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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KBS가 '위기탈출 넘버원'의 폐지를 결정했다. 이달 초 개편을 단행하고 새로운 MC까지 투입하며 기사회생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지난 2005년 7월 9일 첫 방송돼 올해로 11년째인 장수 프로그램의 씁쓸한 퇴장이었다.
앞서 SBS에서도 프로그램 폐지 소식을 알렸다. 2004년부터 방송된 연예정보프로그램 '한밤의 TV연예'가 종영한다는 내용이었다. 갑작스런 폐지 소식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SBS의 유일한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폐지라는 점에서 놀랄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예능은 드라마와 달리 신설 혹은 폐지가 대체로 자유로운 편이다. 이유도 단순해서, 시청률이 저조하거나 회사 차원에서 광고 수익이 미미하다면 폐지 대상이 된다. 한때 잘 나가던 예능이라도 예외는 없다.
특히 아무리 오랜 기간 방송된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폐지의 화살을 피해갈 수는 없다. 앞서 언급한 두 프로그램 외에도 지난해 7년간 자리를 지켰던 MBC '세바퀴'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2008년 첫 방송됐던 '세바퀴'는 한때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마지막은 씁쓸했다. 몇 차례의 개편도 소용이 없었다.
2012년에도 무려 8년간 방송됐고, 매회 화제의 연속이었던 MBC '놀러와'가 기습 폐지돼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4%대의 낮은 시청률 때문. 그러나 내부 제작진 역시 갑작스런 폐지 통보에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도 경쟁력을 잃으면서 방송 6년 7개월만에 막을 내려야 했다.
이처럼 예능의 흥망성쇠는 계속됐지만, 꾸준히 시청자들과 만나는 '진짜' 장수 예능 프로그램도 여전히 많다. 이제는 예능의 레전드가 되어버린 MBC '무한도전'이 10년째 방송을 이어가고 있고, 매주 일요일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MBC '서프라이즈'도 올해로 14년째를 맞고 있다.
특히 KBS에는 유독 장수 프로그램들이 많다. 매주 월요일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31년째 방송 중인 KBS 1TV '가요무대'가 있고, 이제는 일요일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KBS 1TV '전국노래자랑'이 36년째 방송을 이어오고 있다. 이 밖에도 KBS 2TV '연예가중계'가 32년째, '해피투게더'가 9년째, '1박 2일'도 시즌1부터 계산하면 9년째 각각 방송 중이다.
장수 프로그램들이 사랑 받는 이유는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 덕분이다. 매 개편마다 살아 남아 단순히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시청자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려는 제작진의 꾸준한 노력 역시 장수 프로그램을 탄생시키는 주요 동력 중 하나다. 이러한 노력과 관심이 모여 오랜 기간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은 날마다 발전하고 또 달라지고 있다. 시청률 역시 점점 그 의미가 바래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수 프로그램이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그 대안 중 하나로 시즌제가 꼽힌다. 마치 드라마의 방송 회차가 정해져 있듯, 예능 역시 회차를 정해놓고 화려한 등장과 아름다운 퇴장을 그리면 된다. 지금 tvN이 하고 있듯이 말이다.
물론, tvN은 케이블 채널이기 때문에 시즌제를 훨씬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상파가 시즌제 도입이 힘들다는 건 아니다. 지금도 일부 시즌제로 방영중인 예능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렇지만 더욱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레귤러(정규 편성)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은 그리 꾸준하지 못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밤의 TV연예' '위기탈출 넘버원' '놀러와' '무릎팍도사' '세바퀴' 스틸. 사진 = KBS MBC SBS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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