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축구에서 빌드업은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개 과정을 말한다. 빌드업이 잘 되면 보다 쉽게 상대 진영까지 접근이 가능해진다. 반면 빌드업이 안되면 상대의 압박에 볼을 빼앗겨 곧바로 위기를 맞거나 주도권을 잃게 된다. 축구에서 빌드업이 중요한 이유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빌드업은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의 몫이었다. 지난 아시안컵에서도 한국은 모든 공격은 기성용의 발 끝에서 시작했다. 기성용은 포백 수비 근처까지 내려와 직접 볼을 운반하거나 좌우 또는 전방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슈틸리케호 축구의 핵심은 기성용이었다.
운이 좋게도 한국은 아시안컵 전 경기를 기성용과 함께 치렀다. 감기 바이러스가 선수단을 강타해 무려 7명이 바뀐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기성용은 중원을 지켰고 한국은 졸전 끝에도 1-0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아시안컵 이후 몇 차례 평가전서 한국은 기성용이 벤치에 앉거나 휴식을 취할 때 빌드업에 어려움을 겪곤 했다. 냉정히 말해 현재 대표팀에서 기성용처럼 볼을 잘 소유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는 없다. 박주호(마인츠), 한국영(카타르), 장현수(광저우푸리) 등 모두 활동량에 강점이 큰 선수들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번 명단을 발표하면서 “기성용 공백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성용의 빈 자리를 다른 선수로 대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는 “기성용이 큰 부상에 당한 것도 아니고 그만한 선수를 대체한다는 것은 시간을 두고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다른 방법으로 빌드업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시선은 돌아온 중앙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에게 쏠린다. 홍정호는 패스가 좋은 수비수로 평가된다. 그가 과거 조광래 감독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된 것도 같은 이유였다.
홍정호도 빌드업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선 골키퍼부터 시작해 공격을 풀어나가는 축구를 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볼을 잡을 기회가 많아졌다. 미드필더진에 볼을 패스하기 직전까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상대가 볼을 잘 받을 수 있게 패스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홍정호는 아우크스부르크 선수단 내에서 가장 볼터치가 많은 선수 중 한명이기도 하다.
기성용을 대체하는 건 슈틸리케의 말처럼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기성용이 모든 경기를 책임질 수는 없다. 상황에 따른 플랜B가 필요하다. 기성용이 없을 때도 팀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빌드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랍에미리티(UAE), 미얀전은 그것을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편, 한국은 11일 오후 6시 20분 말레이시아에서 UAE와 평가전을 치른 뒤 태국으로 이동해 16일 오후 9시 미얀마를 상대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첫 경기를 갖는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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