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 마무리는 노경은으로 바뀌었다. 이변이 없는 한 바뀌지 않는다.
김태형 감독은 19일 우천 취소된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이번 3연전까지는 (윤)명준이를 지켜볼 것이다. 그래도 좋지 않을 경우 스프링캠프에서 구상했던 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감독은 노경은을 마무리로 점 찍고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턱 관절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마무리는 노경은이었다.
김 감독의 생각은 단 하루만에 바뀌었다. 20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명준이가 이미 부담감을 많이 갖고 있는 상태다. 더 이상 기다리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봤다. 오늘부터 (노)경은이가 맨 뒤에 대기한다. 명준이는 중간에 대기한다"라고 했다. 턱 관절 부상에서 회복, 뒤늦게 1군에 가세한 노경은의 페이스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윤명준의 내상은 컸다. 두산의 미래, 윤명준 개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했다.
▲페이스 올라온 노경은
노경은의 올 시즌 첫 등판은 4월 28일 잠실 KT전이었다. 복귀한지 약 1개월이 흘렀다. 9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4.32. 기록을 떠나서 점점 투구내용이 좋아지고 있다. 16일 광주 KIA전서는 2⅓이닝 1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올 시즌 들어 가장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17일 광주 KIA전서도 1⅓이닝 1볼넷 무실점.
김 감독은 "그동안 경은이가 부담을 갖고 있었다.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 공을 때리지 못하고 스윽 빠져나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투구 밸런스의 미세한 균열로 공을 밀어 던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던 것. 그러나 김 감독은 "이젠 자신의 공을 던진다. 구위도 올라왔고, 제구도 잡혔다"라고 했다. 실제 특유의 강속구 위력이 살아나면서 슬라이더 등 변화구 위력도 상승했다. 노경은은 복귀 직후 "나는 다른 투수들과는 달리 슬라이더가 살아야 직구 위력도 산다"라고 했다. 지금은 직구와 슬라이더의 위력이 함께 살아나면서 포크볼, 커브 등 다른 변화구도 여유있게 구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런 노경은을 굳이 셋업맨으로 쓸 이유는 없었다. 윤명준이 계속 흔들렸다.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순위싸움은 물론, 윤명준에게도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김 감독은 결국 노경은 복귀 1개월만에 시즌 전 구상대로 마운드를 운영하게 됐다. "경은이가 아프지 않은 이상 이대로 끌고 가겠다"라고 했다.
마지막 관건은 제구력. 노경은은 과거 구원투수로 뛰었을 때도 제구력이 흔들려 고생했다. 선발로 전환했던 원인 중 하나였다. 페이스가 올라온 최근 그런 양상은 보이지 않았다. 마무리로 자리잡은 이상, 노경은의 제구가 흔들릴 경우 두산 불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명준을 구하라
김 감독은 "명준이가 부담을 많이 갖고 있다. 더 이상 밀어붙이는 건 아니라고 봤다. 변화를 주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했다. 올 시즌 5패, 블론세이브 5개를 떠안았다. 14일 인천 SK전서 앤드류 브라운에게 역전 끝내기 투런포를 내줬다. 패전과 동시에 블론세이브. 17일 광주 KIA전서도 동점 상황서 9회 등판, 브렛 필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패전투수.
김 감독은 17일 경기 직후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례적으로 윤명준을 격려했다. 김 감독은 패배보다도 제자가 자신감을 잃는 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결단을 내릴 땐 냉정하게 내려야 했다. "명준이에게도 최근 일들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사실 명준이가 유독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라고 두둔했다.
승패를 직접적으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셋업맨. 김 감독은 "명준이가 중간으로 가면서 부담감을 덜 수 있다. 경은이가 나서기 직전 등판할 수도 있고, 그보다 더 앞에 투입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부담을 덜고,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직구와 커브 등 구종이 비교적 단순하지만, 결과와는 별개로 윤명준의 구위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김 감독은 "명준이가 볼, 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심리적인 부담만 극복하면 셋업맨으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계산. 그럴 경우 두산 불펜은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셋업맨 윤명준-마무리 노경은을 축으로 왼손 함덕주, 베테랑 이재우를 적절히 활용하면 리그 보통 이상의 위력 발휘도 가능하다. 그래도 불안할 경우 복귀가 눈 앞인 베테랑 이현승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결국 윤명준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주는 게 가장 시급했다. 변화는 불가피했다.
김 감독은 "더 이상 보직이 바뀔 경우, 투수들이 혼란스러워진다"라고 했다. 노경은의 몸 상태가 나빠지지 않는 한 불펜 세부적인 보직 변경은 없다. 팔꿈치나 어깨를 다친 게 아니다. 노경은의 몸이 나빠질 가능성은 제로. 시즌 중반 순위싸움을 위해, 불펜 투수들 개개인을 위해 지금 구축한 시스템으로 끝까지 간다.
[노경은(위), 윤명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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