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누구나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과거의 선택을 후회 하기도 하고, 현재 시간이 멈추길 바라기도 한다. 마음처럼 되지만은 않는 것이 인생이기에 사람들은 과거, 현재, 미래에서 상처 받고 무너지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성장하고 행복을 찾는다. 그래서 인생이 참 재밌다.
배우 민우혁 역시 참 재밌는 과거를 지나 왔고, 성장하는 현재를 살고 있으며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현재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이하 '너빛속')를 통해 다시 자신을 돌아보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고 있다.
뮤지컬 '너빛속'은 1994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이승엽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천재 투수 김건덕의 실화를 바탕으로 방황하는 청춘을 위로하며 스스로 일어나는 용기를 이야기한다.
극중 김건덕 역을 맡아 야구밖에 모르던 소년들의 꿈과 갈등, 그 속에서 빛나는 성장 이야기를 그리는 민우혁은 실제로 학창시절 10년동안 야구 선수를 했던 만큼 자신의 삶을 담아 열연중이다.
민우혁은 "옛날 생각이 많이 나서 연습 할 때부터 계속 울컥울컥했다"고 운을 뗐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스무살까지 10년을 야구에만 올인했던 삶을 살아 왔기에 그 누구보다도 김건덕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 '다 아니까' 더 공감되고 몰입이 남다르다.
"사실 야구공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어릴 때부터 아빠가 야구 광팬이라 야구라는 스포츠가 있다는 정도만 알았거든요. 어릴 때 덩치가 커서 학교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는데 아빠가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아빠가 좋아하는거니까 할래요' 했죠. 근데 시작하자마자 힘들었어요. 두달만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아빠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긴 싫어서 아빠만을 위해 야구를 했죠. 극중 건덕이는 야구밖에 없지만 전 조금 달랐던 거죠. 사춘기 시절 꿈이 바뀌어서 노래가 하고 싶었는데 야구를 하고 있으니 10년동안 아침마다 울었어요. 그정도로 힘들었죠. 다치기도 많이 다쳤고, 청춘을 다 바쳤는데 이상하게 잘 안풀렸던 것 같아요."
민우혁은 야구 선수 시절 참 이상하게도 많이 다쳤다. 제일 중요한 시기인 고등학교 2, 3학년 시절 부상으로 인해 2년간 아예 야구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프로팀에서 정식 입단은 아니지만 같이 운동을 하며 몸을 만들어보는 기회를 주겠다고 해서 훈련에 합류했지만 공백기간으로 인해 쉽지 않았다.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훈련하다 또 부상을 당했고 그 때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10년간 눈물과 땀을 쏟으며 항상 해왔던 진로에 대한 고민. 스무살,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뭔가 모를 용기가 생겼다. 그토록 야구를 좋아하시는 아버에게도 말하고 싶었다. 10년 동안 야구만 할 줄 알았던 민우혁은 과감하게 서울로 향했고, 혼자 고시원에 살며 살도 빼고 모델 일을 시작했다. 야구하는 아들에게 모든 인생을 바쳤던 아버지는 이후 아들이 야구를 그만뒀다는 소리에 크게 실망했지만 끝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들의 뜻을 지지해줬다.
"저 나름대로는 10년동안 쌓여있던게 그 때 폭발한 느낌이었어요. '어떻게 그만두지', '어떻게 그만둔다고 얘기하지', '어떻게 하면 노래를 할 수 있지'라는 고민을 적어도 중학교 때부터는 계속 했거든요. 얼마나 지옥이었겠어요. 근데 지금 생각하면 아빠한테 되게 감사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때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였거든요. 그렇게 야구를 그만두고 아빠에게 '내가 10년을 아빠를 위해 살았다면 이제부턴 나를 위해 살겠다. 사면서 아빠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잘 해보이겠다'고 했어요. 그 때부터 저 혼자 힘으로 하는데 쉽지 않았죠. 별의 별 일이 다 있었어요."
쉽지 않은 연예계 생활, 민우혁도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20대 중반까지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부모님의 믿음이 버티는 힘이 됐다. 아버지에게 했던 말을 꼭 지키고 싶었다. 그렇게 버텼고, 지금의 자신이 됐다.
"어떻게 보면 제가 꽤 멀리 돌아왔다고 생각을 해요"라고 밝힌 민우혁은 "그래도 제 장점이 긍정적이라는 거거든요. 그래서 더 힘든 일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힘들었던 과거를 추억하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긍정적인 그였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힘들었기 때문에 긍정적인 성격이 된 것 같아요. 사실 힘들어도 말을 못하고 살았거든요. '나 괜찮아'로 시작했던 것들이 제 성격이 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거짓말로 시작된건데.. 그래서인지 요즘엔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원했던 삶을 살고 있어요. 그래서 좀 더 절실해진 것 같아요. 하고싶었던 일을 하고 있고 어느 정도 성과도 생기니까 더 열심히, 잘 하고 싶은 거죠. 그래서 극중 대사를 못 이어갈 때도 있어요. 그 때 생각이 나고 제 마음인 것 같아서요."
'너빛속', 김건덕을 더 이해할 수밖에 없다. 대본을 처음 보자마자 울었을 정도다. 그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내는 작품을 해보지 않았기에 '너빛속'은 배우 인생에 있어서도 새롭게 다가온다. 이전 작품에서 멋있고 각 잡힌 연기만 했다면 '너빛속'에선 다르다. '관객들 앞에서 과연 울 수 있을까' 걱정까지 했을 정도로 민우혁에게 '너빛속' 김건덕 역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대본 보고 겁도 났어요. 물론 마음으론 공감하고 이해하고, 눈물이 나지만 제가 힘든 모습을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적이 없기 때문에 더 걱정됐죠. 근데 너무 몰입이 되더라고요. 그것도 문제였어요. 너무 몰입하니까 그 다음이 진행이 안 될 정도더라고요. 처음으로 연기를 통해 제 마음과 감정을 보여준 거예요. 터져버린 거죠. 오랫동안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작품이에요. 연기적으로도 터닝포인트거든요."
