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승패를 떠나서 흐름이 좋아야 한다. 항상 경기 막판 흐름이 다음 경기로 이어진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이기는 방법과 습관을 정착시킨 지도자다. 그러나 정작 이긴 뒤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들을 칭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칭찬을 조금 하면, 꼭 그 뒤에 보완점을 더 크게 부각한다.
경기 중에도 마찬가지다. 당근보다는 채찍을 훨씬 많이 사용한다. 스코어에 관계없이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호통을 친다. KEB하나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1~2차전서 압도적인 경기력 차이를 드러냈지만, 위 감독은 시종일관 선수들을 다그쳤다.
우리은행의 숙소와 연습코트가 있는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수 차례 취재를 했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 혹은 국가대표팀 그 어떤 선수에게도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쉐키나 스트릭렌은 "위성우 감독은 제대로 될 때까지 연습을 시키는 스타일이다. 그의 지도 방식을 이해 한다"라고 했다. 박혜진도 "감독님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경기를 운영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위 감독은 완벽주의자다. 완벽해질 때까지 채찍을 가한다. 최강 우리은행의 원동력이다.
▲채찍질의 진짜 의미
위 감독은 2차전 직전 "승패를 떠나서 흐름이 좋지 않으면 다음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1차전서 완승했다. 그러나 위 감독은 2차전서 하나은행에 반격의 빌미를 주고 싶지 않았다. 조그마한 빌미라도 내주면, 흐름이 바뀌고, 단기전의 경우 최종적인 결말이 뒤집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1차전 점수 차가 20점차로 벌어진 후반전에도 지속적으로 선수들을 다그치고 독려했다.
2차전서는 실제로 1차전보다 고전했다. 경기 초반 손쉽게 10~15점 차로 달아났지만, 하나은행의 만만찮은 저항에 3쿼터 중반 4점 차까지 쫓겼다. 하지만, 위 감독은 노련했다. 하나은행이 치고 올라올 때마다 작전타임을 요청, 선수들에게 요구사항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스위치 디펜스와 도움수비, 2대2 공격과 수비, 리바운드와 정확한 타이밍에서의 슛 시도 등 기본적인 주문이 대다수였다. 선수들의 응집력을 높아졌다. 작전타임 후 잇따라 결정적인 득점을 성공, 달아났다. 결국 하나은행은 이후 7~8점차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정리하면 우리은행 선수들을 향한 위 감독의 채찍질에는 스코어에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유지, 상대에 흐름을 장악할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고 상대 저항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끊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양지희는 "사람이다 보니 점수 차가 벌어지면 느슨해진다. 그럴 때 감독님의 호통을 들으면 정신을 차리고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라고 했다.
▲최강의 밑거름
결국 우리은행은 승패 혹은 스코어에 관계없이 위 감독이 사전에 정립한 개임 플랜을 이행하는데 많은 힘을 쏟는다. 그렇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승리를 쟁취한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통합 3연패, 정규시즌 4연패를 이룩하면서 우리은행 선수들이 위 감독의 주문을 실전서 이행하는 완성도가 점점 올라갔다. 결국 많은 승리가 따라왔고, 우리은행 선수들과 팀의 발전으로 귀결된다. 그러면서 위 감독과 선수들의 믿음도 끈끈해졌다. 우리은행이 지난 4년간 보여줬던 선순환이다.
물론 위 감독 스타일상 크게 이기고 있어도 많은 채찍질이 동반된다. 하지만, 위 감독 특유의 채찍질이 오늘날 우리은행이 나머지 5개 구단과 차원이 다른 경기력을 구현하는 원동력이라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반면 일부 지도자들은 적절한 선에서 만족하고, 구단 혹은 선수들과 적절히 타협하는 경우가 있다. 개개인의 공수 테크닉, 팀 전술의 업그레이드를 외면한 채 외국선수에게만 의존, 단기간 내에 성적만 내려고 하는 성향이 짙다. 결국 팀과 선수 모두 한계에 부딪힌다. 우리은행을 넘어서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여자프로농구의 현실이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 통합 4연패가 유력하다. 20일 부천에서 올 시즌을 끝낼 가능성도 있다. 나머지 5개 구단이 우리은행을 넘어서려면 승패에 관계없이 조그마한 반격의 틈도 주지 않는 위 감독 특유의 완벽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예전 한 농구관계자는 "하루아침에 우리은행을 따라잡으려고 하는 팀이 있다면 그들의 지난 4~5년간의 처절한 노력을 쉽게 본다는 증거"라고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우리은행은 4~5년 전 암흑기를 극복하고 최강이 되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우리은행의 독주를 바라보며 "애와 어른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당장 그들을 넘어설 팀이 보이지 않는다는 한탄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위 감독은 채찍질로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한다. 이겨도 더 완벽하고, 더 디테일한 경기력을 추구한다. 지극히 프로페셔널한 자세다.
[위성우 감독(위), 우리은행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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