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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18.5점만 보고 달린다.
광주 유니버시아드 3관왕에 오른 손연재. 유니버시아드의 감흥에 취할 시간은 없다. 손연재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포커스를 리우올림픽에 맞춰놓았다. 리듬체조 선수 치고 나이가 적지 않은 손연재(한국나이 22세)로선 마지막 올림픽일 가능성이 크다. 올림픽에 대비하는 과정 속에서 1차적으로 유니버시아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슈투트가르트 세계선수권대회를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 세계선수권대회는 내년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린 중요한 대회. 이번 유니버시아드와 함께 실질적으로 올림픽 전초전 성격을 띈다. 손연재는 "5일간 치르는 대회다. 마지막 날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심한 대회"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완벽주의자 손연재
손연재의 진화는 눈부시다. 과거 손연재는 종목별로 경기력에 기복이 있는 편이었다. 1~2년 전만해도 곤봉에서 수구 조작 약점을 드러냈다. 올 시즌의 경우 유독 볼에서 잘 풀리지 않았다. 체력이 저하되면 경기력이 크게 떨어지는 모습도 반복했다.
6월 아시아선수권 당시 3관왕에 올랐지만, 리본 동메달, 곤봉 5위에 그쳤다. 리본과 곤봉은 17점대 초반으로 크게 떨어졌다. 발목 부상으로 훈련량이 부족한 게 실전서 드러났던 것. 이후 자극을 받은 손연재는 유니버시아드 직전까지 훈련량을 크게 끌어올렸다. 스스로 "18.5점을 받아야 한다"라며 채찍질했고, 결국 강훈련의 성과를 맛봤다. 물론 여전히 발목 상태는 좋지 않다. "진통제를 먹고 출전했다. 솔직히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완벽주의자 손연재에겐 부상도 핑계일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약점을 극복해내고 있다. 점점 종목별 편차, 체력 저하로 인한 집중력 난조 현상을 줄여가고 있다. 이번 유니버시아드에선 볼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사흘간 각 종목당 두 차례씩 총 8번의 연기를 펼치느라 종목별 결선 후반부에 진행된 곤봉, 리본에서 잔실수가 나왔다. 그 전까지 개인종합 네 종목, 종목별 결선 후프, 볼까지 6연속 18점대를 찍었으나 곤봉, 리본에선 18점대 점수와 금메달을 동시에 놓쳤다. 그래도 17점대 후반의 점수와 은메달을 획득하며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는 게 의미가 크다. 단 1분30초에 모든 걸 쏟아내는 리듬체조가 엄청난 집중력과 체력을 요하는 스포츠인 걸 감안하면 이번 유니버시아드의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는 손연재의 완벽주의와 악바리 근성이 투영된 산물.
▲18.5점만 바라본다
손연재는 개인종합과 종목별 결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서 "18.5점"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그는 "대회별 채점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18.5점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점수는 아니다. 최대한 깔끔하고, 확신에 찬 모습을 보여줘야 받을 수 있다. 앞으로도 18.5점을 목표 점수로 삼고 뛰겠다"라고 했다.
손연재는 아직 18.5점을 찍어본 적이 없다. 자신의 역대 최고 점수는 2013년 타슈켄트 아시아선수권 후프의 18.433점. 개인종합 곤봉에서 받았던 18.350은 올 시즌 베스트 점수. 비록 유니버시아드서 18.5점을 찍어내지는 못했지만, 손연재 특유의 완벽주의, 악바리 정신을 감안하면 18.5점 획득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손연재가 18.5점을 언급하는 또 다른 이유는 스스로 냉정한 마인드를 유지하고,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한 일종의 상징적 점수이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4위 손연재가 1~3위 마르가티나 마문, 알렉산드라 솔다토바, 야나 쿠드랍체바(이상 러시아)와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18점대를 밥 먹듯 찍어야 한다. 결국 이번 유니버시아드서 보여줬던 경기력을 내년까지 공고히 유지하는 동시에 실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 손연재와 기량 차이가 없는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밸로루시)의 반격도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내년 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 그만큼 쉽지 않다. 주변 환경 자체가 손연재를 더욱 완벽주의자로 몰아가고 있다. 손연재는 계속해서 자신과의 극한의 싸움을 해야 한다. 그 상징적인 점수가 18.5점이다.
손연재는 "런던 때는 올림픽에 나갔다는 것 자체로 기뻤고, 결선 진출이 목표였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리우에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노력을 2배로 더 해야 한다. 다른 선수들의 장점을 배우고, 내 약점을 보완하겠다"라고 밝혔다. 리우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손연재의 사투는 점점 극심해지고 있다. 18.5점대. 꿈의 점수이지만, 손연재는 꿈을 현실화시킬 역량을 갖고 있다.
[손연재. 사진 = 광주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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