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상위권 지형도가 재편될까.
오리온이 3라운드 초반까지 독주했다. 적수가 없었다. 화려한 포워드 라인을 자랑하는데다 올 시즌 애런 헤인즈와 문태종까지 가세하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공격력이 최대장점이지만, 다양한 수비전술을 갖고 있는 추일승 감독이 팀 디펜스를 이식하며 점점 내실이 강화되고 있었다. 2위 모비스와 3위 KGC인삼공사가 위협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결정적 변수가 생겼다. 오리온 전력의 핵심 헤인즈가 15일 KCC전서 전태풍과 충돌, 왼쪽 무릎 인대가 파열됐다. 병원 몇 군데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최소 2주에서 최대 한 달간 결장이 불가피하다. 오리온은 헤인즈가 빠지자 18일 SK에 무기력한 경기 끝 대패했다. 결국 오리온은 헤인즈의 대체 외국선수를 찾는다. 오리온의 위기는 모비스와 KGC, 4위 KCC에는 기회이기도 하다.
▲오리온의 두 가지 고민
오리온은 두 가지 고민에 빠졌다. 우선 헤인즈 공백이 너무 크다. 그의 최대장점은 풍부한 KBL 경험을 바탕으로 한 승부처에서의 지능적인 해결능력. 헤인즈의 4쿼터 승부처 존재감이 오리온의 미세한 제공권 약점과 2% 부족한 수비 조직력을 메워왔다. 하지만, 지금 오리온은 승부처에서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사라졌다. SK전 후반전 스코어만 32-46이었다.
문제는 헤인즈가 빠지면서 상대가 골밑 공략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다는 점. 호리호리한 몸매의 헤인즈는 버텨내는 골밑 수비가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KBL 경험이 풍부해 상대의 습성을 미리 알고 효율적으로 대처, 약점을 최소화 해왔다. 결정적으로 힘이 좋은 이승현이 상대 외국센터들을 잘 막아왔다. 하지만, 헤인즈가 빠지면서 데이비드 사이먼이 부담 없이 오리온 골밑을 공략했다. 이승현도 외국센터를 40분 내내 막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골밑은 사이먼이 장악했다.
이 부분은 골밑이 탄탄한 다른 팀들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오리온은 단신 외국빅맨과 토종 빅맨들을 보유한 모비스, 동부, KGC, 삼성 등에 고전할 수밖에 없다. 결국 대체 외국선수를 골밑 요원으로 데려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외국선수를 잘 데려오기로 소문난 추일승 감독의 감각에 기댈 수밖에 없다. 더구나 4라운드부터 2쿼터에도 외국선수 2명 모두 뛴다. 오리온의 헤인즈 공백과 골밑 수비 문제가 의외로 심각해질 수 있다.
또 하나는 조 잭슨에 대한 고민이다. 잭슨은 시즌 초반에 비해 KBL에 많이 적응했다. 모비스전서 잠재력을 폭발, 승부처에 헤인즈를 벤치에 앉히고 맹활약하기도 했다. 탄력과 테크닉이 화려하다. 수비수 1명 제치는 건 일도 아니다. 기본적인 패스 센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혼자서 공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는 습성이 남아있다.(물론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 상대 수비 강도 등 주변 환경의 변수 등은 감안해야 한다. SK전의 경우 오리온 국내선수들의 공격 움직임은 그리 원활하지 않았다) 팀 공격 밸런스를 깨트리는 부분. 앞선에서의 압박 능력도 돋보이지 않는다. 신장이 작아 매치업도 불리하다. 추 감독은 일찌감치 "잭슨을 바꾸는 일은 없다"라고 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플레이 스타일을 뜯어고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헤인즈가 빠진 상황서 공격 루트 다변화를 위해 잭슨의 변신은 필요하다.
▲상위권 판도변화 가능성
오리온은 당분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헤인즈 공백은 약 2~4주다. 최악의 경우 2015년에는 다시 나오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헤인즈 대체선수도 KBL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헤인즈가 올해 복귀해도 정상적인 경기력을 되찾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오리온은 지금부터 4라운드까지 고비가 예상된다.
보통 3~4라운드는 모든 팀이 전력 정비를 끝내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최상의 위력을 발휘하는 시기. 강팀과 약팀이 명확히 구분, 본격적으로 상위권과 하위권의 희비가 엇갈린다. 그런 점에서 상위권 판도가 흔들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모비스는 송창용 등 부상자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예측이 쉽지는 않지만, 수년간 다져놓은 조직력 덕분에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KGC는 완전체를 갖췄고, 전력 극대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부상 변수만 없다면 더 좋아진다고 봐야 한다. 특히 모비스 함지훈 아이라 클라크 커스버트 빅터, KGC 찰스 로드 오세근이 빚어내는 골밑 파괴력은 오리온에 비교 우세다. 중위권의 삼성과 동부도 골밑만큼은 헤인즈가 빠진 오리온에 앞선다. KCC도 단신 테크니션들과 하승진의 조화가 점점 맞아 들어가고 있다.
4라운드부터 2쿼터에도 외국선수 2명을 동시에 기용한다. 오리온의 약점과 이 팀들의 강점이 극대화되면 상위권 판도는 요동칠 수 있다. 선두 오리온과 2위 모비스, 3위 KGC의 격차는 3~4.5경기. 지금 흐름이 당분간 이어진다면 이 격차가 거의 사라질 수 있다. 더구나 골밑이 강력한 삼성과 동부마저 치고 올라오면 상위권 판도 자체가 완전히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삼성은 외곽수비, 동부는 외곽 득점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변수는 있다)
결국 오리온의 대체 외국선수의 기량과 KBL 적응, 헤인즈 복귀 시기 및 경기력 회복이 최대 변수다. 오리온이 선두수성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동시에 상위권 지형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생겼다.
[오리온 선수들(위), 조 잭슨과 양동근(아래). 사진 = 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