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올해 20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혹독한 성인식을 치르는 중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996년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를 목표로 첫 선을 보였다. 19년 이라는 세월 동안 처음 자신들이 꿈꿔왔던 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그리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발돋움했다.
20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대표 영화제의 지위를 공고히 할 방침이었지만 이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난관이 발생했다. 지난해 상영을 강행한 ‘다이빙벨’의 여파는 컸다.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올해까지 19회를 이어오는 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외압에 의해 상영을 취소한 사례가 없다. 그것은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함이었다”고 밝히며 예정대로 ‘다이빙벨’을 상영했다.
이후 부산시와 감사원의 감사가 동시에 진행됐다. 이를 두고 ‘보복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 나왔다.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 종용도 이뤄졌다. 영진위는 “부산영화제는 이미 명실공히 글로벌 영화제로 위상을 점유하고 있어 자생력을 강화해야한다는 다수 의견에 의해 부분 감액했다”며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액을 지난해 14억 6000만원에서 약 47%(6억 6000만원) 삭감된 8억원으로 책정했다.
대다수의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표현의 자유 침해, 독립성과 자율성 훼손 등으로 보고 단호히 대처할 뜻을 밝혔다.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 영화인 대책위원회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속적인 보복과 탄압을 중단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며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의 대표 영화제로 성장했다면 그 위상을 인정하고 더 큰 지원을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자생력을 이유로 예산을 반 토막 낸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영화인들은 영진위의 이번 조치를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압력부터 시작된 일련의 정치적 보복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며 의문을 제시했다.
부산지역 15개 대학 교수 528명은 “문화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정치적 보복이라 할 수 있는 행위들이 계속된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부산시민의 힘으로 키워온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속의 영화제로 계속 성장하지 못하고, 추락한다면 이는 부산시민이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영진위 측은 그동안 해왔던 일인 게스트 초청 시 일부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예로 들며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겉에서 봤을 때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바쁘게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뿐만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로 불이 붙은 표현의 자유 침해, 자율성 보장 뿐 아니라 독립·예술 영화의 위기 등 전 영화계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29일 영진위는 제6차 임시(서면)회의 의결을 통해 2015년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예비심사 재심의·의결의 건과 2015년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지원 계획(안) 심의·의결의 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8억 9400만 원(2015년 기준)의 예산이 배정된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의 경우, 2014년에는 4개관(인디플러스, 아리랑시네센터, 영상자료원, 인디스페이스)을 지원했으나, 2015년의 확정 2개관(인디플러스, 영상자료원), 미확정 1개관(서울 이외 지역)으로 총 3개관의 지원을 의결했다. 이에 영진위 산하 다양성소위원회가 독립영화전용관의 축소가 아닌 확대 정책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 예술영화 좌석점유율 지원 사업’에 대한 반발도 거셌다. 기존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과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사업을 통폐합해 연 26편의 영화를 30개 스크린(지역 멀티플렉스 15개, 비멀티플렉스 15개)에서 1일 또는 2일간 상영하도록 지원한다는 것인데, 영화인들은 이 개정안이 강행될 경우 자율적인 작품 선정이 저해 받을 뿐 아니라 예술영화관이 수익 창출을 위한 프로그래밍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항의했다. 또 선정되지 못한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개봉이 더 어려워짐과 더불어 지원작품의 선별 과정이 검열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영화계는 올해 위기 속에 놓여 있다. 성인식을 앞두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영화계가 이 위기를 타계해 나갈 수 있을지, 그들 스스로‘(자신들을) 죽이기’라고 말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진행되는 영화의 전당, 독립예술영화관모임·한국독립영화배급사네트워크 긴급 기자간담회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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