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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이경규가 박명수의 매니저가 됐다. 예상대로 이경규는 박명수의 혹독한 조련 속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둘의 조합이 꽤 재밌다는 점이다. 여기에 그동안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던 '나를 돌아봐'의 기획의도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9일 방송된 KBS 2TV '나를 돌아봐'에서는 이경규가 박명수의 매니저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경규는 그러나 제작진과의 약속된 스케줄을 펑크내는가 하면, 스태프들에게 괜한 트집을 잡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잔뜩 경직된 그의 모습은 분명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경규는 뒤늦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내심 박명수의 매니저가 된다는 게 믿기지도 않을 뿐더러 몹시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박명수 매니저라니...약간 자존심도 상한다. 자꾸만 영남이 형이 그립다. 되게 불편하다"라고 털어놨다.
방송국에서 드디어 만난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경규는 박명수를 불편해했고, 박명수 역시 대선배인 이경규가 자신의 매니저라는 사실에 약간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잠시 뿐, 이내 박명수는 혹독하게 이경규를 조련하기 시작했다. 과거 자신을 부려먹던 이경규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었다.
박명수는 라디오 생방송 전 이경규에게 약과 심부름을 시키면서 개그맨 선배가 아닌 철저하게 매니저로 대접했다. 이경규는 박명수의 심부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박명수는 자신이 먹는 약과와 똑같은 약과를 사오라는 짓궂은 주문까지 더했고, 이경규는 약이 오를대로 올랐지만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심부름을 마친 이경규는 "내가 방송국 입사하고, 처음으로 니 심부름을 했다"고 기가 막히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박명수는 "옛날에 제가 얼마나 많이 했는지 아시죠? 나 보복할거야. 피눈물 나게 할거야. 오늘 이 날만을 기다렸어요"라며 점점 이경규에게 호통치는 걸 즐기기 시작했다. 급기야 박명수는 이경규에게 직접 적은 '매니저 주의사항'을 건네기도 했다.
라디오 방송 경험이 없다던 이경규는 박명수의 지시대로 이날 생방송까지 출연해야 했다. 이 라디오 방송에서 이경규는 박명수가 아닌 청취자들에 의해 다시 한 번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말았다. 이경규에게 상처받은 이들의 사연을 모집한다고 알리자 삽시간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쏟아졌다. 이경규는 사연들을 보다 그만 넋이 나가고 말았다.
이경규는 제작진에게 "오늘 잘 됐나? 난 잘 모르겠어"라며 앞으로 계속 박명수의 매니저 역할을 해야한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러나 냉정한 제작진은 "솔직히 엄청 재밌었다"고 말했고, 이경규가 "명수를 통해서 뭘 돌아봐야 하나"라고 말하자, 제작진은 "과거를 돌아봐야죠. 오늘 하루 돌아봤던 순간이 있었어요?"라고 되물었다. 이에 이경규는 "박명수가 고함 지를 때 박명수 바로 뒤에 내가 앉아 있더라고. 고함 지를 때 상대방이 저런 심정으로 받아들이겠구나 하는 걸 느꼈다. 정신 없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박명수도 마냥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예능이라는 특성상 재미를 위해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한 경향이 있었지만, 그는 "아직도 마음 속은 (이경규가) 예전 저의 우상이고 멘토였던 분이기 때문에, 어려운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려워하지 않던데?"라는 제작진의 지적에 이내 "어려워하면 재미 없을까봐 미친듯이 한 거다"라고 대답했다.
'나를 돌아봐' 홈페이지에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자주 화가 나고, 화를 참을 수 없고, '버럭'한다! 마인드를 확실하고 간단하게 바꾸는 길은 '역지사지', 다른 사람이 되어 똑같이 겪어보는 방법 뿐. 내가 했던 행동들을 똑같이 겪어보며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는 기획의도가 게시돼 있다. 이날 이경규가 보여준 모습은 '나를 돌아봐'의 기획의도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재미와 메시지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한 회였지만, 과연 이경규가 박명수의 매니저로 활약하며 계속해서 수모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 이경규가 언제쯤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할지, 더 이상 박명수의 매니저를 못하겠다고 버럭 화를 낼지 역시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사진 = KBS 2TV '나를 돌아봐' 화면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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