타수 8안타) 5타점이다.
이기는 야구를 하니 갈수록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다. 올 시즌 홈에서 치른 21경기 중 절반에 가까운 10경기 매진을 기록했다. 최근 3경기 연속 홈 매진. 21경기 기준 총 관중 수 20만 2531명으로 지난해(17만 6472명) 대비 15% 증가했다.
한화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인천에서 SK, 21일부터 23일까지 수원에서 kt와 각각 3연전을 치른다. SK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시즌 첫 시리즈 스윕을 기록했던 상대. kt를 상대로는 5일~7일 3연전서 2연패를 당했는데, 실패를 거울삼아 반전을 노리고 있다. 한화의 흥미로운 행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정말 궁금하다.
[한화 이글스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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