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바로 앞에 박병호와 테임즈가 없었다면.
비현실적인 가정을 해보자. 올 시즌 박병호와 테임즈가 KBO리그에 없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나바로의 활약은 팬들과 언론들에 엄청나게 조명 받았을 것이다. 박병호가 2년 연속 50홈런에 도전하고 테임즈가 사상 최초의 40-40에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을 때, 나바로는 그 밑에서 임팩트가 약간 부족했다.
하지만, 나바로 역시 충분히 폭발적인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11일 부산 롯데전서 3홈런 7타점을 쓸어 담으며 시즌 41홈런을 기록, 1999년 찰스 스미스(40홈런)를 넘어 구단 외국인타자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119타점 역시 2000년 훌리오 프랑코(110개)를 넘어 구단 외국인타자 역사상 한 시즌 최다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박병호·테임즈가 너무 위대할 뿐
나바로의 성적을 열거해보자. 타율 0.289, 41홈런(2위), 119타점(3위), 112득점(3위), OPS 0.972(3위), 득점권타율 0.272를 기록 중이다. 타율과 득점권 타율만 다소 떨어질 뿐, 전반적인 누적 스탯에선 리그 최상위권.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으나 여름 이후 완만하게 치고 올라왔고, 결국 리그를 평정하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사실 박병호와 테임즈가 너무나도 위대한 시즌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박병호는 11일 창원 NC전서 48호 홈런을 기록, 사상 첫 2년 연속 50홈런에 2개만을 남겨뒀다. 올 시즌 박병호의 성적은 타율 0.351(4위), 48홈런(1위), 135타점(1위), 117득점(1위), OPS 1.169(2위), 득점권 타율 0.389(2위) 등 완벽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누적 스탯에서도 리그 최상급이고, 결정적으로 나바로가 취약한 애버리지도 강력하다.
테임즈도 타율 0.382(1위), 41홈런(2위), 123타점(2위), 116득점(2위), OPS 1.293(1위), 득점권 타율 0.308을 기록 중이다. 세부 기록에서 박병호보다 약간 뒤처지지만, 40-40(도루만 4개 남았다.)이란 무기를 갖고 박병호의 통산 세 번째 MVP 등극을 저지할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나바로와 홈런 개수는 같고, 타점과 득점은 근소하게 앞선다. 애버리지와 OPS에선 확실하게 앞선다.
결론적으로 나바로가 박병호나 테임즈에 비해 전체적인 파괴력이 떨어지는 건 맞다. 하지만, 강타자를 가늠하는 척도인 홈런, 타점, 득점에서 두 사람에 비해 그렇게 많이 처지는 것도 아니다. 나바로는 분명 지금보다 더 많은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정규시즌 MVP에는 선정되지 못하더라도 삼성 야구의 역사를 바꿔놓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만약 올 시즌 박병호와 테임즈가 없었다면, 국내야구 타격은 나바로가 휩쓸었을 수도 있었다.
▲PS가 남았다
그렇다면, 나바로가 박병호와 테임즈에게 설욕할 기회는 없는 것일까. 외국인타자라는 신분, 박병호의 해외진출 가능성 등을 따져보면 세 사람이 내년 이후 더 이상 한 리그에서 같이 뛴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다만, 나바로로선 포스트시즌이라는 가장 중요한 무대가 남아있다. 박병호의 넥센, 테임즈의 NC 역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건 기정사실. 세 사람의 방망이는 포스트시즌서 직, 간접적으로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해 포스트시즌만 놓고 보면 나바로가 밀릴 게 없었다. 나바로는 지난해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6경기서 24타수 8안타(4홈런) 10타점 8득점 OPS 1.282로 맹활약하며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당시 맞대결했던 박병호는 6경기서 21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3득점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정규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한국시리즈서만큼은 나바로가 박병호에게 판정승했다.
테임즈의 경우 지난해 LG와의 준플레이오프서 16타수 5안타 타율 0.313 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테임즈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그다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성적. 결국 단기간의 폭발력에선 나바로가 박병호, 테임즈에게 뒤질 게 없다는 게 지난해에 증명됐다. 물론 이번 포스트시즌서 박병호와 테임즈가 펄펄 날 수도 있다. 그럴만한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바로도 만만찮을 것이란 점. 나바로가 포스트시즌서 박병호 혹은 테임즈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경우 올 시즌 후 삼성을 떠나든, 남든 두 사람 못지 않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나바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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