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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영화 '간신'(제작 수필름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을 다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게 민규동 감독의 작품이라고?'
앞서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오감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을 보였던 민규동 감독은 섬세하게 선을 잘 살리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이번엔 그가 작정이나 한듯, 19금(禁) 소재에 연산군과 간신의 파격적인 관계를 그려낸 작품 '간신'으로 돌아왔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잔상을 말끔히 지워내고 민규동 감독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다.
민규동 감독은 "많은 분들이 나에 대해 기대하는 것과 결과가 늘 달랐던 것 같다"며 이번 변신이 그리 놀랍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제가 평소 어둡고 우울한 편인데,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카사노바 성기(류승룡)가 소 젖짜는 장면에 대해 모두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어요. 그렇게 강원도 강릉이라는 공간 안에서 가능한 것들이 나타난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저를 버리고 광기에 찬 왕과 그를 손에 쥐고 놀고 싶어하는 새로운 의미의 간신을 떠올렸고 그러다보니 '파격'이 나왔어요."
민 감독은 '간신'의 파격성에 대한 호불호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관객들의 '건강한 논쟁'에 초점을 맞췄고 그동안 궁중 사극이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을 중점적으로 그리고자 했다. '간신'은 수위 높은 19금 장면 뿐 아니라 왕이 아닌 간신을 극의 중심에 놓는 파격을 감행했다.
조선 시대 수많은 캐릭터 중 왜 하필 간신이어야 했을까. 민 감독은 "조선의 많은 여자들을 잡아들이는 채홍(採紅)을 현 시점에 놔둬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며, 불편한 지점까지 정면으로 응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과거 기록에는 없는, 직면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스크린 속에 담아내려는 민 감독의 시도 또한 파격적인 행보다.
민규동 감독은 지난해 9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꼬박 4개월간 공을 들였다. 15세 등급으로 시작했던 '간신'이 고민 끝에 19세 등급으로 맞춰졌고 그 안에서 민 감독은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 누구도 가지 않았던 간신의 삶을 추적했고 연산군을 화자(話者)로 표현한 것, 조선 시대의 여성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것도 의미있는 시도였다.
"소외된 여성들을 통해 연산군 시대의 파란만장한 파노라마를 그려내고 싶었어요. 채홍사에 대한 기록은 있지만 채홍된 여자들에 대한 아팠던 기록은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채홍된 여자들에게서 나온 '흥청망청'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살아남아서 고사성어로 쓰이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면이 있어요. 억울한 순간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으니까 피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무의식적인 공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언론시사 이후 역대 사극 영화 중에서도 수위가 센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간신'에 대해 민규동 감독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상대적 수준에서는 유치원생 수준"이라며 당시 연산의 참혹함과 비정함은 작품 속에서 그려진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선판매돼 국내 개봉 전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은 '간신'에 대해 "프랑스 배급 버전은 국내 131분 러닝타임에서 약 8분 정도 짧다"며 임숭재(주지훈)와 단희(임지연)의 관계가 건조하고 차갑다고 밝혔다. 애틋한 드라마적 관계보다는 인물의 광기와 그로 인한 최후에 더 초점을 맞췄다.
프랑스의 판매보다 현재 민규동 감독에게 더 중요한 것은 오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간신'을 관객들이 어떻게 바라봐줄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다.
"만들 때는 그런 고민이 없었는데 개봉 순서가 잡히다보니까 점차 긴장이 되네요. 제 7번째 영화인데, 한번도 예측을 맞춰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다음 작품에 좋은 영향을 주려면, 이 작품이 어떤 점에서든 잘 돼야해요.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네요."
[민규동 감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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