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은 10일 큰 결단을 내렸다.
투수 유희관과 1루수 오재일을 1군에서 말소했다. 두 사람을 대신할 선수는 11일 광주 KIA전 직전 1군에 등록될 예정. 김태형 감독의 결단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는 또 한번 긴 호흡을 선택했다. 당장의 치열한 2위 싸움만을 고려하지 않았다. 올 시즌 막판 순위싸움은 물론, 장기적 차원에서도 매우 뜻깊은 조치였다.
유희관은 지난 6일 투수조 러닝훈련 도중 왼 발목 통증을 호소했다. 우여곡절 끝에 9일 잠실 넥센전서 정상적으로 선발 등판했다. 우려를 딛고 7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다음날 1군 말소를 택했다. 후반기 들어 팀 내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았던 오재일 역시 옆구리 통증이 발견되자 1군에서 말소시켰다.
▲당장은 어떻게든 버텨낸다
현재 유희관과 오재일은 두산에 매우 중요한 자원들. 올 시즌 가장 먼저 15승 고지를 밟은 유희관은 두산의 실질적 에이스. 두산 선발진에서 개막 이후 유일하게 단 한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고, 성적도 가장 좋았다. 상대팀 입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투수.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유희관은 선발등판을 거르지 않는 것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미래를 내다봤다. 지금 1~2번을 아끼면 시즌 막판, 포스트시즌 때 더 건강한 유희관을 활용할 수 있다.
유희관의 빈 자리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당장 그럭저럭 버텨낼 수 있다. 일단 더스틴 니퍼트 복귀 이후 불펜으로 이동한 진야곱을 유희관이 돌아올 때까지 임시로 선발진에 컴백시키는 방법이 있다. 노경은의 합류로 불펜도 수적으로는 강화된 상황. 그게 아니면 또 다른 깜짝 선발투수로 1~2차례 버텨낼 수도 있다. 어떤 대안을 사용하더라도 유희관 카드보다는 강력하지 않다. 하지만, 두산은 최정상급 타격과 수비력을 갖고 있다. 이미 시즌 내내 불안한 불펜의 약점을 커버해왔다. 현 시점에선 유희관의 공백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내부적으로 유희관의 1~2차례 공백을 버텨낼 저력이 있다.
후반기에만 타율 0.341, 7홈런 17타점을 기록한 오재일 공백도 최소화할 역량을 갖고 있다. 홍성흔과 고영민 역시 2군으로 내려간 상황. 데이빈슨 로메로가 당분간 붙박이 1루수로 나서거나, 2군에서 김재환 등 대체 자원을 올려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좌익수 김현수를 1루에 배치하고 정진호, 박건우 등의 외야 활용법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그 이상의 의미
유희관과 오재일은 두산 야구의 미래를 바라볼 때 매우 의미 있는 자원들. 두산은 최근 수년간 더스틴 니퍼트를 중심으로 선발진을 운영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확실한 토종 에이스가 없었다. 물론 FA로 영입한 장원준이 맹활약 중이다. 그러나 유희관은 두산이 2009년부터 키워낸 프랜차이즈 스타다. 이 부분이 큰 의미가 있다.
유희관은 두산의 간판스타로 수년간 군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느린 볼로 리그를 지배하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입담도 좋아 구단의 얼굴로 손색 없다. 두산은 어떻게든 유희관과 오랫동안 함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유희관이 토종 에이스 노릇을 하며 선발진의 중심을 끌어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중앙대 시절부터 좋지 않았던 왼 발목을 장기적 차원에서 관리하는 건 매우 의미 있다. 이번 조치 자체가 유희관의 팀 내 입지와 상징성을 대변한다.
오재일도 두산에서 꽤 가치가 높다. 2012년 이성열과 트레이드로 입단한 뒤 확실하게 주전을 꿰차지 못했다. 외국인타자에게 밀렸고, 올 시즌 초반에는 김재환에게도 밀렸다. 그러나 김재환이 타격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오재일에게도 기회가 왔다. 오재일은 후반기에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맹활약 중이다. 김 감독은 "우측으로 날카로운 타구가 나온다. 파울이 됐던 타구가 페어 지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실투를 이겨내지 못했는데 이젠 이겨낸다"라고 진단했다.
당장 옆구리 통증을 호소한 오재일을 1군에서 빼면 하위타선의 공백이 예상된다. 이 공백은 두산의 풍부한 야수진을 활용, 어떻게든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오재일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두산으로선 확실하게 몸 관리를 시킬 필요가 있다. 두산에 많지 않은 힘 있는 좌타자. 또한, 187cm의 신장을 바탕으로 넓은 범위를 자랑하는 1루 수비력은 팀 내 최정상급. 의외로 민첩성도 좋다. 나이도 만 29세로 그리 많은 편도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김재환과 자리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재일도 김재환처럼 전략적으로 성장시키면 두산도 장기적으로는 확실한 주전 1루수를 가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두산이 장기적 관점에서 오재일을 보호하는 건 매우 좋은 조치다.
[유희관(위), 오재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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