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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황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된 것은 물론 걸그룹 걸스데이 혜리가 여자 주인공으로 발탁됐다고 알려지면서 일부 ‘응답하라 덕후’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가 아닌 걸그룹으로 데뷔한 혜리는 그간 여러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보여줘 왔지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오히려 예능을 통해 애교를 부리고 칭얼대는 모습이 자연스러웠고 익숙했다. 게다가 무대에서는 늘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만 보여줘 왔기에 ‘응팔’이 추구하는 훈훈하고 소소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못할거란 예상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의심 속에서도 신원호 PD는 “개인적으로 혜리의 캐스팅에 대해 만족하고, 주변에서도 칭찬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응팔’의 성덕선이란 캐릭터는 철저하게 혜리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이다.
신 PD는 지난 5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나와 이우정 작가는 아직 드라마를 잘 모른다. 그러다보니 연기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다만 우리가 갖고 있는 노선은 ‘캐릭터에 꼭 맞는 배우’란 방향성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신 PD가 앞선 ‘응칠’과 ‘응사’에서 정은지와 고아라를 택한 이유도 위와 같다. 당시 정은지의 경우 연기자로서의 필모그래피가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걸그룹으로서도 지금처럼 큰 인지도를 갖고 있지 못했다. 고아라의 연기력도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그 두사람이 성시원, 성나정 역할에 꼭 맞는 캐릭터를 스스로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캐스팅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이어 신 PD는 “우리 스타일 자체가 기본적으로 캐릭터와 배우 본인이 갖고 있는 성격의 간극을 좁혀 연기하기 편하게 만들어주고자 한다. 자기와 비슷해야 연기가 편하게 나온다. 우린 혜리를 계속 봐왔다. 예능에서 보면 딱 하는 짓이 그렇다(성덕선 같다). 어떻게 보면 회의하면서 레퍼런스가 되는 친구가 혜리였다. 그런데 중간에 너무 떠버려서 포기를 했었다. 우리 스타일 자체가 인지도, 무게감에 연연해 캐스팅하는건 아니었다. (너무 인기가 많아져) 우리 색과 안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비화를 털어놨다.
또 “그런 와중에 캐스팅이 시작됐고 혜리를 한번 보고는 싶었다. 많은 부분 근거가 돼 줬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후에 직접 만났는데 굉장히 매력이 있었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극 자체가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를 강조하다보니 그런 연기와 잘 맞을거라 생각했다. 혜리 캐스팅은 굉장히 만족스럽다. 본인도 노력하고 있다. 기대보다 좋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신 PD는 혜리에게 더 이상 연기를 배우지 말라고 주문했다. ‘전형적 연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경험이 쌓이면 남들이 하는 것처럼 하게 될 것 같다는 것이다. 신 PD는 “혜리에게는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부분이 있다. 실제 전교에서 999등하는, 공부에 관심없는 고2의 이야기를 이 아이가 딱 갖고 있다. 리얼한 연기를 보여주는게 혜리의 매력이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참 예뻐한다. 현장 분위기도 잘 만들고 본업 자체(연기)를 잘한다. 많은 이들이 선입견을 갖고 있었지만, 성동일 등 여러 선배들이 칭찬하는 상황”이라고 극찬했다.
혜리는 아이돌로 활동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욕심을 꾸준히 품고 있었다. 이는 ‘응팔’이 본격적으로 베일을 벗기 전 방송된 ‘시청지도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공개된 오디션 영상에서 혜리는 “계속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 과정에서 예고편처럼 공개된 혜리의 연기는 시청자들이 우려했던 것보다 훌륭했다. 촌스러운 칼단발도 어울렸고, 내숭과 끼를 내려놓고 수더분하게 변신한 모습은 혜리의 연기와 ‘응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걸스데이가 아닌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첫 걸음을 시작한 혜리가 과연 연기력 논란이나 시청자들의 불만을 일으키지 않고 끝까지 ‘응팔’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응팔’은 선보일 때 마다 큰 히트를 치며 복고열풍을 일으킨 ‘응답하라 1997’(2012년), ‘응답하라 1994’(2013년)에 이은 세 번째 응답하라 시리즈다. 저 멀리 80년대로 추억여행을 떠나는 ‘응팔’은 2015년판 ‘한 지붕 세 가족’으로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그린다. 우리 골목, 우리 이웃을 담아내며, 아날로그식 사랑과 우정, 평범한 소시민들의 가족 이야기로 향수와 공감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6일 오후 7시 50분 방송.
[사진 = ‘응답하라 1988’ 페이스북, 방송 영상 캡처, tvN 제공]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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