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익숙하게 봐온 장르들이라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반가웠어요. 한국에서도 멋있는 무협물을 하는구나 싶었죠. 그래서 좋더라고요."
김고은은 4세 시절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건너갔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10년 동안 중국에 머물렀다. 덕분에 무협은 익숙한 장르가 됐다. 특히 그가 지냈던 어린 시절은 중국에서도 무협이 더 흥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더욱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 제작 티피에스컴퍼니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가 더욱 반가웠다. 한국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었던 정통 무협 장르였기 때문이다.
'협녀, 칼의 기억'은 칼이 곧 권력이던 고려 말, 왕을 꿈꿨던 한 남자의 배신 그리고 18년 후 그를 겨눈 두 개의 칼. 뜻이 달랐던 세 검객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그린 영화다. 김고은이 부모의 원수를 갚아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아이 홍이 역을 맡았다.
김고은은 이번 영화에서 고생을 거듭했다. 연기 하나만 하기도 힘들 텐데 난이도 높은 액션 연기를 선보여야 했고, 한 인물의 성장담도 보여줘야 했다. 특히 시선을 모으는 것이 러닝타임 내내 등장하는 그의 액션 연기들. 김고은은 무협지 주인공이 스크린에 튀어나온 것처럼 시종일관 화려한 액션들을 선보인다.
"액션 연기요? 다른 분들이 절 되게 과소평가하세요. 제가 액션을 못할 것처럼 생겼나봐요. (웃음) 힘도 없고 뻣뻣할 것처럼 보이잖아요. 저한테 '뭐, 잘 하겠어요?'라고 하셨는데 그 때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마음에 불을 확 질렀죠. 처음 신체 테스트를 하는데 이를 악물고 다 했어요. 거기서부터 잘못됐나봐요. 소질이 없었으면 대역 분배를 더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웃음)"
특유의 해맑은 매력으로 자신이 체력 테스트를 잘 소화해내지 못했으면 대역 분량이 더 많았을 것이라 엄살을 떨었지만 현장에서는 사뭇 달랐다. 홍이가 선보이는 액션신 중 95%를 직접 소화했다. 그것도 자진해서 임했다. 액션 훈련을 할 때는 너무 힘들어 숙소로 돌아가 속을 게워냈을 정도라는 후문이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할 만 했다.
"만약 제가 시도조차 못했다면 대역 분을 쓰는 게 맞지만, 대역을 해주시는 언니와 제가 하는 게 느낌이 다른 부분이 있더라고요. 제가 조금 더 선을 잘 나타내는 편이라면 대역을 하시는 분은 힘이 더 강한 편이었어요. 그래서 화면을 이어 붙여 놓으면 뒷모습이어도 티가 나더라고요."
여기에 영화의 제목인 협녀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인물이 김고은이 연기한 홍이였던데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 복수의 검을 휘두르는 모습까지 그리고 혼란과 충격에 휩싸였지만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는 홍이의 모습 등을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협녀, 칼의 기억' 촬영장은 몸은 힘들었지만 스태프, 배우들의 끈끈한 연대감을 느낄수 있는 촬영 현장이었다.
"'협녀, 칼의 기억'이 육체적인 면에서 힘들었다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던 작품도 있어요. 사람들이 '고생스러운 작품만 하지 않았나'라고도 하시는데, 고생스러워 보이지만 즐거웠던 작품도 있죠. 그리고 힘들었던 기억도 지나면 즐겁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유독 센 작품을 많이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김고은. '은교'에서는 위대한 시인을 동경한 열일곱 소녀 은교 역을 맡았고, '몬스터'에서는 동생을 살해한 살인마를 쫓는 지적장애인 복순으로 분했다. '차이나타운'에서는 엄마라 부르던 차이나타운의 대모에 맞서고, 결국 자신이 어머니가 돼 삶을 이어나가는 일영을 연기했다.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이다.
"제가 데뷔하고 난 후 세지 않은 이야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20대 여배우가 맡을 만한 역은 더 그랬던 것 같고요. 제가 맡은 역할들이 다른 배우분들이 꺼리는 역이라서 제가 하게 된 건가요? (웃음) 사실 (센 역 말고) 다른 역할들이 잘 없던 것 같긴 해요. 그래서 20대 여배우들이 영화 쪽에서 많이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런 김고은은 그간 봐왔던 역고 달리 부드러운 변신을 감행한다.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몰고 다녔던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으로 좀 더 편한한 모습을 보여줄 계획. 여기에 영화 '계춘할망'에서는 상처와 비밀을 간직한 사고뭉치 여고생, 또 다른 영화 '성난 변호사'에서는 강한 신념을 지닌 의욕적 검사의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매번 다른 작품에서 예상치 못했던 모습들을 선보였던 김고은. 그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해 본다.
[배우 김고은.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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