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로테이션만 지켜주면 되죠."
두산이 지난해 가을 FA 시장에서 84억원을 지불하고 데려온 왼손 선발투수 장원준. 이적 첫 시즌은 성공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22일 인천 SK전서 6이닝 6피안타 3탈삼진 3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10승(5패)째를 채웠다. 평균자책점을 3.00으로 내리면서 양현종(KIA, 1.83)에 이어 이 부문 2위로 뛰어올랐다.
6년 연속 10승은 꾸준함의 또 다른 표현. 장원준은 선동열, 정민태, 다니엘 리오스, 류현진 이후 역대 다섯번째 6년 연속 10승에 성공했다. 왼손 투수로만 한정하면 류현진(2006년~2011년)에 이어 역대 두번째. 장원준은 넥센 이강철 수석코치가 갖고 있는 10년 연속 10승(1989년~1998년), 정민철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갖고 있는 8년 연속 10승(1992년~199년)에 도전한다. 일단 내년에도 10승을 찍을 경우 류현진을 넘어 역대 왼손투수 최다 연속시즌 10승 타이틀을 얻는다. 또한, 이미 9년 연속 100이닝을 채웠다. 이런 투수를 품은 두산은 84억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
▲로테이션만 지켜달라는 말의 속뜻
김태형 감독은 장원준 관련 얘기가 나올 때마다 "로테이션만 지켜주면 잘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실제 장원준은 로테이션에서 1~2차례(5월 초 팔꿈치 경미한 통증) 빠졌지만, 곧바로 정상 복귀, 특유의 안정감있는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김 감독은 23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로테이션만 잘 지켜주면 된다. 돈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20승을 거두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라고 털어놨다. FA 이적생이 가질 수 있는 부담감을 덜어주고 싶은 것이다. 일종의 배려. 그렇다고 해서 김 감독이 직접 장원준에게 뭐라고 조언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본다. 사실 리그 정상급 왼손투수에게 굳이 뭐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 김 감독의 보이지 않는 믿음과 배려 속에 장원준도 화답하는 모양새.
김 감독은 장원준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정말 좋다. 시즌을 치르면서 좀 더 공이 날카로워졌다"라고 평가했다. 본래 장원준의 체인지업은 왼손투수들 중에서도 경쟁력이 높았다. 더 중요한 건 시즌을 치르면서 공이 날카로워졌다는 대목. 이 부분은 여러 요인이 있다. 기본적으로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두산 야수들의 공수 지원을 원활하게 받는다. 그리고 경기운영능력이 뛰어나다. 김 감독은 "자신만의 투구 노하우를 갖고 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스스로 이겨내고 있다"라고 했다.
▲유희관과의 관계
장원준은 또 다른 간판 토종 왼손 선발 유희관과 하루 간격으로 붙어서 선발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후반기에도 22일 장원준이 나선 뒤 23일 유희관이 나섰다. 사실 장원준과 유희관은 크게 보면 비슷한 유형의 투수. 평균적인 구속은 장원준이 유희관보다 빠르지만, 둘 다 힘보다는 정교한 제구와 경기운영능력이 돋보인다.
감독들은 보통 비슷한 유형의 선발투수들을 붙여서 내보내지 않는다. 상대 타자들의 손쉬운 적응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 감독은 개의치 않는다. 세부적으로 파고 들면 두 투수는 엄연히 다르다는 게 김 감독 설명. 그만큼 두 투수의 남다른 경쟁력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장원준의 체인지업, 유희관의 싱커 모두 왼손타자를 겨냥한 것이지만, 승부 요령이 조금씩 다르다. 둘 다 완급조절이 뛰어나고 제구력도 좋지만, 유희관의 공이 더 느리기 때문에 타자들은 장원준과 유희관을 엄연히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원준이와 희관이가 벌써 22승을 합작했다. 그게 우리 팀의 엄청난 힘이다"라고 했다. 새 외국인투수 앤서니 스와잭이 썩 좋지 않다.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으로 예년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장원준과 유희관은 실질적으로 두산 선발진의 중심을 떠받치고 있다. 김 감독으로선 특히 이적생 장원준이 새로운 팀에 잘 적응하면서 특유의 꾸준한 피칭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장원준 역시 김 감독의 배려와 신뢰 속에 두산 간판투수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장원준(위), 장원준과 김태형 감독(가운데), 장원준과 유희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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