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아무래도 야구 선수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최고의 지표는 역시 기록, 즉 성적이다.
만약 타율 .373 35홈런 101타점 28도루를 기록한 타자의 기록을 접한다면 아마 대다수 야구 팬들은 어느 부분 하나 부족함 없는 톱클래스 타자라 평가할 것이다. KBO 리그에는 타율 .412를 기록한 백인천, 56홈런과 144타점을 올린 이승엽, 84도루를 쓴 이종범이 있지만 3할 7푼 이상의 타율에 30홈런과 100타점, 여기에 도루도 30개 가까운 기록을 동시에 작성한 선수는 찾기 어렵다.
출루율과 장타율은 또 어떤가. 두 부문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는 테임즈는 5할에 가까운 출루율(.489)과 엄청난 장타율(.798) 역시 기록 중이다. 역대 출루율 1위 펠릭스 호세(.503)를 넘볼 수 있는 위치이고 장타율 1위 백인천(.740)의 기록 역시 깨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기록은 98경기에서 만들어낸 것이고 앞으로 그가 속한 팀은 44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이런 추세라면 NC의 '만능 타자' 에릭 테임즈의 2015년은 KBO 리그 역사에 있어 기억에 남을 타자의 시즌이 될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테임즈는 누구도 오르지 못한 신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40홈런-40도루 클럽이 그것이다.
테임즈가 20-20 클럽을 달성한 다음 날, "KBO 리그에서는 30-30 탄생이 15년 전이 마지막이었다"는 말을 건네자 그가 한 말은 "40-40은 있었나?"하는 되물음이었다. 15년 만에 탄생하는 기록보다 새 역사를 쓰는 신기록에 더 욕심을 보이는 듯 했다.
30홈런과 100타점을 이미 돌파한 테임즈는 이제 도루 2개만 추가하면 30-30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KBO 리그에 있어 30-30은 아주 귀한 기록이다. 1996년 박재홍에 의해 처음 접한 30-30은 2000년 박재홍이 개인 통산 3번째로 30-30을 달성한 이후 단 1명도 그 고지를 밟지 못했다.
격년제로 30-30을 해내는 박재홍과 타고투저의 절정이던 1999년 이병규, 홍현우, 제이 데이비스 등 30-30 가입자가 줄을 이어 탄생하는 순간을 보며 이제 KBO 리그는 40-40의 탄생을 바라보는 듯 했으나 역대급 타고투저였던 지난 해에도 30-30 클럽이 배출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진정한 호타준족의 탄생은 멀고도 험한 길임을 실감케했다.
이런 현실을 돌아보면 30-30 클럽을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아직 테임즈가 산술적으로 50홈런-40도루 페이스인 것도 엄청나다.
항상 꾸준하면서 대단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테임즈의 성적은 이루기 어렵다. 그런데 테임즈는 조금이라도 타격 포인트가 맞지 않으면 가차 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타입이다. 혼자 텅 빈 불펜에서 나홀로 연습을 마다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미소가 잘 어울리는 매너남이지만 야구에 관해서는 늘 진지하고 타협이 없다. 가장 가까이서 그를 지켜보는 김경문 NC 감독도 "테임즈는 잘 하는데 더 잘 하려고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어떨 때는 툭툭 털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게 좋을 수도 있는데 혼자서 배팅 연습을 거듭한다. 자기 만의 노하우니 못 하게 할 수도 없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래서일까. 불가능해보이는 기록도 테임즈라면 충분히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전설급 시즌을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에릭 테임즈.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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