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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의 음악노트]
'Smells Like Teen Spirit'의 인트로는 언제 들어도 좋다. 어쿠스틱으로 얇게 긁다 순간 화염으로 돌변해 들이치는 반전은 나에겐 언제나 '젊음의 소리'다. 모든 걸 태워버릴 듯 들끓는 젊음, 모든 걸 삼켜버릴 듯 거대한 젊음. 92년 벽두,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를 누른 ‘Nevermind’는 그렇게 90년대의 젊음, 아니 젊음 그 자체를 상징하게 될 ‘젊음(Teen Spirit)의 노래’로 문을 열었다. ‘Bleach’라는 데뷔 앨범으로 그냥저냥 이름 알리기에만 성공한 반(半)무명 밴드가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만큼 유명해지기 시작한 순간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 앨범의 장점은 기타, 베이스, 드럼 모두의 이상적인 톤(tone)이다. 당시까지 수 많은 ‘록 명반’들이 그러했듯 이 톤이라는 개념은 머라이어 캐리를 얘기할 때 가창력을 논하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중요하다. 가령 지미 페이지의 기타 톤은 앵거스 영을, 조 페리의 기타는 슬래쉬를 자극했고 메탈리카의 기타 톤은 거의 모든 스래쉬 메탈 밴드들의 기타 톤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물론, 텔레비전(Television)이 없었다면 스트록스의 ‘톤’ 역시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지 모른다. 그런 뜻에서 ‘Nevermind’의 톤은 너바나 이후 얼터너티브록 밴드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감을 준 것이 분명하다.(위저의 리버스 쿼모가 이 앨범을 듣고 받은 충격은 그들의 ‘Red Album’에 수록된 ‘Heart Song’에서 충분히 밝혀진 바 있다.) 부치 빅의 유능한 프로듀싱만으론 설명될 수 없는, 명반으로서 타고난 어떤 모호한 세련됨이 이 앨범의 톤엔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앨범이 훌륭한 이유는 당연히 ‘음악’이다. 생전에 ‘음악이 첫 번째, 가사는 두 번째’라고 말한 커트 코베인의 언급에서도 알 수 있듯, 곡들은 한 곡 한 곡이 뚜렷한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풍부한 멜로디와 펑크적(的) 에너지라는 ‘짧고 굵은’ 공통 분모를 안고 집요하게 맞물려 돈다. 비치 보이스를 따라 한 ‘In bloom’의 흑백 뮤직비디오, 잔잔한 공명감으로 청자를 사로잡았던 ‘Come as you are’, 커트의 광기와 감각이 직관적으로 전달된 ‘Breed’와 ‘Territorial pissings’, ‘Smells like teen spirit’와 더불어 큰 인기몰이를 했던 앨범의 대표곡 'Lithium', 성폭행을 주제로 다룬 어쿠스틱 펑크의 전형 ‘Polly’, 다른 곡들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한, 그러나 충분히 주목받을 가치가 있는 ‘Drain You’와 ‘On a Plain’, 개인적으론 ‘Lithium’보다 좀 더 지지하고 싶은 트랙 ‘Lounge Act’, 장난기 가득한 펑크팝 ‘Stay away’, 앨범의 쓸쓸한 결말 ‘Something in the way’.
곡들은 일관되게 훌륭하고 통쾌하며 간간이 잔잔하다. 폭발하며 모였다, 모인 뒤 다시 폭발한다. 때로는 슬픔이, 공공연한 분노가, 지적인 사색이 모두 어우러져 음악과 만나는 곳. 이 앨범은 바로 그 곳에서 나왔고 그 곳에 있었으며 지금도 그 곳에 있다. 1994년 4월5일. 오늘은 커트 코베인이 세상을 떠난지 22주기 되는 날이다.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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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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