'너빛속'에 합류한 것은 어찌 보면 우연이었다. 민우혁보다 앞서 출연을 결정한 배우들이 야구 선수 출신 민우혁에게 도움을 청했고, 좋은 작품이라 생각했던 민우혁은 흔쾌히 배우들을 도와줬다. 연습장을 따로 빌려 4시간씩 코치를 해주기도 했고 야구 소품을 구해주기도 했다. 그러다 '너빛속' 측에서 연락이 왔고, 대본도 보지 않고 무조건 좋다고 했다. 야구 자세 및 디테일을 알려주며 배우들과도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이승엽 형과 친분이 있어서 이승엽 역 배우들한테 디테일을 더 많이 알려줬어요. 승엽 형의 버릇이나 자세, 평소 성격 같은 거요. 연예인 야구단을 하고 있는데 구단주님이 이승엽 형님이에요, 김제동 형이 감독이고요. 워낙 친분이 있어요. 공연에서 하고 나오는 소품들도 다 제 개인 소품이에요. 처음 등장할 때 국가대표 옷 입고 우승하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그 때 쓰는 모자가 진짜 국가대표 모자예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땄을 때 이승엽 선수가 실제로 썼던 모자죠. 모자 챙에 보면 승엽 형 싸인이랑 메시지가 있어요. 승엽 형 좌우명인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인데 그 메시지를 대사화시키자고 의견을 냈죠. 그 모자를 쓰고 공연을 하는 게 영광스러워요. 올림픽 우승 당시 모자, 그것도 이승엽 선수가 썼던 모자를 쓰고 공연 한다는게 정말.. 모자 하나 썼는데도 그 마음이 있어요. '화이팅' 하고 공연에 딱 쓰고 들어갈 때 마치 시함하기 직전의 다짐 같은 그런 마음이 들어요."
민우혁은 인물 표현에 있어 실화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실제 김건덕의 정서를 100%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자신의 경험을 살짝 끌어와 표현하는 만큼 김건덕이 나중에 공연을 봤을 때 같이 그 때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목표다. 어깨 부상 후 7년의 인생을 표현하는 넘버 '시간아 멈춰라' 때 더 감정을 쏟고 신경 쓰는 이유도 이 때문. 그의 아픔과 정서를 더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싶다. 김건덕에게 부끄럽지 않게.
"김건덕 코치님과는 영상 통화로만 만났어요. 곧 만나겠죠? 오셔서 보셨을 때 '그 때 그랬지'라고 과거를 생각할 수 있으시면 좋겠어요. 사실 건덕이의 감정도 그렇지만 체력적으로도 저를 비롯해서 모든 배우들이 되게 힘들어요. 특히 첫 장면이 그런데 감정적으로 첫장면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배우들이 에너지를 쏟아부어요. 그 뒤에는 자연스럽게 끌고 가게 되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족하면 안 돼요. '너빛속'은 모든걸 폭발시켜야 해요. 그래서인지 더 집중되는 것 같아요. 사실 공연 전에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것 같아 걱정했는데 정말 신기한게 첫 공연 올리면서 다음 대사, 가사가 뭔지 단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흘러갔죠. 그만큼 집중이 되더라고요."
민우혁이 극 자체에 빠져 있다 보니 주위 반응도 남다르다. 팬들은 한껏 꾸미고 멋진 척을 했던 이전 역할보다 헤어,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평범하게 옷을 입고 등장하는 이번 역할이 더 멋있다고 해준다. 멋있게 보이는 것보다 연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냉정한 평가를 내리던 아역배우 출신 아내 이세미 역시 "이제 배우 같네"라고 칭찬할 정도. 확실히 앞으로의 연기자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는 시기다.
"배우는 게 진짜 많아요. 뮤지컬배우로는 짧은 시간이지만 쉬지 않고 달려왔어요. 이제 조금 뭔가 알 것 같아요. 결혼 후 확실히 마인드도 달라졌어요. 결혼 전엔 '언젠가는 되겠지' 하면서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결혼하고나서는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가 됐죠. 주위에서 결혼하고 일이 잘된다고 해요. 저는 기분파고 충동적인데 아내는 완전 반대라 매사에 조심스럽고 생각도 많아요. 그래서 저를 많이 케어해주죠. 지금 정말 행복해요. 이렇게 일하고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고 좋은 작품을 올리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지금이요. 제가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어린 시절을 굉장히 원망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그 때를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너빛속', 김건덕을 만난 것은 민우혁의 인생에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마련해줬다. 10년간 야구 선수 생활을 했고, 이후 열심히 노래하고 연기하며 다시 10여년이 흐른 현재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지난 2013년 뮤지컬에 첫 도전한 뒤의 성과도 나름 만족스럽다. 앞으로의 10년도 기대된다.
"빨리 마흔살이 되고싶어요. 미래로 가고싶은 건덕이처럼. 지금의 제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제 자신이 더 잘 알잖아요. 항상 '지금의 마음을 잃지 말아라'라는 얘기를 주위에서 많이 하세요. 저 역시 지금의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면 더 잘 될 거라고 확신해요. 그 누구보다도 절실하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누구보다 진지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마음으로 그 때까지 제가 꿋꿋이 버틴다면 잘 되든 안 되든 행복할 것 같아요. 그렇게 믿습니다."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공연시간 110분. 오는 8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티오엠 1관. 문의 02-516-3963
[배우 민우혁.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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