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일명 ‘클롭 더비’로 불린 도르트문트와 리버풀의 2015-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8강 1차전은 무승부로 끝났다. 결과적으로 공평했던 결과였다. 리버풀은 전반전 도르트문트의 수비적인 허점을 공략하며 선제골을 넣었고, 도르트문트 역시 리버풀의 세트피스 약점을 파고들며 동점골을 터트렸다. 물론 양 팀 모두 승리할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리버풀은 야신모드로 변신한 로만 바이덴펠러 골키퍼의 선방쇼에 좌절했고, 도르트문트는 축구게임으로 치면 화살표가 붉게 하늘로 치켜든 마마두 사코의 수비벽에 막혔다.
그럼에도 흥미로웠던 건 토마스 투헬과 위르겐 클롭의 전술적인 대응이었다. 둘은 상대 전략에 맞춰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로인해 빠른 공격 템포에도 많은 골은 나오지 않았다.
#선발 명단
투헬 감독은 피에르 오바메양과 마르코 로이스를 가장 높은 곳에 배치했다. 헨리크 미키타리안은 측면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자주 중앙으로 이동하며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움직였다. 루카스 피스첵은 상황에 따라 3번째 센터백처럼 보였고 에릭 두름은 윙백에 가까웠다.
클롭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에 숫자를 늘린 4-3-3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엠레 찬이 홀딩 역할을 맡았지만 포백(back four:4인수비) 앞에 고정되진 않았다. 제임스 밀너의 포지션은 특정 짓지 어려웠다. 가운데 ‘3’에 위치했지만 좌우상하를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전반전
도르트문트의 접근법은 토트넘전과 비슷했다. 지난 겨울 휴식기 이후 투헬 감독은 변칙적인 스리백(back three:3인수비)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일반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가 내려오는 스리백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참고: [안경남의 풋볼뷰] 토트넘은 왜 꿀벌군단에 완패했나?) 도르트문트는 오른쪽 풀백인 피스첵이 안으로 이동해 센터백을 돕는다. 그리고 다재다능한 풀백 두름이 측면에서 마치 3-5-2 시스템의 윙백처럼 움직인다. 하나가 더 있다. 바로 마츠 훔멜스다. 스리백은 1명의 공격수를 상대로 수적인 ‘과잉’ 상태에 놓이기 쉽다. 이는 다른 지역에서의 수적 열세를 의미한다. 하지만 투헬은 이 문제를 훔멜스의 전진으로 커버했다. 패싱력이 좋은 훔멜스는 자신 앞에 공간이 생길 때마다 앞으로 이동해 직접 전방에 공을 뿌렸다. 스벤 벤더도 비슷하다. 미드필더인 벤더도 공격수의 압박이 헐거울 때 앞으로 전진해 패스를 시도했다. 이로인해 도르트문트는 중앙에서의 수적 열세를 극복했다.
#디보크 오리기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었다. 훔멜스와 벤더 모두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상대 공격수를 압박하기 위해 전진하는 습관이 있다. 클롭은 바로 이점을 공략했다. 다니엘 스터리지보다 직선적이고, 로베르토 피르미누보다 신장이 큰 선수가 필요했다. 벨기에 출신 디보크 오리기를 원톱으로 낙점한 이유다. 클롭은 경기 후 “오리지는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필요한 선수였다. 우리는 뒷공간을 공략하고 공을 소유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반 추가시간, 오리기가 바이덴펠러와의 1대1 찬스서 추가골을 넣었다면 클롭이 친정팀에 비수를 꽂을 수도 있었다.
두름의 부진도 영향을 끼쳤다. 두름은 지난 토트넘전 승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측면을 폭넓게 움직이면서 대니 로즈의 오버래핑을 무력화시켰다. 반대편의 마르셀 슈멜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선 두름이 쉽게 올라가지 못하면서 좌우 밸런스가 깨졌다. 슈멜처의 경우 몇 차례 리버풀 측면 뒷공간을 파고들었지만 두름은 거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실점 장면에서도 알베르토 모레노에 대한 압박을 미키타리안에게 미루면서 결과적으로 공간을 내주는 실수를 범했다. 이래저래 아쉬웠던 두름이다.
#후반전
후반 시작과 함께 두 감독은 변화를 시도했다. 부상으로 인한 불가피한 변화였다. 클롭 감독은 부상 당한 조던 핸더슨 대신 조 앨런을 투입했다. 선수를 바꿨지만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됐다. 앨런이 핸더슨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했다. 반면 투헬 감독은 아예 시스템을 전환했다. ‘윙백’ 두름을 빼고 ‘홀딩 미드필더’ 누리 사힌을 내보냈다. 동시에 곤잘로 카스트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갔고 미키타리안은 우측 윙어로 이동했다. 4-2-3-1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세트피스
이후 3분 만에 도르트문의 동점골이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미키타리안이 짧은 패스 후 올린 크로스를 훔멜스가 헤딩으로 꽂아 넣었다. 우려됐던 부분이다. 올 시즌 리버풀은 세트피스 실점률이 매우 높다. 클롭 감독 스스로 “실점의 90% 이상이 세트피스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대인 방어가 아닌 지역 방어를 쓰면서 자주 선수를 놓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훔멜스의 헤딩 장면에서도 리버풀 선수들은 상대 선수를 체크하기 보다 날아오는 공을 따내려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결국 191cm의 훔멜스가 172cm의 아담 랄라나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했다.
#교체
동점 상황이 지속되자 양 팀은 마지막 변화를 감행했다. 투헬 감독이 먼저 벤더, 오바메양을 불러들이고 소크라티스, 크리스천 풀리시치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로이스가 최전방으로 전진하고 미키타리안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이동했다. 포메이션 변화는 없었지만 위치 조정을 통해 공격 패턴을 바꾸려는 의도로 보였다. 그러나 클롭도 즉각 대응했다. 랄라나를 빼고 피르미누를 투입하며 4-3-3에서 4-2-3-1로 시스템을 전환했다. 피르미누가 공격형 미드필더에 서고 앨런이 엠레 찬과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구축했다.
하지만 결과에 영향은 없었다. 4-2-3-1과 4-2-3-1이 충돌하면서 팽팽한 균형이 지속됐다. 도르트문트가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리버풀의 수비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데얀 로브렌과 사코는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무려 14개의 클리어를 기록했고 가로채기도 4개나 됐다. 이제 승부는 2차전으로 넘어갔다. 원정골을 넣은 리버풀이 유리한 듯 하지만 한 골차 승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클롭과 투헬의 남은 90분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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