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전술에 정답은 없다. 단지 감독은 자신의 팀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을 뿐이다. 신태용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부임 후 다양한 포메이션을 사용하며 정답을 찾는데 몰두했다. 4-4-2 다이아몬드부터 4-3-3, 4-2-3-1, 4-1-4-1 등 백포(back four:4인 수비)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을 사용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평가전에서도 실험은 계속됐다. 그것이 전략을 숨기기 위한 작전인지, 아니면 맞춤 옷을 찾기 위한 과정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하나의 포메이션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건 분명해 보였다.
#경기요약
한국은 4일(한국시간) UAE 두바이 알샵 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이영재, 황희찬의 연속골로 UAE에 2-0으로 승리했다. 결정력 난조 속에 전반을 득점 없이 마친 한국은 후반 16분 진성욱의 패스를 받은 이영재가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후반 43분에는 교체로 들어온 황희찬이 권창훈의 패스를 차 넣으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4-3-3
시작은 4-3-3 포메이션이었다. 황희찬, 권창훈, 류승우, 박용우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벤치에 앉은 가운데 ‘원톱’ 진성욱을 중심으로 좌우 측면에 강상우, 김승준이 포진했다. 미드필더 지역에선 유인수, 이영재, 황기욱이 역삼각형으로 배치됐다. 4백은 왼쪽부터 심상민, 송주훈, 정승현, 박동진이 맡았다. 골문은 구성윤이 지켰다. 4-3-3에서 공격은 좌우 풀백(full back)의 오버래핑에 의해 이뤄졌다. 특히 왼쪽 지역의 연계 플레이가 활발했다. 기본적으로 김승준(윙포워드)-이영재(미드필더)-심상민(풀백)이 삼각형을 이루면서 전진을 시도했다. 전반 22분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영재가 상대 측면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든 뒤 크로스를 올렸고 안으로 쇄도한 강상우가 헤딩을 시도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서귀포 전지훈련에서 4-3-3 시스템에 대해 “전방 공격수에겐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말고 상대 수비수를 교란하라고 주문했다. 4-3-3에선 1명의 스트라이커가 서지만 윙포워드와 2선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으로 공간을 만들어 투톱 형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반 33분을 복기해보자. 이영재가 전진패스를 하는 순간 진성욱 옆에 김승준이 좋은 위치를 선점했다. 바로 신태용이 원하는 그림이다.
#4-1-4-1
신태용 감독은 “처음에 4-3-3을 쓰다가 4-1-4-1로 전술을 바꿨다”고 말했다. 4-3-3과 4-1-4-1은 사실상 같은 포메이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4-3-3의 변형이 4-1-4-1이기 때문이다. 차이는 미드필더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있다. 4-3-3에서의 ‘윙포워드’가 좀 더 낮은 위치로 내려와 ‘측면 미드필더’의 성격을 띄거나 역삼각형의 미드필더 중 앞의 ‘2명’이 앞으로 전진할 경우 4-1-4-1에 가깝게 바뀐다. UAE전에선 정확히 어느 시점에 4-3-3이 4-1-4-1로 전환됐는지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함께 류승우, 이창민, 박용우 등이 투입된 뒤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 FC서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오가는 박용우의 경우 4-3-3보다 4-1-4-1의 첫 번째 ‘1’에 더 어울리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4-1-4-1의 변화 속에 한국은 첫 골을 터트렸다. 후반 16분 김승준의 전진패스를 받은 진성욱이 상대 수비수 3명과의 경합을 이겨낸 뒤 패스를 연결했고 이를 이영재가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비록 이것이 4-1-4-1의 성과라고 보긴 힘들지만 말이다.
#4-4-2
정확한 명칭은 다이아몬드 4-4-2다. 1-0이 되자 신태용 감독은 황희찬, 권창훈, 문창진을 투입하며 또 한 번 포메이션에 변화를 줬다. 류승우가 황희찬 옆에 섰고 문창진이 다이아몬드 중원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왼쪽에는 이창민, 오른쪽에는 권창훈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는 박용우였다. 4-4-2의 장점은 2명의 스트라이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4백이 대세를 이루는 현대축구에서 2명의 센터백을 상대로 2명의 공격수를 세우면 1대1 대결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토트넘 홋스퍼가 왓포드를 상대로 3백을 사용한 것도 수적인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4-4-2도 약점이 있다. 미드필더가 좁게 서면서 측면에 많은 공간을 내줄 수 있다. 이는 풀백이 상대 측면 공격수와 1대1로 맞서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풀백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신태용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4-4-2에선 측면에서 플레이하더라도 반대편으로 공을 넘겨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중앙 미드필더가 많이 움직여야 한다. 또 좌우 풀백은 더욱 공격적으로 올라가서 위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다양한 포메이션 변화에 잘 적응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전력과 조직력을 다 노출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아라비아전서 한 번 더 점검에 나설 것이다. 우리가 가진 걸 다 보여줄 순 없다. 숨길 것은 숨기겠다”고 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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