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언제 청산될까.
모비스와 삼성의 질긴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 모비스는 2012년 1월 14일부터 18일 맞대결까지 약 3년 9개월간 한 번도 빠짐없이 22차례 연속 삼성에 이겼다. KBL 특정팀 상대 최다 연승, 연패 신기록.
모비스로선 영광스러운 기록이지만, 삼성으로선 치욕적인 기록이다. 물론 두 팀의 최근 2~3시즌 행보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모비스가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상위권에 있었지만, 삼성은 모비스에 22연패하는 동안 중,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두 팀의 객관적 전력 차도 명확했다.
그런데 올 시즌 삼성이 모비스에서 문태영과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데려왔다. 올 시즌이야 말로 두 팀의 천적관계가 청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2라운드서는 모비스의 승리가 이어졌다. 심지어 1라운드에는 양동근이 없었는데도 모비스가 이겼다. 당시 삼성이 39분 이기고 마지막 1분에 패배했다. 양동근이 돌아온 2라운드. 이변 없이 모비스의 완승이었다. 개막 미디어데이서 "이상민 감독 파이팅"이라는 유재학 감독의 농담 섞인 발언도 지금까진 통하지 않았다.
▲수비조직력의 차이
올 시즌 두 팀의 전력은 대등해졌다. 문태영 라틀리프에 주희정 김준일을 보유한 삼성이 오히려 양동근 함지훈 커스버트 빅터 아이라 클라크를 보유한 모비스보다 이름 값은 낫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조직력에 차이가 있다.
유재학 감독 밑에서 수년간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 즐비한 모비스는 선수 1~2명 빠진다고 해서 조직력이 흔들리지 않는다. 1라운드서 양동근이 없었지만, 함지훈을 비롯, 몇 명의 선수들이 볼배급을 도맡았다. 철저한 패턴플레이와 팀 디펜스로 무너지지 않았다. 양동근이 2라운드에 돌아오면서 모비스 조직력은 안정궤도에 올라섰다. 일단 양동근이 김종근, 천대현, 송창용 등 개개인의 공수 약점을 완벽에 가깝게 메운다. 수비에서 중심을 잡는 건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외국선수들과 함지훈의 활용도, 외곽슛 빈도를 상황에 맞게 맞춘다. 여전히 승부처에서 확실한 득점원이 부족한 약점이 있는데, 팀 수비로 최대한 보완한다. 그리고 골밑에서 버텨내는 수비력이 좋은 빅터, 모비스 2년차를 맞이한 베테랑 클라크도 공수에서 효율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모비스는 1라운드 초반부터 변형 3-2 지역방어를 많이 사용했다. 장신자가 탑에서 상대 골밑 볼 투입을 최대한 봉쇄한 뒤 볼이 돌면 2-3 매치업 존 형태의 수비를 즐긴다. 상황에 따라 골밑과 엔드라인, 사이드라인에서 트랩 디펜스를 시도하기도 한다. 수비조직력이 2라운드 들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모비스는 최근 5연승 과정에서 상대 득점을 60점대로 묶은 게 3경기였다.
삼성 역시 모비스의 지역방어에 고전한다. 주희정이라는 노련한 가드가 있지만, 긴 시간 뛸 수 없다. 론 하워드가 주희정이 쉴 때 포인트가드를 본다. 그러나 이상민 감독은 3쿼터에 하워드를 투입했으나 모비스 지역방어에 적응하지 못하자 곧바로 뺐다. 삼성은 외국선수 2명을 동시 활용 가능한 3쿼터 이점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주희정은 노련한 움직임으로 모비스 수비를 깰 수 있는 역량이 있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상대의 강력한 압박에는 취약하다. 그러면서 문태영 라틀리프의 득점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이 스스로 상대 지역방어를 뚫고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는 타입은 아니다. 결국 삼성이 자랑하는 삼각편대는 모비스 앞에서 위용을 잃는다.
반면 삼성의 2-3 지역방어는 상대적으로 헐거웠다. 노련하고 패스센스가 좋은 양동근과 함지훈에 의해 손쉽게 깨졌다. 모비스의 3점포 감각도 유독 좋았다. 모비스가 이기지 않을 수 없었다. 모비스가 1라운드에 고전했던 것도 삼성의 지역방어를 다 깬 뒤 3점슛 마무리가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결국 모비스는 삼성을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 우세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깨질 수 있다?
그래도 올 시즌 모비스와 삼성의 전력 차가 줄어든 건 분명하다. 잔여 4차례 맞대결서 삼성이 모비스를 잡을 가능성이 큰 건 분명하다. 어차피 모비스도 외곽포가 터지지 않으면 삼성에 이기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모비스가 삼성을 상대로 40분 내내 지역방어만 쓸 수도 없다.
결국 삼성은 1대1 매치업에서 밀리지 않으면 충분히 해 볼만 하다. 이 부분에선 김준일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준일은 영리하다. 라틀리프와의 하이 로 게임, 문태영과의 효율적 공간활용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비 시즌 재활을 하느라 훈련량이 많지 않았다. 때문에 시즌 초반 경기 막판에는 쉽게 지친다. 그러나 게임체력(경기를 풀로 소화하는 데 필요한 체력)을 끌어 올리면 전반적인 경기력은 올라가게 돼 있다. 이상민 감독도 "김준일은 경기를 치를 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준일의 경기력은 기복이 있다. 18일 경기서도 4점 3리바운드에 그쳤다. 때문에 라틀리프, 김준일, 문태영으로 이어지는 골밑 트리플타워의 시너지효과가 100% 발휘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질 것이고, 그럴 경우 모비스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클라크와 빅터의 득점력도 라틀리프와 문태영보다 높다고 볼 수 없다. 한 해설위원도 "올 시즌에는 삼성이 모비스를 이길 수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물론 모비스도 김준일이 살아날 것에 대비, 또 다른 대비책을 내놓을 것이다. 더구나 유재학 감독은 문태영과 라틀리프를 너무나도 잘 안다. 예를 들어 문태영의 수비 약점, 자신의 입맛에 맞는 패스가 들어오지 않으면 위축되는 라틀리프 등 세밀한 특성을 활용할 수 있다. 삼성은 주희정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경험 적은 선수들이 많다. 론 하워드의 KBL 적응도 반드시 필요하다.
두 팀의 기상천외한 천적관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전력만 놓고 보면 분명 삼성이 이길 때가 됐다. 하지만, 모비스는 삼성에 2명을 넘겨주고도 쉽게 지지 않는다.
[모비스-삼성전.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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