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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의 음악노트]
돈 헨리와 글렌 프레이, 그러니까 이글스 앨범 크레딧에서 ‘헨리-프레이(henley-frey)’는 어떤 상징과 같았다. 마치 존 레논과 폴 맥카트니의 그것처럼, 둘은 각자의 작곡력도 특출했지만 특출난 둘이 하나가 될 때 명곡들은 비로소 마법처럼 돋아났었다. ‘One of these nights’와 ‘Desperado’가 그랬고 ‘Wasted time’이 또한 그랬다. 돈 펠더가 두 사람 밥상에 수저를 얹은(?) ‘Hotel california’는 아마도 그 절정이자 정점이었을 것이다.
오늘 아침, 모터헤드의 레미 킬미스터와 ‘스타맨’ 데이빗 보위에 이어 또 한 번의 청천벽력 같은 부고를 접했다. 이글스의 몸통이라 할 수 있는 글렌 프레이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사인은 류마티스성 관절염과 폐렴, 그리고 극심한 궤장성 대장염 등 합병. 안타깝게도 장 수술 뒤 회복 중에 그는 끝내 눈을 감았다고 한다.
히트곡 ‘Tequila sunrise’와 ‘New kid in town’을 직접 부른 글렌 프레이는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했고 이후 기타로 포지션을 바꾸었다. 60년대 중반 디트로이트 록 신(scene)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글렌은 밥 시거의 싱글 ‘Ramblin' gamblin' man’에서 어쿠스틱 기타와 백킹 보컬을 맡으며 열아홉 나이에 ‘프로’들의 세계를 맛보게 된다. 그는 나중에 “나만의 노래를 작곡하는데 밥 시거는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가수를 꿈꾸던 당시 여자 친구 존 슬리윈과 함께 로스엔젤리스로 간 프레이는 슬리윈의 자매인 알렉산드라 슬리윈으로부터 존 데이빗 서더를 소개받는다. 1969년 프레이와 존은 롱브랜치 페니휘슬(Longbranch Pennywhistle)이라는 컨트리/포크록 듀오 결성을 계기로 이후 이글스 시절까지 송라이팅 파트너로서 끈끈한 우정을 이어나갔다. ‘Best of my love’, ‘Victim of love’, ‘New kid in town, 그리고 ‘How long’ 등이 이글스에 남긴 존의 흔적들이다.
그리고 1970년, 인기 가수 린다 론스태드의 공연 세션 멤버로서 글렌 프레이는 돈 헨리를 만나게 된다. 당시 세션 라인업에는 이글스에서 계속 호흡을 맞추게 될 랜디 마이즈너와 버니 리든도 있었는데, 곧 이글스의 서막이었다. 하지만 이글스의 전성기는 7년 간만 허락되었다. 즉, 72년 데뷔작 [Eagles]부터 79년작 [The Long Run]까지 앨범 여섯 장을 내고 이글스는 잠정 해산한 것이다. 이는 그대로 ‘솔로’ 글렌 프레이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골드(50만장 이상 판매)를 기록한 [No Fun Aloud]부터 글렌은 홀로서기에 들어갔다. 마틴 스콜시지의 영화 제목과도 같은 2012년작 [After Hours]까지 발매하며 글렌은 총 12곡의 빌보드 톱100 싱글을 쏟아냈는데, 거기엔 에디 머피가 주연한 코믹물 <비버리 힐스 캅>의 메인 테마로 쓰인 ‘The heat is on’, 이반 레잇맨 감독의 <고스트버스터즈 2>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에 각각 삽입된 ‘Flip city’, ‘Part of me, part of you’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이글스는 조용히 재결성 되어 밴드의 일곱 번째이자 더블 앨범인 [Long Road Out of Eden]을 발매,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던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글스의 여섯 번째 빌보드 넘버원 앨범인 [Long Road Out of Eden]은 2007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되었다.
글렌 프레이가 없는 이글스. 이 말은 브라이언 메이만 남고 프레디 머큐리가 없는 퀸의 운명을 이글스가 이어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글스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물 [History of the eagles]에서도 강조되었듯, ‘Take it easy’를 작곡한 글렌 프레이는 이글스를 주목받게 한 인물이다. 오랜 친구 밥 시거의 말처럼 그는 사실상 밴드의 리더였고 주축이었다. 리듬 앤 블루스와 소울, 블루그래스(Bluegrass Music)와 컨트리, 블루스와 포크를 압축해 소프트 록(Soft Rock)이라는 형태로 현대 대중음악 팬들의 귀를 호강시켜 준 이글스에는 언제나 돈 헨리, 그리고 글렌 프레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 독수리(eagle)는 날개 하나를 잃었다. 다시 하늘을 지배하기는 커녕 지상에서 절룩거릴 확률이 높은 이글스의 운명. 지난해 가을 솔로 앨범 [Cass County]를 내고 자신의 음악 인생을 되돌아 본 돈 헨리(그는 “글렌 프레이는 내 인생을 바꾼 사람”이라고 말했다)를 보며 나는 그 운명을 섣불리 긍정했던 듯 하다. 글렌 프레이.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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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AFP/BB NEWS]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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