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희한하면서도 훈훈한 풍경이었다. 현대캐피탈은 분명 패자였다. 18연승이란 대위업을 달성하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1승 3패로 OK저축은행에 무릎을 꿇었다. 기대와 다른 결과였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준우승이 결정된 24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들이 나왔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을 비롯한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도열해 OK저축은행 선수들의 우승을 축하했다. 이제 준우승팀 선수들의 축하는 익숙한 일이 되고 있다. 여기까지는 놀라울 게 없었다.
최 감독은 기자회견을 위해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그리고 올 시즌을 돌이켜봤다. 최 감독은 "OK저축은행은 초창기 삼성화재를 보는 것 같다. 축하한다. 우리도 아름다운 2등이다"라며 패자로서 고개를 숙이는 것보다는 상대를 축하하고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는 게 먼저였다. 또한 그는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위로와 격려의 의미가 큰 듯하다. 어찌 됐든 준우승팀 감독에게 박수 갈채가 나온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최 감독이 퇴장하고 취재진은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을 기다렸다. 그 사이에 시간이 조금 비었다. OK저축은행은 아직 우승 세리머니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잠시 막간의 시간을 이용하겠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신현석 현대캐피탈 단장. 신 단장은 "그간 성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다시 한번 가다 듬어서 배구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겠다. 업템포 2.0으로 찾아뵙겠다"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 또 역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당장 준우승을 한 아쉬움을 털어낼 시간도 부족할텐데 이 역시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현대캐피탈은 비록 준우승으로 마무리했지만 업템포 1.0을 도입하며 스피드 배구로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러한 팀 컬러를 시즌 끝까지 유지하면서 18연승이란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비록 경험 부족 등으로 챔피언결정전의 왕좌에 오르지 못했으나 코칭스태프-선수-프런트가 삼위일체되어 기억에 남을 돌풍을 일으킨 건 부인할 수 없다.
[최태웅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