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버텨야죠."
두산은 17일 인천 SK전부터 7연전을 치르고 있다. 그 경기서 승리한 뒤 3연패에 빠졌다. 59승48패. 여전히 3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위 NC와의 승차가 3.5경기로 벌어졌다. 선두 삼성과의 격차는 무려 8경기. 현 시점에선 순위 상승은 쉽지 않다. 오히려 4위 넥센에도 1경기 차로 바짝 쫓기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20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버티기로 가야죠"라고 했다.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되면서 정규시즌 3위와 4위는 천지차이다. 두산으로선 최소한 3위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팀 사정이 썩 좋지 않다. 시즌 초반부터 끊이지 않았던 크고 작은 부상자가 여전히 많다. 객관적 전력의 약점을 메우는 것도 쉽지 않다. 버티기도 쉽지 않다는 뜻.
▲김 감독의 속마음
김 감독은 초보사령탑이지만, 승부사 기질이 충만하다. 그동안 속내를 잘 밝히지 않았지만, 20일 경기를 앞두고는 속마음도 약간 털어놨다. 김 감독은 "후반기에 -1(19일까지 12승13패, 20일 패배로 12승14패)이다. 솔직히 후반기에는 승부를 걸고 싶었다. 그런데 치고 나가지를 못 하니"라며 아쉬워했다.
김 감독은 내심 2위 NC는 물론, 선두 삼성을 견제하겠다는 심산으로 후반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치고 나가지 못했고, 삼성만 만나면 경기가 꼬였다. 후반기 삼성 상대 1승4패에, 올 시즌 3승9패로 매우 약했다. 단순 계산상으로는 삼성전서만 대등하게 승부했다면 삼성, NC를 좀 더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이상하게 삼성만 만나면 꼬였다"라고 했다. 최근 3연패를 당했지만,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따로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았다. 본인들이 뭘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라고 했다.
▲확실한 4번타자 부재
두산의 버티기 모드가 만만찮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확실한 4번이 없다"라고 아쉬워했다. 두산의 개막 4번 타자는 잭 루츠였다. 그러나 부상으로 변변한 활약 없이 퇴출됐다. 데이빈슨 로메로가 입단했지만, 인상적이지 않다. 그는 20일까지 57경기서 타율 0.262 10홈런 44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점 페이스는 나쁘지 않지만, 득점권에서 0.253으로 좋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장타율도 0.458로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기본 애버리지도 좋지 않다. 한 마디로 어정쩡하다. 김 감독은 "지금보다는 더 해줘야 한다"라고 분발을 촉구했다. 이어 "밸런스가 좋지 않다. 맞아나가는 타구의 질이 좋지 않다"라고 했다. 로메로는 여전히 국내투수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김 감독은 로메로를 6번으로 내렸다. 그리고 민병헌~김현수~양의지로 클린업트리오를 다시 짰다. 충분히 능력이 있는 타자들이다. 다만 김현수는 전형적인 4번타자라고 볼 수 없다. 체력적 부담이 큰 양의지를 5번으로 지속적으로 기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로메로가 부진한 상황에선 이 타순이 최상의 플랜B. 김 감독은 "특별한 효과를 기대하는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확실한 불펜 에이스 부재
불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시즌 초반부터 거론됐고, 시즌 내내 정립이 되지 않았다. 후반기 들어 상당히 안정됐지만, 여전히 들쭉날쭉한 모습이 있다. 15일 인천 SK전서 불펜 투수(함덕주, 노경은, 진야곱, 오현택, 윤명준, 이현승) 6명이 5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텨내며 1점차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19일 잠실 삼성전서는 함덕주, 오현택, 이현승이 연이어 실점하며 4점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함덕주, 진야곱, 오현택, 이현승이 필승계투조의 핵심. 여기에 우완 노경은과 윤명준, 좌완 이현호가 힘을 보탰다. 사실 노경은과 윤명준은 필승계투조라고 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윤명준은 19일 직후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이현승이 마무리로 잘 해주고 있지만, 함덕주, 오현택이 매 경기 확실히 불펜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을 갖춘 건 아니다. 때문에 두산은 여전히 절체절명의 위기를 버텨낼 확실한 메인 셋업맨이 없다. 김 감독도 "확실한 중간 투수 1명이 없는 게 아쉽다"라고 했다.
이밖에도 김 감독은 "작전수행도 좀 더 세밀하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부분은 속출하는 부상자와 연관이 있다. 공수 핵심이자 주장 오재원이 골반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 후반기 좋은 타격감을 뽐낸 오재일의 옆구리 부상도 뼈 아프다. 김 감독은 "김재호, 양의지, 민병헌 등의 몸 상태도 좋지 않다"라고 했다. 결국 매끄러운 작전수행을 위한 최적의 라인업을 짜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오재일과 오재원이 복귀하면 나름대로 최적의 라인업을 짤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야수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난 건 위안거리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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