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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미국 세인트루이스 윤욱재 기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홈 개막전이 열린 12일(한국시각) 부시 스타디움. 세인트루이스의 상대는 바로 밀워키 브루어스였다.
밀워키의 벤치에서는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바로 사령탑을 맡고 있는 크레이그 카운셀(46) 감독이었다.
카운셀 감독은 현역 시절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우승 멤버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인물.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활약이 눈부셨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기전에는 미친 선수가 필요하다'의 '아주 좋은 예'였다.
세인트루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역전 3점홈런을 터뜨리더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타율 .381(21타수 8안타) 4타점을 몰아치며 NLCS MVP까지 차지하는 맹활약을 했다.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애리조나는 뉴욕 양키스와 명승부 끝에 4승 3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 BK에 대한 카운셀 감독의 정확한 기억
이제는 한 팀의 수장이 된 카운셀 감독을 현장에서 만났다. 그는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라는 사실을 지금도 자랑스러워 하고 있고 또한 그의 동료였던 김병현이라는 투수를 꽤 정확하고 심도 있게 기억하고 있었다.
"BK는 엄청난 구원투수였다. 특히 탈삼진에 있어서는 '인크레더블(incredible·믿을 수 없는)'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아마도 당시 애리조나 우승 멤버 누구에게나 물어도 들을 수 있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어 카운셀 감독은 "9이닝으로 따지면 삼진 13~14개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라고 구체적인 설명까지 덧붙였다.
카운셀 감독의 기억처럼 사실 김병현의 탈삼진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61경기에 등판해 6승 6패 14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거의 신호탄을 쐈던 2000년에는 70⅔이닝 동안 삼진 111개를 잡아냈는데 이를 9이닝당 삼진 비율이 무려 14.1개에 달했다.
구원투수란 보직에도 78경기에서 98이닝을 소화했던 2001년에도 삼진 113개를 잡아 9이닝당 삼진 비율이 10.4개로 높았다. 100이닝 가까이 던진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였다. 그리고 김병현은 2002년 마무리투수로만 활약하며 8승 3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2.04란 생애 최고의 시즌을 마크한다. 당시에도 9이닝당 삼진 비율은 9.9개로 두 자릿수나 마찬가지였다.
"BK가 월드시리즈에서는 좋지 않았지만 그 다음 시즌에도 구원투수로 좋은 활약을 했다"는 카운셀 감독은 "굉장히 묵직한 공을 던졌다. 93~94마일의 빠른 공은 그 누구도 치기 힘들었다. 정말 인상적이었던 투수다"라고 그 시절의 김병현을 회상했다.
▲ 지금 생각해도 짜릿한 '2001년 애리조나'의 추억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공로는 카운셀 감독 역시 적지 않았다. 카운셀 감독은 "월드시리즈에서 뛴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우리(애리조나)는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항상 이길 수 있는 팀이었다"라면서 "랜디 존슨, 커트 실링, 루이스 곤잘레스 등 멤버들이 정말 좋았다"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특급 선수 영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애리조나는 실링(22승 6패 2.98)-존슨(21승 6패 2.49)이란 최고의 원투펀치를 보유했고 곤잘레스(.325 57홈런 142타점)를 중심으로 한 타선도 응집력이 있었다.
그 외에는 토니 워맥, 스티브 핀리, 매트 윌리엄스, 마크 그레이스, 제이 벨, 레지 샌더스, 데미언 밀러, 주니어 스파이비, 에루비엘 두라조, 브라이언 앤더슨, 미겔 바티스타, 앨비 로페즈, 브렛 프린츠 등 이제는 모두 추억의 이름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김병현은 현역 선수로 뛰고 있다. "김병현이 아직 KBO 리그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라고 말하자 카운셀 감독은 "정말인가? 대단하다"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으면서 "그의 나이가 몇 살인가? 40세에 가깝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도 즉각 "아니다. BK는 아직 40세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 37세쯤 됐을 것 같다"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김병현은 1979년생으로 올해 37세가 맞다.
김병현은 월드시리즈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맞고 주저 앉기도 했지만 애리조나가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마리아노 리베라를 무너뜨린 워맥의 동점타와 곤잘레스의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인 최초의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었다. 김병현 외에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뛰어난 선수들도 많았다. 2001년의 애리조나는 야구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애리조나 시절 김병현이 2001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팀 승리를 장식한 뒤 환호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김병현이 루이스 곤잘레스, 크레이그 카운셀(왼쪽부터)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두 번째 사진) 이제는 밀워키의 사령탑이 된 카운셀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세 번째 사진) 사진 = 미국 세인트루이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AFPBBNEWS]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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