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지난 해 최악의 출발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이런 기운이 시즌 내내 이어진다면? '대망'을 이룰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마 LG 팬이라면 누구나 상상했을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해냈으니 더 큰 꿈을 꾸는 게 맞았다. 우승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꺼내기 시작한 LG. 하지만 야구판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력보강부터 삐걱거렸다. 워낙 FA 시장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아 발을 뺀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 하지만 외국인 선수 보강도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LG가 노렸던 앤디 마르테(KT), 알프레도 피가로(삼성), 조쉬 린드블럼(롯데)은 모두 다른 팀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 중에는 다른 팀들이 용병 교체로 빠른 승부수를 던질 때 LG의 행보 역시 늦었다. 한국을 떠나면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가진 잭 한나한의 떠나는 뒷모습은 아름다웠지만 그게 LG의 야구를 나아지게 한 것은 아니었다.
개막부터 위기였다. 류제국, 우규민이 빠진 채 선발 로테이션이 가동됐고 4번타자 이병규(7번)는 담 증세로 개막전에 빠지면서 좋지 않은 기운들이 LG를 감쌌다. 결국 LG는 KIA와의 개막 2연전을 모두 패했다. 헨리 소사가 개막전에서 역투했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았고 다음날에는 마무리투수 봉중근이 브렛 필에게 역전 끝내기 홈런을 맞고 말았다. 험난한 행보를 예감케하는 장면.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후 LG는 개막 2연전과 비슷한 패턴으로 지는 날들이 많아졌다.
LG는 4월 28일 대구 삼성전에서 9회초 마무리 임창용을 두들겨 7-4로 통쾌한 역전극을 벌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13승 11패로 5할 승률을 유지하며 4위에 랭크돼 있었다. 류제국, 우규민이 돌아오는 5월 전까지 '버티기 모드'를 해내면 승산이 있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다음날부터 7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삼성-넥센-두산을 차례로 만나 고전했다. 5월 7일 잠실 두산전에서 연패를 끊었지만 KT와의 첫 만남에서 굴욕적인 연패를 당하며 할말을 잃었다.
"144경기 체제에서는 시즌 초반에 떨어지면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양상문 LG 감독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7연패를 하면서 9위로 떨어진 팀 순위는 144번째 경기를 할 때까지 단 한번도 바뀌지 않고 쭉 이어졌다.
10구단 144경기 체제가 들어서면서 금쪽 같은 휴식일이 사라졌고 베테랑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빅 이닝 퍼레이드'도 쉽게 볼 수 없었다.
박용택을 제외한 베테랑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공백을 보인 사이,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조금씩 차지했다. 사실 올해는 당장의 성적을 노린 LG였기에 결코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강제 리빌딩'이란 웃지 못할 표현이 생겼다. 만약 베테랑들이 건재했다면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1루와 3루수를 겸한 '젊은 피' 양석환은 125경기에 나와 384타석을 채웠는데 과정을 돌이켜보면 천운을 타고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한나한의 부상, 루이스 히메네스의 부진, 정성훈의 음주운전 파문이 없었다면 그가 384타석을 채울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수비형 포수를 신뢰하는 양 감독의 특성상 최경철의 부상과 부진이 없었다면 유강남이 125경기, 309타석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은근히 리빌딩을 진행한 LG는 이제 내년 시즌 재도약을 위해 내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분명한 것은 가능성 있는 선수들은 등장했으나 아직까지 베테랑의 생계(?)를 완전히 위협할 정도로 무서운 신예는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리 하나를 놓고 베테랑과 젊은 피 가릴 것 없이 살벌하게 생존 경쟁을 벌이는 팀이 된다면,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스토브리그에서 구단 내부의 과감하고 발 빠른 움직임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말은 쉬운데, LG에선 참 어려운 부분들이었다. 이제는 바뀌어야 산다.
[MVP] 박용택-우규민, 가장 꾸준했던 두 남자
우리 나이로 37세인 이 베테랑 타자는 FA 대박까지 품에 안았음에도 변신을 마다하지 않았다.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 앞으로가 기대된다"라고 미소까지 보였다. 올해 LG에서 가장 꾸준하면서 잘 친 타자는 바로 박용택이었다. 타율 .326 18홈런 83타점. 팀내에서 모두 으뜸이었다. 시즌 막판에는 장효조, 양준혁 등 대가들의 타격을 유심히 보며 타격폼을 수정하는 승부수까지 던졌다. 끊임 없이 연구하는 그에게 팀내 최고 타자란 타이틀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투수진에서는 우규민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고관절 수술로 5월에야 모습을 드러낸 우규민은 11승 9패 평균자책점 3.42로 꾸준한 선발투수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152⅔이닝 동안 볼넷을 17개 밖에 내주지 않으며 자신이 세운 '한 시즌 볼넷 20개 미만' 목표를 달성했다. 규정이닝 진입과 3년 연속 10승은 그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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