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예비FA 김재호·이현승, 동기부여와 책임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책임감도 느껴진다.

통상적으로 간판스타가 예비 FA가 되면 구단과의 관계가 미묘해진다. FA 자격을 1년 앞둔 시점. 연봉협상 테이블에서부터 구단과 선수는 예민해진다. 현재 여전히 연봉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몇몇 예비 FA들도 있다. 이들은 한 푼이라도 더 얻어 가치를 극대화하고 싶다. 반면 구단들은 적절히 대처하려고 한다.

그런데 두산의 경우 최근 예비 FA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 예비 FA 프리미엄을 적용, 연봉협상 테이블에서부터 동기부여를 해준다. (물론 예비 FA 프리미엄에서 나오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존재한다) 동시에 적절히 책임감을 부여, 팀과 선수에게 윈-윈 관계를 설정하려고 한다.

▲주장, 2년 연속 예비FA

두산은 2015시즌 오재원이 주장을 맡았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김재호가 주장을 맡았다. 2년 연속 예비 FA가 주장을 맡았다. 그동안의 KBO리그 관례를 깬 결정. 보통 구단들은 예비 FA에게 선수단 주장을 맡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비 FA들은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년보다 개인성적에 좀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구단은 그런 예비 FA를 배려, 선수단 전체를 아우르는 주장을 맡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두산은 예비 FA에게 일단 연봉 프리미엄을 적용했다. 2015년 오재원은 1억7000만원에서 무려 2억3000만원이 오른 4억원을 받았다. 올 시즌 김재호도 1억6700만원에서 4억1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직전 시즌 두 사람이 좋은 활약을 펼쳤고, 예비FA 프리미엄을 인정 받아 자연스럽게 구단에 대한 충성심이 생겼다. 동시에 두산은 주장 역할까지 부여, 동기부여와 함께 책임감까지 심어줬다.

물론 오재원의 경우 지난 시즌 초반 극심한 부담감을 호소, 다소 부진했다. 그러나 시즌 후반과 포스트시즌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오재원 특유의 건강한 승부욕과 에너지가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젠 김재호 차례다. 그는 2015년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동시에 프리미어12 주전 유격수로 한국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런 상황서 예비 FA 시즌을 맞아 연봉 대폭 상승으로 동기부여가 됐고, 주장을 맡아 책임감까지 생겼다. 김태형 감독은 두 예비 FA 김재호와 이현승을 주장 후보로 지명, 선수들의 의견을 들은 뒤 주장을 선정했다.

▲김재호와 이현승의 2016년

이현승도 두산 예비 FA다. 이현승 역시 1억55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연봉이 크게 올랐다. 그는 2년 연속 두산의 투수 조장을 맡았다. 그리고 풀타임 마무리투수로 올 시즌을 보낸다. 여전히 두산의 취약파트인 불펜의 리더 격이다. 구단에서 좋은 대우와 함께 책임감을 부여했다. 이현승과 주전 유격수 김재호의 활약 여부가 두산의 올 시즌 농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재호는 "주장이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 욕심을 버리고 편안하게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코칭스태프, 프런트와도 많은 대화를 나누겠다"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이어 "(주장을 역임했던)오재원 형과 홍성흔 형에게 조언도 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물론 김재호가 개인욕심도 버린 건 아니다. 두산이 보내온 인터뷰에 따르면, 올 시즌 그는 주위에 공개하지 않은 자신만의 목표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FA 대박과 동시에 2017년 WBC 주전유격수가 목표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2년 연속 투수조장을 맡은 이현승은 올 시즌이 남다르다. 마무리투수 특성상 이현승의 행보가 곧 두산의 행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서 보여줬던 투구내용이라면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현승은 "선후배들이 서로 예의를 잘 지킨다. 매년 2~4회 회식도 하고, 시즌 후 여행도 간다"라고 남다른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지금은 마무리로서의 마음가짐을 잘 유지하려고 한다. FA를 신경 쓰지 않고 투수조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잘 하겠다"라고 했다.

[김재호(위), 이현승(아래).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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