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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수들에게 연봉을 많이 줘야죠."
프로농구 20년 역사를 돌아보면 정상에서 장기집권을 했던 팀이 많지 않다. 최근 사례를 봐도 2015년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3연패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매 시즌 1인자는 바뀌었다. 매 시즌 전력 변동의 폭이 큰 프로농구에서 챔피언을 수성하는 건 쉽지 않다.
오리온은 14년만에 챔피언결정전서 우승했다. 고양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뒤 첫 우승이었고, 베테랑 지도자 추일승 감독의 첫 우승이기도 했다. 그들은 많은 이야기 거리를 남긴 채 프로농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오리온이 과거 현대, 모비스처럼 왕조를 구축할 수 있을까. 화려한 멤버구성과 추 감독이 장착한 특유의 공수시스템(특유의 정밀한 세트오펜스와 얼리오펜스, 톱니바퀴 같은 스위치디펜스와 골밑 더블팀+로테이션 등)을 감안하면 장기집권의 토대는 구축됐다. 다만, 현 시점에선 변수가 많다.
▲우승주역들 행보
추 감독은 우승 직후 왕조구축을 위해 필요한 과제로 "선수들에게 연봉을 많이 줘야 한다"라고 했다. 위트가 섞인 말이었지만, 빈말이 아니다. 결국 우승전력을 유지, 보수하려면 기존 핵심 멤버들을 오랫동안 붙잡는 게 필수적이다. 이 부분은 자연스럽게 선수의 몸값 문제로 이어진다. 수준급 멤버가 즐비한 오리온 특성을 감안하면 더더욱 민감한 부분.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난 자들이 많다. 일단 추 감독부터 오리온과의 계약이 만료됐다. 2011-2012시즌 부임한 뒤 임기도중 한 차례 연장계약을 거쳐 올 시즌까지 5시즌 동안 오리온을 이끌었다. 이변이 없는 한 추 감독의 재계약은 확실시된다. 오리온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일찌감치 결정됐다. 추 감독이 재계약을 맺으면 김병철 수석코치를 비롯해 조상현, 임재현 코치의 유임도 유력하다. 추 감독의 재계약 조건이 관건인데, 오리온은 최정상급 대우를 준비 중이다. 농구계에선 어렵지 않게 합의가 될 것으로 바라본다.
포워드 농구의 핵심 자원 허일영과 문태종은 FA 자격을 얻는다. 특히 선수생활 황혼기에 이른 문태종의 거취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우승반지를 처음으로 낀 문태종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왕조를 구축하기 위해 허일영과 문태종을 붙잡는 건 아주 중요하다. 이밖에 가드 김강선, 포워드 김민섭도 FA 자격을 얻는다.
장기적으로는 아직 군 복무를 해결하지 못한 이승현과 장재석의 입대 시기를 결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골밑 수비와 스트레치4로 가치가 높은 이승현은 추 감독의 말대로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일단 두 사람 모두 내년 시즌에는 오리온에 남는다.
▲헤인즈와 잭슨
애런 헤인즈와 조 잭슨에 대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리온 내부방침은 헤인즈와 잭슨 모두 재계약을 맺는 것이다. 헤인즈의 경우 무릎, 발목에 잇따라 부상하며 예년보다 파괴력이 약간 떨어졌다는 평가다. 나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최상위 클래스 외국선수. 더구나 오리온이 이번 우승으로 다음시즌 외국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9순위 혹은 10순위 지명권을 갖는 걸 감안하면 헤인즈보다 더 좋은 자원을 뽑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젊은 잭슨의 경우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KBL 외국선수 규정상 구단의 재계약 제의를 거부할 경우 5년간 KBL에서 뛸 수 없다는 걸 감안하면 잭슨이 다음 시즌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고양에서 잭슨의 인기는 상당한 수준이다. 한편으로 잭슨은 KBL보다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뛸만한 실력을 갖췄다.
▲경쟁자들 행보
오리온은 이젠 정상을 수성해야 할 입장이다. 기존 전력을 유지 및 보수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팀들의 도전을 극복해내야 한다. 프로농구는 외국선수 선발, FA, 트레이드 등을 통해 거의 매 시즌 각 팀들의 전력 등락폭이 큰 편이다. 이번 오프시즌에 오리온 외에 또 다른 팀이 막강한 전력을 구축할지도 모른다. 오리온도 다음시즌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또 하나. 오리온의 스몰볼은 한국농구에 남긴 임팩트가 크다. 다른 팀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오리온의 스타일을 벤치마킹하는 팀도 나올 수 있고, 오리온 농구를 무너뜨리려는 팀도 나올 수 있다. 리빌딩 중이지만, 여전히 시스템이 탄탄한 모비스, 전 포지션에 걸쳐 선수구성이 좋은 KCC와 KGC 등은 오리온을 괴롭힐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당분간 우승의 기쁨을 누려도 되는 오리온이지만, 만만찮은 오프시즌이 기다리고 있다.
[오리온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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