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쿠거', 섹시한 중년 언니들이 그야말로 일을 냈다.
뮤지컬 '쿠거'는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섹시한 어린 남성에게 끌리기 시작하는 3명의 여성들이 자신들의 행복과 성적만족감을 위해 형성한 쿠거 커뮤니티 안에서 펼쳐지는 인생과 우정, 행복, 사랑이야기를 그려내며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로 불리는 작품.
'쿠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년의 여배우들 박해미 김선경을 비롯 최혁주 김희원 김혜연이 출연해 그야말로 화끈하고 센 기를 발산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 솔직하다 못해 노골적인 섹시 매력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쿠거는 먹이를 찾을 때까지 어슬렁거리는 고양이과 동물. 쿠거(cougar)는 이런 쿠거의 습성에 빗대어 밤늦게까지 파트너를 찾아 헤매는 나이 든 여성을 칭하는 신조어다. 경제력과 자신감을 가진 매력적인 미혼여성, 자신을 만족시켜줄 연하남을 선호해 연하남과 교제하거나 결혼한 여성들을 지칭해 사회적 현상으로도 분류하고 있다.
'
쿠거' 속 쿠거는 각기 다른 성격의 릴리, 클래리티, 메리-마리가 쿠거로 등장한다. 어린 여자를 만나는 중년은 그냥 남자이면서 어린 남자를 만나는 여자는 '쿠거'라고 불리는 것에 불만을 갖고 여자 그 자체로 인생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릴리, '쿠거'임을 당당히 드러내고 쿠거바를 운영하는 화끈하고 귀여운 메리-마리, 곁에 누가 없으면 극도로 외로움을 느끼고 불안함에 떨었지만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 그와 함께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릴리가 다양한 생각할거리와 재미를 준다.
먼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고 외치는 클래리티는 냉철하고 도도하지만 원하는 이상형을 만나고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진정한 유대 관계를 쌓으면서 점차 경계심을 푼다. 팍팍한 일상 속에 마음을 닫고 더 딱딱해져 버린 클래리티가 점차 변화하는 모습은 꽉 막혀 있던 중년의 여성들의 마음까지도 변화시킨다.
반면 메리-마리는 다르다. 자신의 성적인 매력을 숨기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매력적인 사람이 돼가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안다. 자신감이 넘치고 주위 사람들을 변화시킬 줄 아는 에너지를 가졌다. 아들을 향한 모성애가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진한 인간미까지 느껴진다.
릴리 역시 제일 큰 변화를 보여주는 인물. 보통의 중년 여성을 대표하는 듯한 릴리는 남편에게만 의지하고 자식들에게는 외면 당하던 결혼 생활을 감옥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다 이혼을 하게 되고 쿠거바에서 연하이지만 진정한 사랑을 만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새로워진다.
다양한 인물들이 변하고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중년 여배우들의 힘은 상당하다. 내로라 하는 최고의 배우들인 만큼 폭발하는 끼는 보고만 있어도 속이 뻥 뚫릴 정도. 연륜이 묻어나는 무대 매너와 노련미, 연기력은 소극장 무대를 꽉 채운다. 라이브 연주와 이들의 가창력이 만나 화끈한 무대를 꾸민다.
거침없는 대사 역시 '쿠거'의 매력. 알 것 다 아는 중년의 여배우들이기에 가능한 노골적인 단어들이 난무하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솔직하고 화끈해 관객들까지도 더 마음을 열 수 있다.
여성캐릭터 모두를 상대하는 멀티맨 역 이주광, 조태일 역시 극의 감초 역할을 한다. 매력적인 연하남부터 코믹한 연하남, 여장 등 다양한 모습으로 극의 재미를 더한다. 누나들 틈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극에 녹아든다.
한국 사회에서는 금기시 되는 단어나 표현들까지도 '쿠거'에서는 거침 없다. 그래서 더 화끈하고 속시원하다. 기본적으로 배우들의 노련함이 있기에 가능한 완성도. 탄탄한 실력과 타고난 끼, 거침없는 매력이 이들과 똑닮은 작품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다.
오는 7월 26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공연시간 90분. 문의 1588-5212.
[뮤지컬 '쿠거' 포스터. 사진 = 쇼플레이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