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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CC는 묘수가 필요하다.
챔피언결정 1차전 승리 후 2~3차전서 연이어 20점차 이상 대패한 KCC. 25일 4차전마저 내줄 경우 사실상 챔프전 우승은 쉽지 않게 된다. KCC로선 어떻게든 4차전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 오리온은 6강, 4강을 거쳐 챔프전서 더욱 강력해졌다.
오리온은 KCC의 모든 걸 꿰뚫어본 뒤 한 발 앞서 대처하고 있다. 3차전까지 안드레 에밋과 하승진을 완벽하게 묶어냈다. 반면 KCC는 에밋과 하승진이 묶이면서 공격에서 전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비 역시 오리온 특유의 패스게임을 전혀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제공권마저 근소하게 밀린다. 총체적 난국.
1년차 추승균 감독은 3차전까지 베테랑 추일승 감독과의 벤치 싸움서 완패했다. 1차전서 역전승했지만, 내용상 오리온이 완승한 게임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KCC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서 오리온에 완벽히 끌려 다니는 셈이다. KCC로선 엄청난, 혹은 파격적인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꽉 막힌 에밋+하승진
추승균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에밋에게 "공을 잡으면 빨리 처리해라"고 지시했다. 에밋은 리드미컬한 스텝과 다채로운 페이크, 불규칙한 타이밍에서 시도하는 플로터가 돋보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볼을 오래 갖고 있다. 오리온의 3중 수비에 대처, 동료에게 공을 빼주더라도 이미 공격제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효율적인 공격이 이뤄지지 않을 때가 많다. 실제 에밋은 3차전서 추 감독의 지시대로 간결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동료의 공격 마무리가 좋지 않았고, 오리온의 새깅과 로테이션이 너무나도 견고했다.
에밋은 오리온이 자신을 탑으로 몰아 페인트존에서 점퍼를 유도하는 것도 간파, 의도적으로 좌중간과 우중간에서도 공격을 자주 시도했다. 실제 이 방식으로 3차전서 다득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대부분 득점은 이미 스코어가 벌어진 뒤였다. 그리고 오리온은 에밋이 좌중간과 우중간에서 공격을 할 때에도 약속된 대처법에 따라 2~3명이 효과적으로 간격을 좁히면서 달라붙었다.
에밋의 봉쇄가 KCC에 뼈 아픈 건 하승진 효과까지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추일승 감독은 "에밋이 골밑으로 진입하면 하승진과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발생한다"라고 했다. 실제 에밋이 오리온의 겹수비를 피하기 위해 공을 잡는 시간이 길어지면 하승진과 동선이 엉킬 때가 많다. 이승현이 하승진을 효과적으로 골밑에서 먼 지역으로 밀어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챔프전서 에밋과 하승진의 2대2는 자취를 감췄다. 또한, 에밋을 막아낸 오리온 수비수들이 골밑에서 그대로 하승진 더블팀에 효과적으로 가세한다. 결국 에밋과 하승진은 동시에 꽉 막힌다. KCC의 공격력은 급감했다. 추승균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을 다시 찾아야 한다.
▲외곽의 딜레마
KCC는 외곽에 딜레마가 있다. 에밋과 하승진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선 나머지 선수들의 득점이 필요하다. 에밋에 대한 오리온의 2~3명 겹수비는 완벽한 변칙. 에밋과 하승진이 비어있는 동료에게 공을 빼줄 때 외곽에서 3점포 1~2방만 터지면 에밋에 대한 오리온의 수비 간격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외곽 선수들을 그만큼 견제해야 하기 때문. 그럴 경우 에밋과 하승진의 공간이 넓어지면서 득점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KCC는 간단한 이론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KCC의 딜레마가 숨어있다. 일단 에밋으로부터 효과적으로 패스게임이 이뤄지더라도, 마무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김태홍, 정희재, 신명호 등은 외곽슛이 약하다. (그걸 알기에 오리온이 노골적으로 에밋을 집중 견제한다. 추일승 감독은 이들에게 3점슛을 많이 맞아도 경기당 1~2개 정도로 본다. 그 정도는 다른 부분으로 극복 가능하다는 계산) 반대로 전태풍, 김태술, 김효범, 김민구 등은 3점슛은 좋지만, 수비력이 좋지 않다. 3점슛을 넣어도 곧바로 오리온 특유의 미스매치를 활용한 효율적인 패스게임에 의해 김동욱, 허일영, 문태종 등에게 외곽포를 얻어맞기 일쑤다. 결국 3점슛 효과는 반감된다.
오리온의 외곽로테이션이 여전히 정밀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오리온도 몇 차례 로테이션 실수로 외곽포를 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어차피 40분 내내 상대에 3점슛을 1개도 맞지 않을 수는 없다. 추일승 감독은 "결정적인 3점포만 내주지 않으면 된다. 전태풍에게 맞는 게 가장 치명적"이라고 했다. 또한, 하승진에 대한 더블팀의 경우 로테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 추일승 감독은 "하승진은 패서가 아니라 마무리하는 선수"라고 했다. 하승진의 피딩 능력을 좋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실제 이번 챔프전서 하승진에게서 직접적으로 생산된 KCC 외곽포는 많지 않다.
결국 KCC는 덫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2~3차전서 28점, 22점차 대패를 당했다. 추승균 감독은 어떻게 묘수를 찾을까.
[KCC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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